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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5-03

옥수수 뿌리들, 대화 나눠 정보교환 통해 생존 스트레스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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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식물도 대화를 나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최근 연구 결과 뿌리도 중요한 대화 수단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3일 ‘인디펜던트’ 지에 따르면 스웨덴 SLU(Swedish University of Agricultural Sciences) 연구팀은 겉보기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옥수수 뿌리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연구를 이끈 벨레미르 닌코비치(Velemir Ninkovic) 박사는 “뿌리를 통한 이 같은 접촉이 식물 상호 간의 상호작용을 이끌며, 미래 경쟁자를 예견케 하는 등 식물 삶의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이 뿌리를 통해 생존을 위한 중요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식물이 대화를 나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pro-soil.com
식물이 뿌리를 통해 생존을 위한 중요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식물이 대화를 나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pro-soil.com

땅 속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식물들이 접촉(touch)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무를 예로 들었다. 가지를 뻗어나가다 또 다른 나뭇가지에 부딪히면 성장을 멈추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학계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닌코비치 박사 연구팀은 식물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를 원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나뭇가지와 같은 지상이 아니라 땅 속의 삶이다.

지하 속에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뿌리들이 다른 뿌리들과 접촉하면서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 년 간에 연구를 거쳐 뿌리를 통해 생성되고 있는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규명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물들은 동물처럼 신경기관(nervous system)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전기신호(electrical signal)을 주고받지 않는다. 대신 식물 몸체 조직을 통해 화학적인 메시지(chemical message)를 느리게 교환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식의 소통이 땅 속에 서식하고 있는 균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물들은 이들 세균류와 먹이를 공유하면서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세균을 활용해 경고를 하고, 독을 내뿜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식물의 이런 움직임을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고 명명해왔다. 물론 학계로부터 승인받지 못한 비공식적인 용어다. 닌코비치 박사 연구팀은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기를 원했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받은 식물들이 뿌리를 통해 주변 땅속에 어떤 종류의 화학물질을 분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분사된 화학물질들이 또 다른 식물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떤 움직임을 유발하는지 확인하려 했다.

뿌리로 정보 주고 받으며 좋은 토양 선택

연구팀은 먼저 옥수수 묘(苗, seedlings)를 부드러운 브러쉬로 자극하면서 이 터치(touch)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 관찰했다. 그동안 식물학자들은 씨앗에 대한 이런 자극이 식물의 생존 영역을 침해하는 중요한 행위인 것으로 보고 있었다.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들이 갓 자라난 묘를 조금씩 잘라먹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묘들은 생존을 위한 특별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 닌코비치 박사팀은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을 시도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브러쉬 자극을 받은 옥수수 묘의 잎이 이전보다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땅속에 있는 뿌리들은 성장 속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식물 스스로 생존을 위해 화학적 반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또 다른 관심은 식물의 저항력이다. 식물이 초식동물들에게 공격을 당할 때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있었다. 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해 고약한 기름을 분출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나방이 날개를 뿌드득거리는 것 같은 거친 소리를 내고 있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닌코비치 박사팀은 이런 주장들을 확인하기 위해 브러쉬로 자극을 받은 옥수수 묘가 자라고 있는 토양과 자극을 받지 않은 묘가 자라는 토양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새로운 옥수수 묘에 두 종류의 토양을 접촉하게 한 후 어떤 토양을 선택하는지 관찰했다. 그러자 후자를 선택했다. 이런 움직임은 옥수수 묘의 뿌리들이 토양의 대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닌코비치 박사팀의 논문은 최근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인 ‘PLOS one’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boveground mechanical stimuli affect belowground plant-plant communication’이다.

닌코비치 박사는 “브러쉬로 자극을 받은 옥수수 묘가 이웃 옥수수 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식물들이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마다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식물이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에 대해 그동안 식물학자들 간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1980년대 ‘W-waves’란 전기자극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기술이 발전하고 세밀한 곳까지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식물 간에 소통이 일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세균학이 발전하면서 식물과 세균 간의 공생 관계에 대해 특기할만한 연구 결과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5-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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