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인 핵융합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미래기술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유럽 중국 독일 등이 핵융합을 이용한 발전기술 개발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주로 거대한 장비와 복잡한 시설을 이용한 핵융합 발전시설 개발에 국제적인 경쟁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이 집에 보관할 만큼 작은 책상 크기의 장치에서 안정적인 핵융합이 일어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핵융합 연구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현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핵융합 기술은 서너 가지로 나뉜다. 태양이 뜨거운 열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인 핵융합은 1억℃가 넘는 높은 열이 있어야 발생한다. 이렇게 뜨거운 온도를 담아두기는 매우 어렵다.
과학자들은 이 뜨거운 열을 잡아두기 위해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한다. 이중 토카막(Tokamak) 방식은 토카막 실험로에서 자기장을 발생해서 뜨거운 플라즈마를 억제한다. 그러나 높은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안정성을 잃어버리게 할 수 있으며, 커다란 장치가 들어간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등과 함께 연구하는 KSTAR 핵융합로도 토카막 방식에서 발전한 것이다.
복잡한 토카막 장치의 한계 넘어설까?
토카막 방식과 쌍벽을 이루는 것이 독일 웬델스타인(Wendelstein) 7-X와 같은 스텔러레이터(Stellerator)이다. 스텔러레이터는 자기장 장치가 뱀처럼 꼬이게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장치는 플라즈마를 더 용이하게 통제할 수 있지만, 핵융합이 일어나는데 필요한 높은 온도로까지 올라가는 것은 마찬가지로 어렵다.
둘 다 핵융합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식이 모두 플라즈마를 가둬 두려면 최소한 수 m크기의 도넛같이 생긴 장치를 필요로 한다. 워낙 복잡하고 민감한 전자장비가 가득하기 때문에 가정용이나 이동용으로 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다.
미국은 레이저를 한곳에 쏘아 높은 열을 내는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오랫동안 높은 열을 내기가 쉽지 않아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태이다.
그런데 가정에서 보관할 만큼 아주 작은 장치에서 안정적인 핵융합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연구진은 오래전에 나온 ‘제트 핀치’ (Z-Pinch)라는 플라즈마 발생 장치의 결점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제트핀치는 플라즈마 장치 안에서 전기 흐름이 플라즈마를 압축(핀치)시키는 현상을 이용한 실험 장치이다. 연구원들은 수십 년 동안 별의 뜨거운 내부를 연구하기 위해 이 장치를 실험실에서 사용해왔다. 1950년대에 과학자들은 제트핀치 내부에서 핵융합반응에 의해 발생한 중성자의 신호를 감지했다.
플라즈마가 전기의 흐름에 압축되는 대표적인 자연현상으로는 번개가 치는 것이 있다. 강력한 전자기장이 플라즈마를 압축해서 가느다란 번개로 만들어 땅에 떨어지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성공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제트핀치 방식의 핵융합로 연구를 포기했는데 왜냐하면 제트핀치 방식으로 발생한 플라즈마가 불안정하기 때문이었다.
별 연구장치에서 안정적인 핵융합 이끌어내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중수소와 수소 원자 혼합물에서 안정적인 플라즈마를 발생시킨 것이다. 연구팀은 전단력(shear force)를 플라즈마에 적용했다. 전단력이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사형 흐름을 일으키면서, 플라즈마가 약 16마이크로 초(秒)동안 안정을 유지했다. 이것은 정지 플라즈마 보다 5,000배 긴 시간이다.
연구팀은 핵융합반응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높은 에너지의 중성자 존재를 1마이크로 초 동안 검색했다. 물론 여기서부터도 실제 사용 가능한 핵융합 반응으로까지 가는 길은 멀지만, 미래에 가정에서 소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융합에너지 발전기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과학자들은 평가했다.
어떤 의미에서 제트핀치는 거대한 토카막 장치의 소형 버전과 원리가 유사하다. 실제로, 제트핀치가 토카막 기술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토카막이나 스텔러레이터에서 사용하는 복잡한 기계와 자석과 두꺼운 차폐막 같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에 아직도 희망을 걸고 있다.
깨끗하고 풍부한 핵융합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모두가 가진 꿈이다. 덜 복잡한 형태의 플라스마 기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은 핵융합발전의 일부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이 연구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됐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9-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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