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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5-02

지구상에 3만km 선박 직항로 존재 파키스탄에서 러시아까지, 과학적으로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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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reddit.com)은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된 소셜 뉴스 웹사이트다. 어떤 사람의 글이 등록되면 다른 사람들이 투표를 통해 ‘업(up)’, 혹은 ‘다운(down)’을 선택해 투표를 하고, 높은 선호도를 기록한 글이 주제별 섹션이나 메인 페이지에 올라가게 된다.

한 달에 약 1억7000만 명에 달하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있는 웹사이트다. 29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5년 전인 2013년 이 웹사이트에 선박이 지나다니는 항로와 관련, 색다른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파키스탄 남부 해안에서 배를 타고 방향키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직선으로 나아갈 경우 러시아 북동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포스팅을 한 사람은 미국 조지아 주 디케이터시에서 환경전문 변호사를 하고 있던 패트릭 앤더슨(Patrick Anderson) 씨였다.

지구 상에 3만2090.3 km의 선박 직항로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한 변호사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visitrockypoint.com
바다 위를 3만2090.3 km 직진할 수 있는 선박 직항로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한 변호사의 주장이 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visitrockypoint.com

레딧 사이트에 게재한 글, 컴퓨터로 입증

그는 ‘케플러온리노우즈(kepleronlyknows)’란 닉네임으로 올린 포스팅을 통해 배를 타고 직선항로를 따라 직진할 경우 3만2090.3km를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긴 선박 직항로가 될 것이라는 것.

그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구 변곡점(Extrem points of Earth)’이란 제목의 지도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그리고 (직항로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도상의 좌표를 찍어가면서 선박의 장거리 직진이 가능함을 증명하려 했다.

레딧에 이런 주장이 올라오자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위키피디아의 그의 주장이 상세히 올라왔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진위 논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아일랜드 연합기술연구센터(UTRCI)의 물리학자인 로한 차북스워(Rohan Chabuswar) 박사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앤드슨의 주장을 ‘바보 같다’고 일축했다. 직선 항로의 존재를 증명하기에 증거가 너무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동안 몰랐던 직항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증거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친분이 있던 뉴델리 IBM연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던 엔지니어 쿠샬 무커지(Kushal Mukherjee)에 연락했다. 그리고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의 ETOPO1 디지털표고 모델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수치표고모델은 지구 지형을 일정 크기의 격자로 나누어서 높이 값을 수치 형태로 기록한 데이터를 말한다. 이 모델을 활용할 경우 지형도 등고선을 이용하거나 항공사진, 혹은 인공위성 자료 등을 입체 분석해 1.8km 단위로 지구 지형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해수면과 비교해가면서 지형의 수직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임의의 기준면 ‘고도기준면(altitude data) 표시가 가능하다. 두 사람은 이 방식을 통해 어떤 지점이 육지이고, 어떤 지점이 바다인지 식별해나갈 수 있었다.

직항로 개설 위해 안전성 더 검증돼야

지구 표면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다음에는 기하학적으로 직항로의 가능성을 검증해나가기 시작했다. 지도상에 직항로를 이어나가면서 이른바 대원(great circle)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구 중심을 지나는 평면과 지구 구면의 교선이 되는 원을 말한다.

임의의 두 지점 사이에서 대권을 따라가면 최단거리가 되기 때문에 선박의 원거리 항행에 이용되고 있다. 적도를 생각하면 된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활용해 지구상에서 직항로가 가능한 모든 대원을 탐색했다.

그리고 2억3328만 개의 대원을 찾아냈다. 두 사람은 ‘분기 한정법(branch and bound method)’이란 알고리듬을 활용해 가장 긴 직항로를 탐색했다. 준비 과정은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최종 과정은 매우 수월했다.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랩탑 컴퓨터로 불과 10분 만에 고대하던 항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 과거 논란에 휩싸였던 앤더슨의 주장을 증명한 것이다. 관련 논문은 수학·물리학·천문학 등의 출판 전(preprint) 논문을 수집하는 웹사이트 ‘아키브(arXiv)’에 게재됐다.

파키스탄 남부 손미아니(Sonmiani) 해안에서 배를 타고 마다가스카르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 남아메리카와 남극 대륙 사이를 가로질러 태평양 북북서 쪽을 향해 직선을 항해하면 알래스카 군도를 거쳐 마침내 러시아 카라긴스키 지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두 사람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수직으로 항해할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직항로에 대해 궁금해왔으며, 이 문제를 ‘분기한정법’이란 새로운 알고리듬을 통해 증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논문 제목은 ‘Longest Straight Line Paths on Water or Land on the Earth’이다. 지구의 둥근 표면을 넓게 펼친 지도에서 보면 항로가 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지구 상공에서 보게 되면 완벽한 직선 항로가 전개된다.

연구팀은 지구의 세 개를 사용해 지구 표면의 돌출로 인한 어떤 방해도 없이 안전한 직항로가 존재함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지리학자 케이스 클라크(Keith Clarke) 교수는 두 사람이 최적화된 알고리듬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교수는 그러나 지구상에 직항로를 개설할 수 있는 완전 구체(perfect sphere)가 가능하다는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데이터 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1.8km의 단위로 지구 지형을 측정한 만큼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과 포르투갈 항로 사이에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보다 더 세밀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박 직항로의 이론이 완전히 입증돼 실제 항로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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