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MLB) 시카고컵스 팀의 내야수 벤 조브리스트(Ben Zobrist, 37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은 2006년이다. 이후 13년 간 맹활약을 해왔다.
2009년에는 투수‧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모두 한 번 이상 선발 출장하면서 타율 0.297, 출루율 0.405, 장타율 0.543, 홈런 27개라는 놀라운 기록을 수립했다. 2016년에는 소속팀인 시카고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7전 4승제) 7차전에서 연장 10회초 결승타를 쳤다. 이를 통해 시카고컵스는 108년 전에 시작됐다고 하는 이른바 ‘염소의 저주’를 풀고 8대 7 스코어로 극적인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머리카락 오차 잡아낼 만큼 매우 정확해”
이런 그가 올해 들어서는 심판과의 마찰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시카고 리들리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도 삼진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퇴장이다.
조브리스트는 0-6으로 뒤진 6회 무사 2루 상황에서 6구째 바깥쪽 빠지는 공에 스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판은 삼진을 선언했고, 그는 이에 격렬히 항의했다. 조브리스트는 결국 함께 항의하던 시카고컵스 매든 감독과 함께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이때 화제가 된 발언을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심판을 대신할 전자 스트라이크 존(electronic strike zone)을 사용해주기를 원한다”는 것. 연이어 퇴장을 당하면서 심판에 대한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린 작심발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사례는 한 두 번이 아니다. 조브리스트를 포함한 많은 선수들이 이해하기 힘든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자 판독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팽배해지고 있다.
26일 ‘보스턴 글로브’ 지는 그동안 사람이 담당했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로봇이 해야 한다는 논평을 실었다.
스포츠 담당 필진인 케빈 듀폰트(Kevin Paul Dupont) 씨는 “최근 조브리스트 선수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심판 판정 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호크 아이(Hawk-Eye)’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테니스 등 다른 경기에 도입되고 있는 ‘호크 아이’의 기능은 놀라울 정도다.
그는 “고양이나 쥐 등의 수염, 머리카락 정도의 오차를 잡아낼 만큼 정확도를 지니고 있으면서 빠르고 유능하다”며 “선수는 물론 심판진 그리고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크 아이’란 최근 테니스, 축구, 크리켓 등 구기 종목에서 사용되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말한다. 공과 선수의 움직임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로봇 심판이라고 보면 된다. 많은 구기 종목들이 이를 도입하고 있지만 야구에서는 부분적인 도입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경기 이끄는 주심의 권위 무시할 수 없어”
‘보스턴 글로브’는 유독 야구에서만 ‘호크 아이’ 도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릇된 판정에도 열광하는 일부 팬들의 분위기’를 꼽았다.
듀폰트 씨는 “이미 야구를 소재로 한 비디오 게임에서는 정확도가 매우 높은 판정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히며 “이미 대중화된 이 판정 시스템을 메이저리그 심판진이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전 야구심판이었던 에밋 애쉬포드(Emmett Ashford) 씨가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야구 경기에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완전무결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경기 운용이다. 일요일 저녁 야구 경기장에서 팬이 많이 몰리는 홈팀이 0-7로 지고 있을 때 ‘호크 아이’는 경기장 분위기가 어떤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 그는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려는 심판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롭 맨프레드(Rob Manfred) MLB 총재가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는 지금까지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관장해 온 주심을 경기장에서 퇴출했을 때 심판진의 권위가 사라지고, 이로 인해 경기를 운용하는 과정에 좋지않은 변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로봇 기능이 뛰어나지만, 그 때문에 심판진의 경기 운영 능력을 버릴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있다. 2000년대 초기 ‘호크 아이’를 설계하고 또한 특허를 낸 바 있는 폴 호킨스(Paul Hawkins) 박사는“경기 중 잘못된 판정이 선수 및 관중들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고, 경기 분위기를 망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크 아이’가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며 다른 경기들 역시 비디오 판독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야구장에 비디오 판독 도입이 느리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다른 구기와 달리 야구만 지니고 있는 경기적인 특성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하는 주심의 권위는 경기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권위의 상징이다.
그러나 사람인만큼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이로 인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심판의 권위와 ‘호크 아이’의 정확도 사이에 어떤 절충이 이루어질지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8-08-27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