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바둑, 퀴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압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에게 뒤진 영역이 있었다. 가구를 만드는 것 같은 손으로 하는 복잡한 수공작업이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인간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이 사람과 경쟁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19일 ‘사이언스’, ‘가디언’, ‘ABC’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소재 난양기술대학의 공학자들이 실제로 판매가 가능한 의자를 조립해 완성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에는 한 개의 3D카메라, 두 개의 산업용 로봇 팔, 힘 조절이 가능한 센서 등이 장착돼 있다. 연구진은 이 로봇으로 가구 생산·판매업체인 이케아에서 18파운드(한화 약 2만73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의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로봇이 사람보다 더 뛰어나”
언론에 공개된 시연 장면에 따르면 이 로봇이 의자를 완성하는데 20분 19초가 걸렸다. 이중 로봇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 입력 시간 등 준비 과정을 제외하면 실제로 조립에 걸린 시간은 8분 55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케아 대변인은 “이전에 사례에 비추어 한 사람이 같은 의자 한 개를 조립하는데 10~15분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봇이 사람보다 더 빨리 의자를 제작함에 따라 수공 분야에서 인간 우위를 자랑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난양기술대학 연구진은 로봇의 능력을 사람과 비교하기 위해 이번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논문 수석저자인 쾅-쿠옹 팜(Quang-Cuong Pham) 교수는 “이미 가구 등 손재를 요하는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다수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공 분야에서 로봇이 사람을 따라올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교수는 “실험 결과 로봇이 사람보다 더 완벽하게 가구를 조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은 18일 ‘사이언스 로보틱스’ 지에 게재됐다. 팜 교수와 함께 프란시스코 수아레즈-루이츠(Francisco Suárez-Ruiz), 시안 츄(Xian Zhou) 등의 연구진이 작성한 논문 제목은 ‘Can robots assemble an IKEA chair?’이다.
그동안 많은 공학자들이 수공 능력을 지닌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의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설계 능력이다.
의자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을 인지하고 부품들을 어떻게 조립할 것인지 도면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의자를 제작하면서 어떤 충돌과 손상도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등 장인과 같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손재주 필요한 분야에 로봇 투입 가능
이런 문제를 첨단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2개의 로봇 팔은 3D 카메라, 정밀 센서 등의 도움을 받아 마치 장인이 정교하게 팔과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의자를 조립할 수 있었다. 부품에 뚫려 있는 구멍에 핀을 꼽을 때 역시 그 강도를 정확히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로봇이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부품을 로봇 근처에 가져다주는 등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람처럼 스스로 알아서 의자를 조립하는 데까지는 정교함을 더 높이는 등의 더 많은 기술적 진화가 요구된다.
이번 실험에서 로봇은 몇 개의 나무 핀을 떨어뜨리거나 조립한 부분을 다시 해체하는 등 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현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이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확장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
더구나 현장에서 요구하는 일은 의자를 조립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을 요하는 것들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의자보다 더 복잡한 구조의 가구를 조립하기 위해 실수와 손상, 시간 낭비가 없는 더 세심한 로봇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팜 교수는 그러나 “후속 연구를 통해 보다 수개월 안에 어려운 가구를 조립할 수 있는 로봇을 선보일 계획으로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지금의 기술로도 로봇 기능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후속 연구를 통해 로봇의 능력들이 모두 종합된 최고의 로봇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고 사람과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이 로봇의 능력도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로봇공학자 에드워드 존스(Edward Johns) 교수는 “지금의 추세에 비추어 머지않아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로봇이 사람이 해오던 정교한 일들을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한 부품을 만든다던지, 그리고 정교한 못을 박거나 마름질과 같은 세심함이 필요한 작업이 필요할 때 로봇이 투입돼 마치 뛰어난 장인이 만든 것 같은 멋진 수공 공예품들을 대량 생산할 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
웨스트잉글랜드대 로봇공학자 마뉴엘 쥴리아니(Manuel Giuliani) 교수는 “보다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공학자들이 더 부드러운 동작으로 미끄럽거나 소프트한 물질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로봇 팔을 기반으로 로봇은 주로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데 사용돼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민속품, 공예품과 같은 장인과 같은 손재주가 필요한 분야에도 로봇 사용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조만간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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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4-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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