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겉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이르는 말이다. 달걀의 겉 부분은 아주 딱딱하지는 않지만, 사과나 귤의 ‘껍질’처럼 찢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어학자들은 부드러움을 표현하는 '달걀 껍질' 대신 ‘달걀 껍데기’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걀껍데기는 93.7%가 무기염류 성분이어서 단단한 느낌을 주고 있다. 달걀껍데기에 들어 있는 무기염류로는 칼슘카보네이트가 대부분이고, 그 밖에 적은 양의 마그네슘카보네이트 등의 무기질로 구성돼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닭 배아를 둘러싸고 있는 이 달걀껍데기가 부화상황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그리고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으면서 안전하게 병아리를 부화할 수 있는지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왔다.
“나노 차원의 구조 거의 완벽하게 해독”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칼슘카보네이트가 주성분인 달걀껍데기는 세 겹으로 구성돼 있다. 병아리가 부화할 때가 되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분자 차원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1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캐나다 맥길대학 연구진은 이 달걀껍데기가 나노구조로 돼 있으며 부화 상황에 따라 그 밀도가 변하면서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논문 공동저자인 맥길대학의 마크 매키(Marc McKee) 교수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달걀껍데기가 부서지기 쉬운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매우 얇지만 일부 금속보다 더 강할 만큼 강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
교수는 “나노 구조의 이 달걀껍데기가 평소에는 형태로 닭 배아를 감싸고 있다가 부화 시에는 병아리의 힘으로 깨질 만큼 약해진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매우 강했다가 부화 때 깨고 나올 수 있도록 극도로 약해진다며, 신축성있게 그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맥길대는 그동안 교수들 간의 협동연구를 통해 달걀껍데기의 구조를 분석해왔다. 매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신비(mystery)로 여겨져 왔던 달걀껍데기의 나노 차원의 구조가 거의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은 3월30일자 영향력있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Nanostructure, osteopontin, and mechanical properties of calcitic avian eggshell’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공룡으로부터 진화한 새들이 배아 성장을 위해 바이오광물화된(biomineralized) 알껍데기를 신축성있게 진화시켜왔다는 것. 맥길대 연구진이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된 진화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수백만 년 동안 크리스탈 형태로 진화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달걀껍데기의 골격을 구성하는 오스테오폰틴(osteopontin)이다. 이 단백질에는 다수의 칼슘결합 부위가 들어 있으며 그 결합을 통해 입체 구조가 변화하고, 그 변화에 따라 골격을 비롯 다양한 조직이 발현된다.
맥길대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 단백질이 달걀껍데기 전체에서 다수 발견됐으며, 단백질 속에 들어있는 칼슘카보네이트가 달걀껍데기를 구성하는 무기질을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전자현미경, 상기집중이온빔(focused-ion beam)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달걀껍데기를 분석했고, 그 결과 껍데기를 구성하고 있는 껍데기 층 모두에서 다른 무기질을 포함하고 있는 수정 같은 칼슘카보네이트가 질서정연하게 배열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나노 차원의 구조물들은 바깥 껍데기 층으로 나아갈수록 더 작은 규모로 촘촘하게 배열돼 있었던 반면 안쪽 껍데기 층으로 들어갈수록 그 크기가 더 커지고 있었다. 이는 오스테오폰틴 성분이 더 적게 포함돼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방식을 통해 달걀껍데기는 매우 치밀한 구조로 알 속에 있는 배아를 보호하고 있었다. 매키 교수는 “치밀한 설계에 의해 제작된 것 같은 이런 세밀한 구조는 외부적으로는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껍데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소프트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으며, 연약한 배아가 편안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실 확인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부화 과정이 아닌 일반적인 보관 상태에서 달걀껍데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을 시도했고, 상황에 따라 껍데기 층의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크리스탈 형태의 나노 구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스테오폰틴 성분을 가지고 나노 차원의 정밀한 구조물(scaffold)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지난 수백만 년 동안의 알의 진화 과정이 달걀껍데기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시조새 이후 새의 알들이 어떻게 구조를 변경해가면서 진화해왔는지 그 실마리를 밝힐 단서가 되고 있다. 또한 알 안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규명이 가능해졌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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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4-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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