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란 용어가 있다.
약 7억 5000만 년 ~ 5억 7000만 년 전 사이에 지구 표면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가설을 말한다.
이 가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60년대다. 7억 년 전 캄브리아기 말 빙하퇴적물이 지구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고, 이 빙하퇴적물들은 모두 적도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 등이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했다.
지구가 따뜻해진 시기는 6억 3500만 년 전
당시 과학자들은 얼음 층이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극지의 얼음 층이 너무 커지면서 지구 전체가 급속히 추워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눈덩이 지구’ 이론을 믿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바다가 두터운 빙하로 뒤덮이기 보다는 해양 전체가 슬러시(slush)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눈덩이 지구’란 용어 대신 ‘슬러시 지구(shushball earth)’라는 말을 사용했다.
얼음 층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하더라도 양측 모두 지구의 한랭화를 인정하고 있었다. 지구 표면 전체에 적어도 두 번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3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버지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지질 등과 관련된 다양한 분석을 통해 지구를 뒤덮고 있었던 얼음과 눈이 5억 7000만 년 전이 아니라 6억 3500만 년 전에 사라졌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고생물학자 수하이 샤오(Shuhai Xiao) 교수는 ‘사이언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전에 알고 있었던 시기보다 더 빠른 시기에 수 천 년 동안 축적된 얼음이 모두 녹아 내렸으며, 녹아내린 기간이 100만 년이 채 안 되는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수하이 샤오 교수는 “지구의 나이가 45억 6000만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만 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은 극히 짧은 기간”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형 화산폭발로 이산화탄소량이 폭증한 이 시기를 통해 현재 지구 온난화 현상의 과거와 미래를 추정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약 6억 3500만 년 전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100만 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한랭화된 지구가 따뜻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구 온난화 연구에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당시 대형 화산폭발에서 분출된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 현상을 유발해 지구를 뒤덮고 있는 눈과 얼음을 빠른 기간 동안 녹여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된 기후상황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는 중이다.
지층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 측정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산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중국 남서쪽에 위치한 운남성(雲南省)이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화산암들은 캡 탄산염(cap carbonate)이라 불리는 또 다른 바위 밑에서 발견되고 있다.
캡 탄산염이란 ‘눈덩이 지구’ 시대에 대기 중의 고농도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석회암(limestone)과 돌로스톤(dolostone) 침전물을 말한다.
연구팀은 방사능연대측정법에 따라 캡탄산염이 6억 3460만 년 전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캡탄산염이 88만 년 동안 형성됐는데 이는 당시 지구상을 뒤덮고 있던 얼음과 눈이 88년 동안 녹아내렸음을 추정케 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캡탄산염 하나만 가지고 88만 년 동안 ‘눈덩이 지구’가 따뜻한 지구로 변화됐다고 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지난 2005년 중국 구이저우(貴州省)에서 발견한 캡탄산염이 6억 3520만 년 전에 형성됐으며, 57만 년에 걸쳐 형성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눈덩이 지구’ 시대가 100만 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종막을 고했음을 추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지오사이언스월드(SeoScienceWorld)’ 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Calibrating the terminations of Cryogenian global glaciations’이다. 여기서 ‘크라이오제니아기(Cryogenian)’란 ‘눈덩이 지구’를 말한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눈덩이 지구’ 시대는 지구의 고기후학을 연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데이터를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7억 1700만 년 전에 시작한 스타티안 빙하기(Sturtian glaciation), 6억 4000만 년 전에 끝난 해빙기를 이끈 중요한 사건으로 최근 첨단 장비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하이 샤오 교수는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지구를 뒤덮고 있던 얼음과 눈이 어떤 속도로 녹아내렸는지 처음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례를 통해 지금 진행 중인 지구온난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타 주립대학의 지질학자 캐롤 델러(Carol Dehler) 교수는 “이 두 가지 사례가 중국 남부 지역이기 때문에 지구 전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증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다른 지역에 있는 화산폭발 사례들을 면밀히 조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지역을 탐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중이다.
‘눈덩이 지구’에 대한 연구는 생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치면서 지구상에 살고 있던 생물군에도 큰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 향후 연구 결과에 대해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9-04-0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