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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9-08-01

기후변화 막을 ‘인공태양’ 65% 진척 ITER, 2025년 12월에 공식 가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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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줄여야 하지만, 현재는 그 반대다. 2017년에 1.6%, 2018년에는 약 2.7% 증가해 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반가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방에 건설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는 지난 23일 인도에서 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고진공 극저온 챔버의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인도 최대 엔지니어링 기업인 라르센&투브로(L&T)에 의해 인도에서 제작된 이 거대한 그릇 모양의 장치는 1만 6000㎥의 부피에 높이 및 지름이 모두 약 30m이며 무게는 3850톤에 달한다.

50㎜에서 250㎜ 두께의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진 이 장치는 큰 냉장고 역할을 하는 ITER의 저온 유지 장치다. 큰 부피 때문에 본체, 하부 실린더, 상부 실린더, 상부 뚜껑의 네 가지 주요 섹션으로 제작돼 ITER 현장으로 옮겨졌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는 지난 23일 인도에서 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고진공 극저온 챔버의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 Twitter / ITER Organization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는 지난달 23일 인도에서 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고진공 극저온 챔버의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 Twitter / ITER Organization

이 장치는 토카막의 초냉각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진공 압축실이 될 예정이다. 미국의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최근 옮겨진 이 장치는 초고온 플라스마 핵융합 코어를 억제할 강력한 자기장을 수용하기 위해 선택된 기술 설계인 토카막 설치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보도했다.

토카막은 핵융합 때 플라스마 상태로 변하는 핵융합 발전용 연료 기체를 담아두는 도넛 모양의 용기다. 핵융합이 일어나는 태양의 중심 온도는 1500만℃인 데 비해 지구에서는 1억℃가 넘어야 핵융합이 된다. 지구는 태양에 비해 중력이 극히 작아 많은 플라스마를 가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들여온 초고압 챔버는 태양의 핵보다 약 10배 높은 1억 5000만℃에 이르는 토카막의 초냉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ER의 버나드 비고(Bernard Bigot) 총장은 “이 구성 요소의 제작은 거대한 크기와 복잡한 사양 면에서 엔지니어링 역사상 전대미문의 도전이자 성과다”라고 밝혔다.

2035년에 완전 가동 예상

기념식 때 ITER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ITER의 전체 프로젝트가 현재 65% 완료됐다”고 전했다. 또한 첫 플라스마를 생산하는 ITER의 공식적인 가동은 2025년 12월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수소-삼중수소의 완전 가동에 도달하기까지는 거기서 10년이 더해진 2035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ITER의 핵융합 발전 원리는 태양이 타오르는 원리와 같다. 플라스마로 이뤄진 태양은 핵과 핵이 서로의 반발력을 이기고 가까워지면 강력히 작용하면서 핵융합이 일어나고, 그때 질량 결손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ITER 장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토카막에 가둬 원자핵들을 융합시킨다. 주요 원료인 중수소는 지구의 바닷물에 약 45조 톤 정도 있는데, 이는 인류가 100억 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그에 비해 삼중수소는 자연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희귀물질이다. 그런데 ITER의 완전 가동시 핵반응으로 삼중수소를 자가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핵융합 발전의 재생산은 여러 가지 극한 조건으로 인해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 에너지부의 설명에 의하면, 융합 반응은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지만 핵들을 함께 결합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압력과 온도로 인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핵융합 발전은 기후변화의 잠재적인 해답이자 미래 에너지의 대안으로서 인류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사업 중 하나다. 원자력 발전은 매우 효율적이며 탄소 배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수천 년 동안 위험하게 존재하는 방사성 폐기물 등의 단점도 크다.

인류가 만든 기계 중 가장 복잡한 장치

그에 비해 핵융합 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보다 4배 더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핵폐기물을 하나도 발생시키지 않는데, 그 연료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아닌 수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핵융합 에너지는 재생 에너지원에 내재된 간헐성이나 신뢰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ITER 관계자들은 핵융합 원자로가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기계 중 가장 복잡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1세기 인류에 주어진 가장 도전적인 과학기술 과제 중 하나인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의 7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EU를 개별 국가로 환원하면 전 세계 3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ITER의 건설비는 EU가 거의 절반을 분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을 비롯한 6개국이 똑같이 분담한다.

2003년에 ITER의 정식 회원국이 된 한국은 총 86개 조달품목 중 진공용기 본체 및 포트, 열차폐체, 조립장비류, 초전도 도체, 전원공급장치, 진단장치, 삼중수소 시스템, 블랑켓 차폐블록 등 9개 품목을 맡고 있다.

ITER 관계자는 이번 가을에 한국의 진공용기 부문, 유럽과 일본의 TF 코일 같은 첫 번째 주요 토카막 부품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9-08-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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