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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6-07

손가락으로 성격을 파악할 수 있나? 검지‧약지 비율 놓고 과학자들 진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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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두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 간의 길이가 다른 점에 주목해왔다.

‘검지와 약지의 길이 비율(2D:4D ratio)’라고 하는데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이 비율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세상에 태아나기 전 태아 상태에서 남성의 대표적인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과 기타 성장 호르몬에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 말해주는 지표라는 것. 올해 들어서는 비만, 알코올, 심장마비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검지와 약지의 길이 비율(2D:4D ratio)’과 관련된 연구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손가락 길이로 사람의 성경, 성적 성향, 건강 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Wikipedia
‘검지와 약지의 길이 비율(2D:4D ratio)’과 관련된 연구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손가락 길이로 사람의 성격, 성적 성향, 건강 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Wikipedia

지난 20년간 손가락 논문만 1400여 편

‘검지‧약지의 길이 비율’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사람은 현재 스완지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진화생물학자 존 매닝(John T. Manning) 교수다.

손가락 연구의 선구자인 그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 ‘핑거북, 나를 말하는 손가락’, ‘손가락 비율: 인간의 생식 능력과 행동, 건강의 지표’ 등의 책자를 발간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7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매닝 교수의 영향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영향력을 받아 유사한 종류의 손가락 연구가 세계적인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년간 1400여 건의 손가락 관련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왔는데 ‘검지‧약지의 길이 비율’을 성격, 인지 능력, 성적 성향(sexual orientation), 심혈관계 질환, 암, 루게릭 병 등과 연계해 비교 분석하는 내용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동굴에서 발견한 오래된 손자국이 남성의 것인지, 아니면 여성의 것인지 분석하는 연구 결과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과학평론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검지‧약지 비율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는 것. 어떤 평론가들은 남녀 간의 비율 차이가 남성의 큰 손에 비롯된 것이라며, 관련 논문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국립 유대 의료센터(National Jewish Health)의 생리학자이면서 생물통계학자인 더글라스 커랜-에버렛(Douglas Curran-Everett) 박사는 “검지‧약지 비율 연구에 매우 회의적”이라며 과학적 신빙성을 부여하는 데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비엔나 대학의 심리학자 마틴 보라체크(Martin Voracek) 교수는 검지‧약지 비율 연구를 카드로 세워진 집에 비유했다. “기초공사 없이 세워져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것.

그는 손가락 연구가 신뢰하기 힘든 학문 골상학(phrenology)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골상학이란 두개골의 형상에서 사람의 성격을 비롯 개성과 지적 능력, 심지어 운명 등을 추정하는 학문으로 인종차별주의자 등을 통해 악용돼왔다.

과학계, 손가락 연구에 우려 표명 

검지‧약지 비율이 성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된 것은 독일이다.

1870년대 한 해부학자가 남녀 간의 차이를 주장했는데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학계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 연구가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1998년 발표한 존 매닝 교수의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큰 조명을 받으면서부터다. 이 연구는 영국 리버풀에 있는 한 인공수정 병원에서 환자들의 허락을 받은 후 진행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의 오른손 검지‧약지 비율이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관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별에 따른 검지‧약지 비율의 차이가 생후 2년 된 유아에게서 발견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연구 결과가 큰 반향을 얻으면서 매닝 교수는 태아가 자궁안에서 호르몬에 어느 정도 노출되는지 알아내기 위한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손가락 길이가 출생 전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에 어느 정도 노출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매닝 교수는 무려 60여 개의 논문과 함께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2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으로 1400여 건의 연구 논문이 발표되고 있는 중이다.

연구자들은 스캐너, 영상편집기, 손가락 길이를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첨단 기기의 도움을 얻어 매우 정확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속도도 빨라졌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통계유전학자 데이비드 에반스(David Evans) 교수는 “영국 BBC가 후원한 온라인 조사를 통해 24만 여명의 검지‧약지 비율을 짧은 시간 안에 수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지‧약지 비율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손가락 길이에 따라 성적 성향(Sexual Orientation)을 판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특히 태아에 대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노출 정도에 따라 사람을 매력적이게 할 수 있지만 과도할 경우 동성애자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가 학계로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가설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중이다. 검증을 시도하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통계학자들은 검지‧약지 비율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 콜로라드 주립대학의 생물학자 개리 팩커드(Gary Packard) 교수는 “비율에 근거한 결론은 연구의 목표를 빗나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뎃 손가락 연구를 옹호하는 쪽이나 비판하는 쪽 모두 과거 연구 과정을 되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상반기 동안 벌써 20여 개의 새로운 논문이 발표됐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6-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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