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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11-23

"개미도 예방접종 한다?" 사회네트워크가 질병 확산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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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사회생활 능력을 보여주는 개미가 ‘공중방역’에서도 효과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미집에 병원체가 침입하면 개미들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행동을 바꾼다. 이런 행동 수정을 통해 여왕개미와 알, 젊은 일개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3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는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원(IST) 실비아 크레머(Sylvia Cremer) 그룹과 로잔대 로랑 켈러(Laurent Keller) 박사의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높은 인구밀도와 개인 간의 빈번하고 밀접한 접촉은 질병이 급속하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개미들은 거주집단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사회조직에 적응하는 것을 포함한 방역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개미들은 다른 집단 구성원들과 아무렇게나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나이와 수행하는 과업에 따라 하위그룹에 조직돼 있다.

‘보모’(nurses)인 젊은 일개미가 거주집단 중심에 있는 귀중한 알들을 돌보는 동안 나이든 일개미들은 둥지 바깥에 나가서 식량을 모으는 수렵 채집자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개별 개미 사이의 모든 상호작용을 정량화하고 개미집단이 어떻게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수천 마리의 개미들에게 디지털 표지를 붙여 연구했다.  CREDIT: TIMOTHÉE BRÜTSCH
연구팀은 개별 개미 사이의 모든 상호작용을 정량화하고 개미집단이 어떻게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수천 마리의 개미들에게 디지털 표지를 붙여 연구했다. CREDIT: TIMOTHÉE BRÜT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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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켈러 그룹에서 개발한 바코드 시스템을 사용해 개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추적했다. 특히 질병이 퍼질 때 개미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2,266마리의 정원 개미들에게 디지털 표지를 달았다. 그리고 0.5초마다 거주지의 영상을 촬영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각 개미들의 위치와 행동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추적하고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개미들의 그룹 세분화가 질병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질병 확산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모든 수렵 채집 일개미의 10%가 접촉을 통해 쉽게 전염될 수 있는 곰팡이 포자에 노출되었을 때, 노출 전후의 개미집단 모습을 비교해 보았다. 개미들은 병원체가 침범하자 곰팡이 포자를 재빨리 탐지해 기존의 방어선을 더욱 강화하는 행동변화를 보였다.

실비아 크레머 박사는 “개미들은 자신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상호작용 대상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개미들 간의 소그룹이 더욱 강화되고 그룹 간의 접촉은 줄어든다. 수렵 채집 일개미들은 그들끼리의 상호작용이 더욱 많아지고, 보모 개미들은 같은 보모들끼리의 상호작용이 많아졌다”며, “이것은 개미 집단 전체에서 나타나는 반응으로 곰팡이 포자에 감염되지 않은 개미들도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로랑 켈러 박사는 “이는 동물사회가 질병 확산을 줄이기 위해 능동적으로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과학적 연구”라고 덧붙였다.

일개미도 알을 돌보는 젊은 ‘보모’ 개미와 밖에 나가 먹이를 사냥 혹은 수집해 오는 나이든  수렵-채집 개미로 나뉘어진다. 진딧물 꽁무니에서 꿀물을 얻는 일개미의 모습.  CREDIT: Wikimedia Commons / Dawidi, Johannesburg, South Africa
일개미도 알을 돌보는 젊은 ‘보모’ 개미와 밖에 나가 먹이를 사냥 혹은 수집해 오는 나이든 수렵-채집 개미로 나뉘어진다. 진딧물 꽁무니에서 꿀물을 얻는 일개미의 모습. CREDIT: Wikimedia Commons / Dawidi, Johannesburg, South Africa

개미의 '예방접종'

연구팀은 크레머 그룹이 개발한 매우 민감한 qPCR 방법을 사용해 각 개미들의 몸에 얼마나 많은 곰팡이 포자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정량화했다. qPCR법은 중합효소연쇄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표적화된 DNA 분자의 증폭 정도를 모니터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DNA가, 그리고 추론에 따라 처음에 얼마나 많은 곰팡이 포자가 존재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개미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에 포자 이동 패턴도 또한 바뀌었다. 다만 몇몇 개미만이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높은 용량의 병원체에 감염됐다.

아울러 더 많은 개미들은 낮은 용량의 병원체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전에 크레머 그룹이 보여준 것과 같이 병을 일으키지 않고 대신 미래의 감염에 대비한 방어적인 것으로, 마치 사람이 천연두 접종을 받는 것과 유사하다.

크레머 박사는 “병원체는 많은 개미의 어깨에 분포돼 있고, 개미의 면역계는 낮은 수준의 병원체를 매우 잘 다룰 수 있어 일종의 면역 기억 형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보모 일개미들이 알을 돌보는 모습.  CREDIT: TIMOTHÉE BRÜTSCH
보모 일개미들이 알을 돌보는 모습. CREDIT: TIMOTHÉE BRÜTSCH

여왕개미를 구하라

이번 연구는 또 개미집단이 귀중한 자산을 특별하게 보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번식을 담당하는 유일한 개체인 여왕개미와, 여전히 많은 시간을 집단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젊은 보모 개미들은 상대적으로 병원체에 덜 감염됐다.

켈러 박사는 “집단에서 모든 구성원이 보호될 수는 없으나 가장 귀중한 개체들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병원체에 노출돼 24시간이 지나면 사망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 생존실험도 해 봤다. 논문 제1저자인 로랑 켈러 그룹의 나탈리 스토리마이트(Nathalie Stroeymeyt) 박사후 연구원은 “상관관계가 높았다”고 말했다.

스토리마이트 연구원은 “병원체에 노출된 뒤 24시간 동안 다른 개마들과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각 개별 개미들이 받는 포자의 부하를 계산한 결과, 높게 예측된 부하를 가진 개미들은 낮은 부하를 지닌 개미들보다 노출 후 9일 이내에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모 일개미들보다 수렵 채집 일개미들의 사망률이 더 높았고, 모든 여왕개미들은 실험이 끝날 때까지도 살아있었다”고 밝혔다.

크레머 박사는 전염병 위험과 같은 문제에 개미가 집단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질병 역학의 일반적 원리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상호작용은 질병이 오가고 전염병이 어떻게 퍼지는가를 알 수 있는 통로가 된다”며, “개미를 대상으로 한 기본 연구는 다른 사회집단과도 관련될 수 있는 질병역학 과정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1-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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