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식해 신체기능을 돕는 임플란트 기기가 첨단기술과 접목돼 질병 치료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현재 몸에 이식하는 의료기기로는 인공 수정체나 치아 임플란트, 인공관절 등이 있다. 심장 박동을 보조하는 페이스메이커, 파킨슨병 환자에게 쓰는 뇌심부 자극기 등도 임플란트 기기에 해당한다.
최근 미국 신경과학자와 공학자 협동연구팀은 방광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약을 먹거나 전기자극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소형 이식기기를 선보였다.
이 기기는 특히 방광문제뿐 아니라 만성 통증 제어나 인슐린 분비 자극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질병 치료용 이식기기가 확대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의대와 일리노이대(어바나 샴페인),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의대 협동 연구팀은 방광의 과민성 활동을 감지한 다음, 생체 통합된(biointegrated) 작은 LED 빛으로 소변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부드럽고 이식 가능한 기기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현재 실험실 수준에서 쥐를 대상으로 작동되며, 앞으로 요실금이나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환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새로운 기기의 치료 전략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일자에 소개됐다.
비수술로 요도 통해 장치 이식 가능
과민성 방광과 통증, 염증, 빈뇨는 많은 사람들에게 흔하면서도 고통스런 비뇨기 문제다. 지난 30년 동안 심한 방광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방광을 조절하는 신경에 전류를 흘려보내는 전기자극 치료를 받아왔다.
이런 임플란트는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 증상을 개선하지만, 다른 기관에 대한 정상적인 신경신호를 방해할 수 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로버트 제로(Robert W. Gereau IV) 워싱턴대 마취과 교수는 “이 치료법은 신경자극에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로 교수팀은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새 장치를 개발했다.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벨트 모양의 이 장치는 미세한 수술을 통해 방광 둘레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방광이 소변으로 차고 비워짐에 따라 벨트는 팽창, 수축하게 된다.
광유전학 기술로 외부와 통신 및 조정
연구팀은 이와 함께 실험동물의 방광에 옵신(opsins)이라는 단백질을 주입했다. 옵신은 방광의 신경세포와 결합해 이 세포들이 빛 신호를 감지토록 한다.
이는 빛을 이용해 생체 조직에서 세포의 행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로, 빛 신호를 감지한 세포들을 활성화시킨다.
연구팀은 신체 밖에서 손에 쥐고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식된 기기의 블루투스 신호를 받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방광이 언제 가득 찼는지, 실험동물이 방광을 언제 비웠는지 그리고 소변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를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제로 교수는 “방광이 너무 자주 비워지면 외부장치가 방광 밴드장치의 마이크로 LED를 활성화하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 LED 빛이 방광의 감각 뉴런을 비추면 감각 뉴런의 활동이 줄어들게 돼 정상적인 방광기능을 회복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와 유사한 전략이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람에게 적용하는 장치는 쥐에게 사용한 것보다 더 크지만, 수술 없이 요도를 통해 카테터로 방광에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 확인 위해 조기 임상 필요”
논문 시니어 저자의 한 사람인 존 로저스(John A. Rogers) 노스웨스턴대 재료 과학 및 공학 교수는 “우리는 이 결과에 매우 흥분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는 신체와 동기화돼서 작동할 수 있는, 이식 가능한 자동 시스템의 핵심요소를 결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부적인 사례로 △생체 기관의 활동을 감지하는 정밀한 생체물리 센서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비침습적 수단 △무선으로 통신과 조정이 가능한 유연하고 배터리가 필요 없는 모듈 △피드백이 자동 조정되는(closed-loop operation) 데이터 분석 알고리듬 등을 꼽았다.
폐쇄-루프 작동은 기본적으로 장치가 문제를 감지했을 때만 치료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이 정상화되면 마이크로 LED는 꺼지고 치료는 중지된다.
제로 교수와 로저스 교수는 더 큰 동물에서 이와 유사한 장치를 시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이 전략이 다른 신체 부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만성통증을 치료하거나, 빛을 이용해 췌장 세포를 자극, 인슐린을 분비토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빛-감지 단백질(옵신)을 운반해 기관의 세포들과 결합시키는데 바이러스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제로 교수는 “우리는 바이러스를 사용한 옵신 발현이 안정적인지에 대해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으며, 더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 장기간에 걸쳐 안전한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때문에 이 전략이 완전히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조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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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1-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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