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체의 기원과 생명체 역사를 설명한 새로운 연구가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고생물학자들은 고대의 생명체와 이 생명체들이 공유한 진화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초기 생명체의 화석 기록은 극도로 파편화돼 있고, 그 질은 시생대(Archaean) 쪽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크게 나빠진다. 시생대는 25억여 년 전 지구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 시기로, 지각이 냉각되며 대륙이 형성된 때다. 당시의 유일한 생명체 형태는 미생물이었다.
연구를 수행한 영국 브리스톨대 지구과학대 홀리 베츠(Holly Betts) 교수는 “시생대 화석은 거의 없으며, 일반적으로 청녹색 말류나 전세계 염분 습지를 핑크색으로 물들이는 소금 선호 고세균 같이 우리가 친숙한 혈통으로 분명하게 분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전체가 제2의 화석”
초기 생명체 역사를 알 수 있는 화석 증거는 너무 파편화돼 있고 평가가 어렵다. 때문에 초기 생명체 역사의 시간표에 대해 상반되는 의견들이 증폭돼 왔다.
이에 과학자들은 유전체 정보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논문 공저자인 브리스톨대 지구과학대 필립 도나휴(Philip Donoghue) 교수는 “화석만이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아니다. 생명에 대한 두 번째 기록이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의 유전체에 보존돼 있다”고 밝혔다.
같은 논문 공저자인 브리스톨대 생명과학대 톰 윌리엄스(Tom Williams) 교수는 “화석과 유전체 정보를 결합시켜 ‘분자 시계(molecular clock)’라고 불리는 접근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며 “이 접근법은 예를 들어 인간과 박테리아같이 두 살아있는 종의 유전체 차이의 수는 두 종이 공통의 조상을 공유했기 때문에 시간에 비례한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자 시계법으로 LUCA 확인
이 방법을 사용해 브리스톨대 팀과 배스(Bath)대의 마크 퍼틱(Mark Puttick) 교수팀은 지구 생명체 역사의 시간표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논문 공저자인 다비드 피사니(Davide Pisani) 교수는 “우리는 약 45억 년 전 지구 역사의 매우 초기에 존재한, 모든 세포 생명체를 형성하는 ‘최후의 보편적 공통 조상(the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LUCA)을 나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시기는 행성 테이아(Theia; 초기 태양계에 존재했을 것으로 가상되는 고대 행성)가 지구에 충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다. 이 충돌로 인해 지구는 불모지가 됐고, 달이 떨어져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인간 포함된 진핵생물은 1차 혈통 아니야”
피사니 교수는 “분자 시계 분석법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화석 증거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생명체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연구 결과에 따르면 LUCA 이후 약 10억년 뒤에 LUCA로부터 ‘1차적(primary)’인 두 생명 혈통인 진정세균(Eubacteria)과 고세균(Archaebacteria)이 출현했다”며 “화석 정보를 토대로 가장 오래된 진정세균과 고세균 화석 유물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유전체 정보의 위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과 식물, 곰팡이 등이 속한 진핵생물 혈통이 생명의 1차적 계보가 아니라는 현대적인 견해를 확인해 주는 것이다.
피사니 교수는 “인간이 수십 억 년 더 늦은 혈통에 속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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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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