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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7-12

수컷은 짝짓기 암컷을 어떻게 찾아낼까 이종교배 막는 진화적 변화 지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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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왕국의 연인들은 어떻게 알맞는 짝을 찾을까.

여기에는 생화학적 도움이 필요한데, 바로 '진화가' 동물들로 하여금 올바른 짝을 발견하도록 하는 예기치 않은 ‘지도’가 발견됐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은 초파리를 이용해 과일 주위에 몰려드는 수많은 파리들로부터 수컷초파리들이 어떻게 자기 종들을 골라내는지를 조사했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1일자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는 진화가 동물들이 영속적으로 존속하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오랜 믿음을 뒤집어 눈길을 모은다.

멀리 그리고 깊이 보다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같은 종을 식별하도록 돕는 화학물질(페로몬)을 탐지하고 처리하는 감각기관을 포함한 말초 신경계 여러 조직이 진화 과정을 통해 변화되어서 동물들이 아무 하고나 교배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말초 신경계 변화는 동물들이 짝짓기를 비롯해 종 특유의 행동을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것이 신경계에서 주요한 변화인지 단순히 지엽적인 것인지를 결정하기가 불가능했다.

초파리 종(D. melanogaster) 수컷이 같은 종 암컷을 인식하고 자극을 받아 P1 뉴런이 활성화된 모습. CREDIT: Laboratory of Neurophysiology and Behavior at The Rockefeller University
초파리 종(D. melanogaster) 수컷이 같은 종 암컷을 인식하고 자극을 받아 P1 뉴런이 활성화된 모습. CREDIT: Laboratory of Neurophysiology and Behavior at The Rockefeller University

신경생리와 행동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바네사 루타(Vanessa Ruta) 교수는 연구실팀과 함께 초파리의 가까운 두 종(Drosophila melanogaster와 Drosophila simulans)이 교미 때 자신의 종을 찾아가도록 진화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다수의 최첨단 유전학 장비와 영상 장비 및 자신들이 고안한 몇몇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수컷 앞다리의 감각 뉴런에서 발생하는 전기화학 자극을 추적했다. 이 감각 뉴런은 페로몬을 ‘감별(taste)’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정보는 뇌의 중앙처리장치로 연결된다.

짝짓기 행동 관장하는 뉴런의 차이

연구팀은 이 두 종 사이의 차이점이 초파리 뇌 심부의 짝짓기 행동을 관장하는 작은 뉴런 군체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상 말초신경계는 변화하지 않았고, 이는 다른 종들 사이에서 자신의 짝짓기 짝을 분명하게 선택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루타 교수가 예기치 못한 발견이었다.

루타 교수는 “이 분야 과학자들은 오랫 동안 초파리 앞다리 말초신경계가 관찰에 가장 간단한 장소라는 사실 때문에 진화적 변화가 거의 말초 부위에 부분적으로 국한되었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며, “예전에는 뇌 회로를 통해 전파되는 감각 신호를 추적할 수 있는 유전자 장비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종 암컷 페로몬에 상반된 반응

한 초파리 종(D. melanogaster) 암컷은 강력한 최음제로 작용하는 특별한 페로몬을 생산해 수컷의 짝짓기 행동을 유도한다.

흥미롭게도 다른 초파리 종(D. simulans) 수컷은 같은 페로몬에 강하게 반응하지만 이는 잘못된 종 암컷과의 구애를 막는 강력한 장벽 역할을 한다.

이를 보고 루타 교수팀은 신경계 진화적 변화의 어느 지점에서 초파리가 같은 페로몬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게 됐는지를 몹시 궁금하게 여겼다.

연구팀의 로라 시홀저(Laura Seeholze) 박사과정생이 해답을 찾기 위해 크리스퍼-CAS9 유전자 편집기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 초파리 두 종의 수컷들은 같은 방식으로 페로몬을 탐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뇌를 향해 가는 신경통로도 동일하며, 두 종 모두에서 이 통로는 두 개로 나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하나는 교미를 부추기는 이른바 흥분성 중간뉴런을 형성하고, 다른 하나는 충동을 완화시키는 억제적 중간뉴런을 만들었다.

D. melanogaster 수컷에게 같은 종 암컷을 인식하고 자극을 주자(왼쪽) P1 뉴런이 활성화된 모습(오른쪽) 동영상 캡처 CREDIT: Laboratory of Neurophysiology and Behavior at The Rockefeller University
D. melanogaster 수컷에게 같은 종 암컷을 인식하고 자극을 주자(왼쪽) P1 뉴런이 활성화된 모습(오른쪽) 동영상 캡처 CREDIT: Laboratory of Neurophysiology and Behavior at The Rockefeller University

두 초파리종 간 기능적 차이의 첫 번째 징후는 구애행동을 관장하는 P1 뉴런 군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테스트할 때 나타났다.

한 실험에서 두 종의 수컷에게 한 초파리 종(D. melanogaster) 암컷의 페로몬을 묻혀 이를 맛보도록 했다. 그러자 같은 종 수컷은 적절한 자극을 받아 P1 뉴런이 뇌 활동의 기능성 영상 확인 장치에서 밝게 빛났다. 반면 다른 종 수컷은 빛이 소멸되었다.  동영상

뉴런에 대한 입력 균형이 관건

연구팀은 다음으로 P1 노드를 직접 자극해 인위적으로 수컷들의 성적 욕망을 부추기거나 억제해 보았다. 이것은 어려운 실험이었다.

D. melanogaster 종은 실험실에서 널리 활용되는 종이어서 유전자 도구로 뉴런을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D. simulans 종은 거의 연구된 바가 없어 연구팀은 뉴런에 표지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기술을 고안해 짝짓기 선택에서 이 뉴런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조사해야 했다.

조사 결과 두 초파리 종에는 똑같이 흥분성 및 억제성 경로가 존재하며, 같은 페로몬에 상반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P1 뉴런에 대한 입력의 균형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D. simulans 종 수컷의 경우 다른 종들의 페로몬을 맛보게 하자 억제성 경로가 우세하게 돼 짝짓기 충동이 사라졌다.

루타 교수는 “여러 종들에 걸쳐 P1 뉴런에서의 상이한 반응들을 관찰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한 지점으로, 두 종 사이의 이종교배를 막기 위해 진화적 변화가 일어난 곳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루타 교수는 진화가 행동을 이끄는 추가적인 방법을 발견하기 위해 연구를 확장해 다른 초파리 종들을 더 연구해 볼 생각이다.

그는 이런 연구가 최근까지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으나 크리스퍼-CAS9 유전자 편집기를 비롯한 새로운 유전자 도구들이 나와 종들 간의 신경회로 비교 연구가 좀더 용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7-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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