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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4-10

지구 생명체는 어떤 환경에서 탄생했나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이 생명체 구성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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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0억년 전 지구는 산소가 부족한데다 화산 분출에 따른 폭발과 소행성 충돌 등으로 가장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조차 살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이 혼돈기의 와중에 지구의 화학적 환경이 생명체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마침내 지구 최초의 유기체가 탄생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무엇이 이 중요한 전환점을 촉발시켰을까? 그 급변하는 불안정한 세계에서 살아있는 유기체들은 어떻게 모아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떤 화학반응이 최초의 아미노산과 단백질 및 다른 생명체 구성요소들을 만들어냈을까? 이 같은 질문들이 지난 수십년 동안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밝히려고 애써온 연구자들의 뇌리를 맴돌았다.

최근 미국 매서추세츠 공대와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행성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최초의 생물체가 출현할 즈음에 집중적으로 존재한 핵심 성분들을 확인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황화물 음이온이 RNA 화학반응 가속화시켰을 듯

연구팀은 황화물 음이온(sulfidic anions)으로 불리는 분자 종류가 지구의 호수와 강에 풍부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 39억년 전 화산이 분출되며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을 대기로 방출했고 이로 인해 이산화황들이 황화물 음이온 특히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으로 물에 용해돼 정착됐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이 분자들은 호수나 강과 같은 얕은 물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았다.

MIT 지구와 대기 및 행성과학부 서크릿 란잔(Sukrit Ranjan)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얕은 호수에서 이 분자들은 환경의 불가피한 구성요소였을 것”이라며, “이 분자들이 생명의 기원에 필수요소인지의 여부를 규명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란잔 박사팀의 예비 연구에 따르면 황화물 음이온은 생물발생 이전의 아주 단순한 분자들을 생명의 유전적 구성요소인 RNA로 변환하는데 필요한 화학반응을 가속화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란잔 박사는 “이번 연구가 나오기 전에는 초기 지구의 자연상태 물에 어느 정도의 황화물 음이온이 존재했는지에 대해 알지 못 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며, “이 발견은 초기 지구에 대한 우리 지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실험실에서의 생명의 기원 연구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란잔 박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우주생물학’(Astrobiology)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화산 분화 등으로 생긴 아황산염 등의 분자가 초기 지구의 호수와 강에 풍부하게 생성돼 생명체 기원의 환경을 조성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Credit: MIT News
연구팀은 화산 분화 등으로 생긴 아황산염 등의 분자가 초기 지구의 호수와 강에 풍부하게 생성돼 생명체 기원의 환경을 조성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Credit: MIT News

초기 지구환경 상황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존 서덜랜드(John Sutherland) 박사가 이끄는 화학자팀은 2015년에 시안화수소와 황화수소 및 자외선을 이용해 RNA의 전구체를 합성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 모든 요소들은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하기 이전 초기 지구에서 이용 가능한 물질들이다.

화학적 관점에 볼 때 이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신빙성이 있었다. 즉, 실험실에서 수행한 화학반응은 오랫 동안의 화학적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생명체의 유전자 구성요소를 성공적으로 창출해 냈다. 그러나 행성 과학의 관점에서 그러한 구성요소들이 최초의 생물체를 탄생시킬 만큼 충분한지의 여부는 불투명했다.

예를 들면 충분한 시안화 수소가 존재하려면 혜성들이 지속적으로 지구 표면에 쏟아져야 했다. 또한 화산 분출에 의해 엄청난 양이 방출될 수 있는 황화수소 분자는 상대적으로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이 대기 중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시안화 수소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란잔 박사는 화학적 관점에서 생명의 기원 퍼즐에 접근하는 대신 행성의 관점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했을 당시 초기 지구의 조건들을 확인해 내려고 시도했다.

란잔 박사는 “생명의 기원 분야는 전통적으로 화학적 경로를 파악하고 자연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해 온 화학자들에 의해 주도돼 왔다”며, “그들은 매우 훌륭한 일을 하지만, 생명이 있기 전의 초기 지구 조건들은 어떠했나, 그들이 상정한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났을까 등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을 뿐더러 초기 지구의 무대 설정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기 지구에서는 잦은 화산 활동으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 등이 대기로 분출됐다. 1991년의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출. 화산재가 19km까지 치솟았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D. Harlow
초기 지구에서는 잦은 화산 활동으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 등이 대기로 분출됐다. 1991년의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분출. 화산재가 19km까지 치솟았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D. Harlow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이 초기 생명체 구성에 영향”

2016년 8월에 란잔 박사는 케임브리지대에서 화성에서의 화산 활동과 이 화산활동으로 화성의 무산소 대기에 방출되었을 가스들의 유형에 대해 얘기했다. 그 토의에서 화학자들은 동일한 일반 조건이 생명이 시작되기 전의 지구에서도 일어났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란잔 박사는 “그들은 초기 지구에는 산소가 많지 않았고 화산 폭발로 이산화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배제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아황산염이 있어야 했고, 그들이 ‘아황산염 분자가 얼마나 많이 있었을지 말해 줄 수 있느냐’고 얘기해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행성 과학과 새러 시거(Sara Seager) 교수와 시거 교수의 대학원생이었던 레뉴 후(Renyu Hu)가 이전에 개발한 화산 활동 모델로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란잔 박사는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했을 즈음인 39억년 전에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질학적 기록을 참조한 다음 시거 교수팀의 계산에 따라 화산 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가스의 유형과 농도를 살펴봤다.

이어 물을 포함한 간단한 지구화학적 모델을 만들어 이 가스들이 얕은 호수나 저수지에 얼마나 용해될지를 계산했다. 드넓은 바다가 분자들이 손쉽게 소산될 수 있는데 비해 호수나 저수지는 생명 형성 반응을 집중시키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그는 계산을 수행할 때 예기치 않은 주제의 문헌을 참조했다. 바로 포도주 양조였다. 포도주 양조는 물에 이산화황을 녹여 무산소 조건에서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을 만드는 것이 초기 지구에서의 상황과 부분적으로 흡사했다.

란잔 박사는 “논문을 작성할 때 우리가 인용한 많은 상수와 데이터는 포도주 화학 저널에서 가져온 것인데, 그 이유는 포도주 양조가 바로 현대 지구에서 무산소 환경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와인 화학을 참고해 ‘일정 분량의 이산화황이 있을 때 물에 용해되는 양은 얼마나 되고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란잔 박사는 흥미롭게도 포도주 제조 과정의 무산소와 이산화황 환경에서 초기 지구 환경을 착안했다.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으깬 모습과 숙성시킨 포도주의 이산화황 수치를 테스트하는 기계(오른쪽) Credit: Wikimedia Commons / Agne27 at English Wikipedia
란잔 박사는 흥미롭게도 포도주 제조 과정의 무산소와 이산화황 환경에서 초기 지구 환경을 착안했다.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으깬 모습과 숙성시킨 포도주의 이산화황 수치를 테스트하는 기계(오른쪽) Credit: Wikimedia Commons / Agne27 at English Wikipedia

학문 공동체 간 의견 교환 필요

결과적으로 그는 화산 폭발이 막대한 양의 이산화황과 황화수소를 대기 중에 분출시켰고, 이산화황이 얕은 물에서 더욱 쉽게 용해돼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 형태로 황화물 음이온을 대량 집적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란잔 박사는 “화산 분출이 진행되는 동안 호수에서는 이 화합물 분자의 실험실 수준 농도에 해당하는 밀리몰 수준까지 용해됐을 수 있다”며, “이는 엄청난 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초기 지구에서 실제 활용 가능했던 물질로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을 지적한다. 이 물질들은 화학자들이 당장에라도 실험실에서 생명의 전구 물질로 합성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란잔 박사팀의 초기 실험은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이 실제로 생체분자가 형성되도록 하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고 시사한다. 연구팀은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 그리고 수황화물로 리보뉴클레티드를 합성하는 화학반응을 수행한 결과 아황산염과 중아황산염이 수황화물보다 더 높은 수율로 10배나 빠르게 리보뉴클레오티드와 관련 분자들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황화물 음이온이 최초의 생명 형태를 창출하는 초기 성분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분자들이 지구의 생명 발생 이전 환경에서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란잔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공동작업의 기회를 열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행성과학 연구 공동체와 생명의 기원 연구공동체가 서로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학문 간의 상호 교류가 어떻게 간단하면서도 강력하고 중요한 통찰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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