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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6-15

"야생동물의 야행성화 우려" 인간 거주지 주변 동물, 야간활동으로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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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래온 것처럼 사람이 동물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사람들의 거주지가 늘어나면서 야생동물이 살 곳을 잃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행성 동물들이 야행성 동물로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15일 ‘사이언스’에 따르면 최근 버클리 대학의 연구팀은 인간의 농업과 사냥, 도시개발 등으로 인해 세계 전역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세계 전역에서 실시한 76건의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인간 거주지 주변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삶이 자연생태계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과 비교해 1.36배 더 야행성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주저자인 버클리대 케이틀린 게이너(Kaitlyn Gaynor) 박사는 “이런 변화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개발, 농업 확대 등으로 야생 동물 삶의 터전이 줄어들면서 많은 생동물들이 급속히 야행성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탄자니아 마냐라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다람쥐.    ⓒWikipedia
도시개발, 농업 확대 등으로 야생 동물 삶의 터전이 줄어들면서 많은 생동물들이 급속히 야행성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탄자니아 마냐라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다람쥐. ⓒWikipedia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동물 습성 파괴”

게이너 박사는 “일반적으로 낮과 밤의 활동량이 비슷했던 포유류 중 야간 활동을 68%까지 늘린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전의 야행성 동물들 역시 더 철저하게 야행성화 돼 인간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고양이 과의 포식 동물에서부터 사슴과 같은 유순한 동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특히 사슴의 경우 자신들이 사냥을 당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하이킹을 피해 숲으로 숨어들고 있으며 낮 활동을 줄여나가고 있었다.”면서 “이런 변화가 인간의 도시 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21세기 들어 도시 개발이 늘어나고 동물들의 자연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면서 동물들 역시 생존을 위해 삶을 패턴을 야행성화 하고 있다는 것.

주머니쥐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6대주에 살고 있는 62종의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연구에는 GPS 위치추적기(GPS trackers), 고성능의 적외선 동영상 카메라 등 동물들의 삶을 추적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대거 동원됐다.

이번 연구를 외부에서 도운 호주 디킨 대학의 야생동물 생태학자 유안 리치(wildlife ecologist) 교수는 “게이너 박사의 노력을 통해 지구 전역에 걸쳐 동물들의 삶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교수는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무분별한 도시 개발이 동물 생태계를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새로 등장하고 있는 야행성 포식동물들, 새로 형성되고 있는 먹이사슬 등에 대해 추가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논문은 과학 전문 ‘사이언스’ 지 15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The influence of human disturbance on wildlife nocturnality’이다. 논문 저자는 게이너 박사 외에 닐 카터(Neil H. Carter) 박사 등 3명이 공동 참여했다.

“야행성 동물 늘어나면서 생태계 위협”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동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 역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야생동물 생태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물의 야간 활동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야생동물들의 주·야간 활동을 분석하는데 집중됐다고 밝혔다. 6대주 75곳에서 62종의 포유류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간 거주지 주변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자연생태계에 살고 있는 동물들과 비교해 1.36배 더 야행성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게이너 박사는 “이런 변화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도시 및 도로 개발 등으로 인한 것”이라며, 향후 생태계 파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며 생태계 보존을 위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Lion King)’에서 왕 무파사는 “우리들이 모두 거대한 삶의 사이클 안에 연결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자가 그들의 사냥 습관을 바꾼다면 그들의 왕국 질서 역시 와해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생태학자들 역시 지금의 야생동물 야행성화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중이다. 이로 인해 야생의 먹이사슬 구조가 변화하고, 생존경쟁에서 일부 종이 소멸되는 등 세계적으로 동물 생태계 보존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즈 산맥에 살고 있는 코요테의 경우 급속한 야행성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하이킹 코스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게이너 박사는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코요테의 식사 시간을 변화시켰고, 그 결과 많은 코요테들이 밤 사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낮에는 다람쥐, 새 등의 약한 동물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산맥 생태계 전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산 들개인 딩고(dingoes)도 유사한 사례다. 사람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면서 사람 거주지 주변에 야생 고양이들의 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야행성 동물인 고양이들은 인간 거주지 주변에서 약한 동물을 공격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중이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과거 공룡이 포유류를 야행성화한 사례와 비교하고 있다. “당시 포유류는 낮 동안의 공룡 위협을 피하기 위해 야행성 능력을 발전시켰다.”며, “지금의 포유류 역시 인간의 위협을 피해 더욱 야행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너 박사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지금 인간들의 행동은 매우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할 만큼 동물들이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생태계 보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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