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 간 섬유에 갖가지 첨단 기술이 적용돼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 중의 하나는 마라톤 선수를 시원하게 하고, 높은 산을 등반하는 산악인을 따뜻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옷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새로운 섬유 개발에 뛰어들었고 최근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속옷과 겉옷 사이에 보온이 가능한 옷을 껴입거나 공기가 잘 통하는 옷을 갈아입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적외선 투과율 조절한 기능성 섬유
8일 ‘Phys.org', ‘사이언스 데일리’, ‘인디펜던트’ 등 주요 언론들은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팀이 주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특수 섬유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섬유는 적외선(infrared radiation)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우리 몸은 7~14 마이크로 미터 파장의 중적외선(mid-infrared) 형태로 열을 내보내고 있다. 연구팀에서 개발한 섬유는 섬유를 구성하고 있는 가늘고 긴 조직을 통해 이 적외선을 적절히 통과시킬 수 있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날씨가 더워 땀이 났을 때 이 섬유는 열량과 습도를 측정하고 중적외선 형태로 많은 양의 열(heat)과 함께 습기(moist)를 방출한다.
그러나 열을 너무 방출해 낮은 온도와 건조함이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섬유조직인 열 방출을 억제하고 이에 따라 습기 방출도 줄어들게 된다.
두 가지 기능을 지니고 있음에 따라 날씨가 더울 때는 몸을 시원하게 하고, 날씨가 추울 때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일이 모두 가능하다.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이 섬유를 사용해 체온의 35% 이상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섬유업계는 숨쉬는 스포츠웨어(breathable sportswear)란 타이틀로 체온조절용 특수 의류를 생산 판매해 왔다. 그러나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체온 조절이 5% 정도에 머물러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나 파격적으로 체온 조절이 가능한 데다 가격 또한 저렴한 특수 섬유가 개발됨에 따라 관련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 섬유로 만든 스웨터의 가격이 5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연구 논문은 9일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Dynamic gating of infrared radiation in a textile’이다.
“옷의 역사 바꿔놓을 수 있는 신기술”
알려진 대로 우리 몸은 7~14 마이크로 미터 파장의 중적외선 형태로 열을 방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피부와 의복은 이 빛을 이용한 열 관리에 능숙하지 못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셀룰로오스 트리아세테이트 바이모르프 섬유질(cellulose triacetate bimorph fiber)’를 공학적으로 설계 제작한 후 그 표면에 미세한 전도성 물질인 탄소나노튜브 박막을 코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은 인체에서 방출한 습기를 빨아들이거나 습기를 방출하는 두 가지 기능을 지니고 있다. 습기를 빨아들일 때 따뜻한 느낌을, 방출할 때 시원한 느낌을 갖게 된다.
논문 대표저자인 메릴랜드 대학의 화학 및 생화학자인 왕 유황(YuHuang Wang) 교수는 “온도가 올라가거나 습도가 변화하면 코팅 된 실 가닥들이 전도성 탄소나노튜브에 영향을 미치고, 방적사 사이에서 적외선을 조절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 적외선 통문 효과(infrared gating effect)가 방적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자결합(electromagnetic coupling)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결합이란 2개 이상의 회로 사이의 전자기가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섬유질로 기능성 섬유를 직조해 수시로 변화하고 있는 몸의 습도에 따라 몸에서 방출하고 있는 적외선을 35% 이상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왕 유황 교수는 “이 전자결합 효과에 따른 적외선 통문효과가 자동으로 열 관리가 가능한 기능성 섬유 시대를 열어놓아 향후 극한 상황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논문 공동저자인 물리학자 우양 민(Min Ouyang) 교수는 우리 몸을 라디에이터(radiator)에 비유했다.
“발생한 열의 일부를 대기 속에 방출하거나 흡수하려 한다”는 것. “그러나 의복의 미비함으로 인해 오랜 역사 속에서 불완전한 체온 관리를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은 적외선 조절을 통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옷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온도를 섭씨 2.7도 낮춰주는데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많은 과학자들이 놀라움을 표명하고 있다.
텍사스 대학의 화학자 레이 보맨(Ray Baughman) 교수는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왕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과거의 기능성 섬유와 비교해 적외선 투과율을 훨씬 높여 놓았다”며 “그동안 열 조절이 가능한 기능성 섬유를 애타게 기다려온 섬유업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앞으로 이 기능성 섬유의 상용화를 위해 보다 신축성 있고 사용이 편리한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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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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