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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10-26

사람들이 폭음하는 이유 뇌과학 통해 알코올‧도파민 보상경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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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을 폭음(binge drinking)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섭취하는 음주량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단시간에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왜 폭음을 하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왔다. 그리고 최근 뇌과학의 도움을 얻어 그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26일 ‘포브스’ 지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의 후성유전학 알코올 연구센터(Center for Alcohol Research in Epigenetics)에서 새로 발견한 경로를 통해 알코올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 그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폭음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도파민 분비에 이르는 보상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밝혀져 의료계 등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ddictioncampuses.com
폭음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도파민 분비에 이르는 보상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밝혀져 의료계 등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ddictioncampuses.com

특수 채널 통해 도파민 분비 촉진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이란 용어가 있다.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쇼핑, 인터넷 사용, 컴퓨터 게임, 도박, 성(性), 스마트폰 사용 등의 특정한 행위를 지나치게 많이 하는 상태를 말한다.

과학자들은 알코올이 뇌에 흡수됐을 때에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된다고 보고 있다. 뇌의 보상중추(reward center) 안의 신경세포(neurons)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을 분출하게 한다는 것.

도파민은 보상(reward)을 담당하고 있는 화학물질이다. 이 ‘기쁨의 화학물질(pleasure chemical)’은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의 뇌에 지금 보상을 받고 있다고 하는 신호를 보내 음주 행위를 계속하도록 만든다.

이 신호가 직접 전달되는 곳은 뇌의 보상중추인 복측 피개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이다. 과학자들은 VTA에 도파민이 도달하면 신경세포(neurons) 활동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활발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도파민이 ‘어떤 경로’를 거쳐 VTA에 도달하고 있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경로를 일리노이대 후성유전학 알코올 연구센터에서 밝혀냈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VTA에 있는 칼륨채널(potassium channel)과 같은 기능이 작동하는 것을 알아냈다. 칼륨채널이란 세포막에 있으면서 칼륨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 경로를 말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에 들어간 알코올 성분이 ‘KCNK13’이란 명칭이 붙여진 이 채널에 도달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리노이 의과대학의 마크 브로디(Mark Brodie) 교수는 “알코올에 의해 강하게 압력을 받은 ‘KCNK13 채널’이 신경세포들로 하여금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촉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며 “이 활동을 차단할 수 있다면 폭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코올 관련 질병 치료에 변화 예고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KCNK13 채널’의 크기와 활동량을 보통 쥐보다 15% 축소한 쥐를 유전자 복제했다. 그리고 알코올을 제시한 결과 보통의 쥐보다 30%나 더 많은 양의 알코올을 폭음하기 시작했다.

브로디 교수는 “이 동물 실험을 통해 ‘KCNK13 채널’의 활동량이 작은 쥐일수록 도파민 분비로 인한 더 많은 보상(reward)을 획득하기 위해 더 많은 알코올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알코올을 섭취한 후 복제 쥐의 보상중추인 복측 피개영역(VTA)의 신경세포 활동은 매우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KCNK13 채널’의 크기를 줄인 복제 쥐와 보통 쥐에게 같은 양의 알코올을 주입하고 VTA에 있는 신경세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복제 쥐의 신경세포 활동량이 보통 쥐의 50%에 불과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KCNK13 채널’이 작은 쥐일수록 더 많은 도파민을 원하지만,  VTA에 있는 신경세포 활동이 미진해 더 많은 알코올을 원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브로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KCNK13 채널’의 크기가 알코올에 대한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의 임상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경우 알코올 중독자 치료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계에서는 일리노이 대학의 연구 결과가 학계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한 의약품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파민 분비를 조절하는데 집중해온 이전의 의약품들과는 달리 알코올로 인한 ‘KCNK13 채널’의 활동량을 조절하면서 알코올에 대한 폭음을 억제하고, 또한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알코올 중독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쥐와 사람을 동일시할 수 없는 게 진실이다. 브로디 교수의 기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람 뇌의 보상체계가 쥐와 유사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이번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What Makes Your Brain Happy and Why You Should Do the Opposite’를 쓴 과학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디살보(David Disalvo)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일리노이대의 연구 결과는 뇌 안에서 알코올에 대한 보상 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며 “이 연구 결과가 인간 세계에 적용될 경우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평균 8만8000명이 알코올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매 시간 10명이 죽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엄청난 사람들이 유사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일리노이대의 연구 결과가 고대서부터 인류를 괴롭혀온 술과 관련된 질병을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10-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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