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artery)은 산소가 들어 있는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혈관이다.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을 힘 있게 공급해야 하는 만큼 탄력이 튼튼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내막‧중막‧외막 세 개의 층이 탄탄하게 결합돼 중첩된 막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안쪽에 있는 내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너무 많이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혈관이 막히고 ‘동맥경화증(arteriosclerosis)’을 유발하게 된다.
칼슘 이온 결합해 석회화 현상 초래
이를 동맥경화(arteriosclerosis)라고 하는데 의료계에서는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노인에게서 이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치료법 개발을 위해 그동안 과학자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동맥경화가 심화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규명해왔다. 그러나 혈관세포 내에서 어떤 신호가 전달되고 있는지, 분자 차원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문제를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과 킹스 칼리지 공동 연구팀이 해결했다.
12일 ‘가디언’, ‘메디컬 익스프레스’ 등 주요 언론들은 연구팀이 동물 실험을 통해 일부 세포 내 분자들이 동맥경화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이 분자는 ‘PAR’라는 분자다. ‘폴리ADP 리보오스(poly ADP-ribose)’의 약자인데 아데닌, 인산, 리보오스를 1대 2대 2의 비율로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고장 난 DNA를 수리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PAR라는 분자가 DNA를 수리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동맥의 석회화를 이끌어 동맥경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맥경화는 탄성이 있는 혈관 내막 안에 칼슘이 쌓이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비만, 당뇨, 신장병 등과 관련이 있으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심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환자들에게 혈관 내부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진단해왔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동맥경화가 심화되는지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케임브리지 대학과 킹스 칼리지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연 첫 번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킹스 칼리지의 캐시 쉐나한(Cathy Shanahan) 교수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혈관의 석회화 과정이 PAR에 의해 촉진된다는 것은 곧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뇌졸중, 치매 등 난치병 치료에 돌파구 열려
공동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정상세포에 손상을 가하는 ‘산화성 스트레스’로 인해 세포(혹은 DNA)가 파괴될 경우 PAR가 치료자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분자가 뼈와 혈관의 석회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PAR에 활동 초점을 맞춘 후 추가 연구에 들어갔다. 사람 대신 양의 뼈를 생성하는 세포와 암소의 혈관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양의 뼈와 동맥 안쪽 탄성조직 내에 칼슘 이온이 결합하면서 DNA를 치료하지만 또한 칼슘 결합을 촉진해 뼈의 석회화와 동맥경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신체 내에서 PAR가 도움을 주면서 또한 해를 가할 수 있는 양면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관련 논문은 국제 학술지 ‘셀(cell)’ 11일 자(현지 시간)에 보도됐다. 논문 제목은 ‘Poly(ADP-Ribose) Links the DNA Damage Response and Biomineralization’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의 생광물화(Biomineralization)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핵심적이고 체계화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세포외 기질이란 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물질로, 세포와 조직 사이의 공간을 채워줌으로 인해 세포를 보호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말한다. 이 세포외 기질은 골격이나 혈관과 같은 내부 조직에 광물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생광물화라고 한다.
그동안 연구팀은 동맥경화, 뼈의 석회화 현상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보고 이 생물‧화학적 과정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세포치료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PAR 분자가 동시에 생광물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그동안 동맥경화 등의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발병 원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동맥경화와 관련,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이 밝혀짐으로써 심근경색(heart attack), 치매(dementia), 뇌졸중(stroke) 등 혈관과 관련된 난치병에 대해 치료에 돌파구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혈관 이상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망 원인이 되고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이 질병에 의한 성인 사망률을 보면 미국과 일본이 약 50%, 한국의 경우 약 35%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 동맥경화의 발생과 진행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아 치료제 개발이 지지부진했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에 의해 그 메커니즘을 밝혀짐으로써 투병 중인 많은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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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6-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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