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놀라운 기술들이 대거 출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우리 삶의 속도와 질을 한 단계 높여줄 5세대 이동통신이 실현되고, 인공지능을 통해 공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혁신 시대, 사이언스타임즈는 2019년 새해를 맞아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기술을 진단한다.
지난 11일 폐막한 ‘CES 2019’가 열렸던 미국 라스베가스. 올해도 ‘로봇’은 뜨거운 이슈였다.
이 곳에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로봇에서부터 스토리가 숨어 있는 로봇까지 각양각색의 로봇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글은 자사의 AI(인공지능)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설명하기 위해 각종 로봇 시스템을 활용했다. 이들은 관람객들이 ‘구글 어시스턴트 라이드(Google Assistant Ride)’를 타고서 거대한 360° 영상을 볼 수 있는 로봇투어(동영상 바로가기)를 마련했다.
로봇들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삶에 미칠 영향들을 하나의 뮤지컬 쇼처럼 구성했다. 열차를 타고 다니는 동안 흥겨운 음악과 함께 밥의 할머니를 위해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글이 준비한 이 거대한 뮤지컬 쇼는 우리 일상의 모습이 미래에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프롤로그와 같다. 전시장에서는 실제로 로봇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지 보여줬다.
인간과 함께 협업하며 인간의 힘을 증강시키는 로봇
로봇이 인간의 신체능력을 앞지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로봇은 공장에서, 재해현장에서, 놀이공원에서, 병원에서 자기 몫을 충실히 하고 있다.
로봇은 스마트 공장을 이루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2000년대 이후 공장은 로봇을 통해 제조업을 성장시켜왔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현장에서의 제조업 로봇은 문제가 있었다. 거대한 몸체와 무게로 인해 사람이 로봇의 작업영역에 들어가서 일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았던 것.
이에 로봇은 인간과 함께 가는 길을 선택했다. 가벼운 외관을 가진 협동로봇(Cobot)의 등장은 제조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현재 스위스의 ABB가 제작한 양팔 로봇 ‘유미(YuMi)’,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이 만든 ‘UR’, 독일 보쉬사가 내놓은 ‘APAS’, 쿠카 로보틱스의 ‘엘비알 이바(LBRiiwa)’ 등 수많은 글로벌 로봇기업들이 협동로봇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물류 로봇의 발달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아마존은 물류공장의 대부분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무인식료품점으로 대표적인 ‘아마존 고’에도 로봇을 활용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로봇은 인간의 힘을 증강시키는 ‘증강형 인간(Augmented Human)’이 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웨어러블 외골격로봇(exoskeleton robot)이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사람의 허리나 팔, 다리 등에 로봇장치를 부착해 재활, 치료 등 의료용도로 사용되거나 말 그대로 인간의 힘을 증강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다.
TV드라마 ‘여우각시별’에서는 교통사고로 하체마비가 온 주인공(이재훈 분)이 웨어러블 외골격 로봇 슈트를 착용하고 걷고 뛰며, 가공할 만한 팔의 괴력을 보여준다.
TV 드라마 속의 허구가 아니다. 실제로 로봇의 힘을 인간에 몸에 입혀 사람의 신체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다양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방위산업이다.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여러 차례 외골격 로봇 슈트를 선보였다. 병사들에게 지급된 외골격 로봇 슈트 ‘헐크(HULC)’와 허리에 달린 로봇팔로 중장비를 지탱하는 조끼 형태의 산업용 외골격 로봇 슈트 ‘포티스’가 그것이다.
록히드마틴은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군인들의 힘을 증강시키는 목적의 하체 외골격 로봇 ‘오닉스(ONYX)’를 공개했다.
로봇과 AI의 결합, 무엇을 의미하나
CES에서 구글이 보여주는 쇼에는 우리의 미래가 있다. 로봇은 인간의 신체능력을 증강해주고 인간과 함께 협업하며 공장에서 일을 할 것이다. 로봇은 AI를 탑재하고 인간의 충실한 심부름꾼이자 친구로 집이나 학교, 병원에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로봇의 모습은 사람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며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충직한 심부름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바이센테니얼 맨’의 로봇 앤드류나 ‘아톰’, ‘도라에몽’, ‘호빵맨’ 등 영화나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범(汎)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로봇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로 로봇과 AI의 결합은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을 건드리는 문제일 수 있다.
SF영화에서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AI와 로봇이 결합되어 인간을 멸종시키려 하거나(영화 ‘터미네이터’), 사육시키는(영화 ‘매트릭스’) 강AI(strong AI)의 모습을 더 많이 다루고 있다.
혹은 인간이 AI 로봇을 사육하려 하지만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거나(미드 ‘웨스트월드’), 인간을 감쪽같이 속이고 인간 세상에 편입하는(영화 ‘마키나’) 등의 문제를 다룬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로봇의 힘이 아니라 지능이다. 인간의 관리 능력을 벗어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슈퍼 AI가 등장한다면 인간은 그야말로 지구에서 퇴출대상 1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68년도에 제작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간 비행사들을 내쫓는 AI 할(HAL)은 인공지능이 인류를 보는 관점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할은 인간이 지구에 유해한 존재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타계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수차례 AI 로봇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해왔다. 그는 지난 2015년 런던 ‘자이트가이스트 컨퍼런스’에서 인간은 100년 내 AI 로봇의 반란에 의해 멸종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구글 딥마인드 설립자 데미스 하사비스 등 전 세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스웨덴에서 열린 ‘2018 국제 AI 공동회의(IJCAI)’에서 “인간의 간섭 없이 목표를 선정하고 공격하는 시스템은 위험하며, 이런 결정이 기계에게 위임 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살인 AI 로봇의 개발 및 제조, 거래, 사용에 참여하거나 협조하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평소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착한 로봇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풍선처럼 생긴 로봇을 설계해서 대중 앞에 선보이기도 했다.
결국 로봇의 진화방향은 인간이 쥐고 있다. 로봇 과학자들과 개발자들의 윤리의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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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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