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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9-02-13

웃으면서 뇌수술, "농담하니?" 수술 중 뇌 전기자극으로 편안함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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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수술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경험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뇌수술을 하는 동안 웃으며 농담을 하게 될 지 모른다.

간질을 앓는 한 젊은 여성이 미국 아틀란타에 있는 에모리대학교(Emory University)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이 환자는 수술 도중에 즐겁게 웃으면서 농담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보통 수술을 할때면 전신마취를 한다. 그렇지만, 간질 같은 일부 질병의 경우 환자의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로 수술을 해야 한다. 깬 상태로 수술을 하다니 생각하기 쉽지만, 뇌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머리에서 수술이 진행되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대부분의 환자는 공포와 염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에모리 의대 뇌과학자들이 두뇌의 어떤 부분을 자극했더니 환자는 공포심과 염려를 가볍게 떨쳐버렸다. 뇌과학자들이 환자들의 웃음을 터트리게 하면서 기분을 좋게 하는 비밀을 발견한 것이다.

전극이 대상속묶음에 들어간 모습의 개념도 Credit: From Bijanki et al, J. Clin. Invest.
전극이 대상속묶음에 들어간 모습의 개념도 Credit: From Bijanki et al, J. Clin. Invest.

이 특별한 여성환자는 우선 수술 전, 간질 발작에 대한 증상을 검진했다. 의사들이 대뇌의 연합 신경섬유인 대상속묶음(cingulum bundle)의 백색질 경로(white matter tract)에 전기자극을 하자, 환자가 즉시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어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

전기자극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한 외과의사들은 2일 뒤 그 여성환자를 대상으로 깨어있는 상태에서 뇌수술을 할 때 이 기술을 사용했다.

깬 채로 수술하면서도 공포감 안 느껴

이 같은 방법은 깬 상태로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매우 획기적인 방법이 될 전망이다. 어떤 환자들은 깬 채로 뇌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가 생긴다.

이는 수술 중 심각한 두뇌 기능의 손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취하는 예방조치이다. 의사들은 환자들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수술과 관련돼 언어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한다.

그렇지만 환자가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잘 하거나, 심장이 강하다고 해도 깬 상태에서 수술을 받는 것은 엄청난 공포를 불러 올 수 있다. 이 공포감은 예상치 못한 위험이나 부작용을 초래할 지 모른다고 에모리 대학의 켈리 비잔키(Kelly Bijanki) 조교수는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 여성 환자는 수술에 대한 염려를 하는 일반적인 환자였다. 그러나 막상 뇌수술 전 실시한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자 환자는 공포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의사들이 환자의 대뇌의 대상속(cingulum)에 넣어둔 전극에 전기를 넣어 자극을 시작했다. 여성환자는 즉시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꼈으며 자신의 가족에 대한 농담까지 말했다. 웃음과 농담속에서 여성환자는 깬 상태로 진행되는 뇌수술을 성공적으로 견뎌냈다.

의사들은 다른 2명의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진단을 할 때 역시 대상속묶음에 전기자극을 해서 좋은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4일 임상조사저널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실렸다.

대상속묶음은 두뇌의 피질 아래에 위치하면서 중뇌를 둥글게 둘러싼 모습이 마치 거들이나 벨트 같은 모양이다. 웃음과 편안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 대상속의 맨 앞, 위쪽 지점에 묶음(bundle)이 자리잡고 있다.

첫번째 환자와는 달리 대상속묶음 전기자극을 받은 2명의 다른 환자들은 깬 상태에서의 수술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진단을 위한 전기자극을 하자 두 사람은 모두 웃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통증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뇌 수술받는 환자 © American Society for Clinical Investigation 동영상 캡쳐
뇌 수술받는 환자 © American Society for Clinical Investigation 동영상 캡쳐

이번 연구 이전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두뇌의 어떤 부분을 직접적으로 전기자극 하면 웃음이 터진다는 것은 알려졌다.

그러나 대상속묶음을 자극하면 염려가 없어지면서 수술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이번 연구의 큰 특징이다.

대상속묶음을 자극하는 것은 두뇌의 다른 지역을 자극해서 효과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우울중이나 중독을 치료하려면 ‘뇌 앞쪽 줄무늬체’(ventral striatum)를 자극한다.

그러나 대상속묶음은 두뇌의 여러 부분을 연결하는 백색질의 교차로와 같은 곳이다. 대상속묶음을 자극함으로써 의사들은 두뇌 전체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게 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다른 뇌종양 수술에 응용할 수도

연구팀은 전기자극을 하기 위한 전극을 뇌 안으로 꽂아 넣을 때 간질발작을 제대로 기록하기위해 신중하게 선택했다.

대상속묶음을 자극하는 전극은 지금까지 해 온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르게 설치됐다. 특별한 궤적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첫번째 환자가 그 전에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보통과는 다르게 전극을 뒤쪽에서 넣음으로써, 넓은 범위의 대상속묶음을 접촉할 수 있었다.

에모리 대학 뇌과학자들은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아마도 대상속묶음을 전기자각하는 것이 뇌종양 제거 수술에도 역시 효과를 볼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대상속묶음 전기자극이 우울증이나 염려 혹은 통증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에 응용될 가능성도 있다.

웃으면서 뇌 수술을 하는 이 신기한 발견은 인간의 몸의 신비한 기능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9-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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