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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1-17

독감 백신을 믿어도 될까? 백신 효과, 최근 40~60%에 도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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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시즌이다. 지구 북반구에서 겨울을 맞은 나라마다 급성 호흡기질환인 독감(influenza) 때문에 큰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독감 백신 때문이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렸다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독감 백신이 오히려 독감에 걸리게 한다든지, 대형 제약회사들이 더 비싼 감기 치료제를 팔아먹기 위해 WHO(세계보건기구)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각이 있는 사람들은 백신(vaccine)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100여 년 간 의료계는 백신 예방접종이라는 놀라운 방식을 통해 미생물로 인한 죽음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독감 백신의 효능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백신 효능이 60%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4~2005년 10%에서 4~6배 상승한 것이다.  ⓒCDC
독감 백신의 효능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백신 효능이 60%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4~2005년 10%에서 4~6배 상승한 것이다. ⓒCDC

2004~2005년 백신 효능 10%에 불과

우리 몸은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한다. 이 항체는 나중에 동일한 항원에 감염되었을 때 신속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 사실을 알아낸 과학자들은 인위적으로 힘이 약화된 바이러스로부터 독소액을 채취해 인공 항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항원을 사전에 주입해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미생물학의 기초를 놓은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이 항원을 백신이라 불렀다.

백신의 효능은 놀라울 정도다. 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인 MMR백신의 효능은 97%에 달한다. 수두 백신은 98%, 파상풍 백신이라 불리는 파상풍톡소이드(tetanus toxoid)는 그 효능이 100%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접종되고 있는 가장 뛰어난 독감 백신의 경우 그 효능이 감기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최고 40~60%에 불과하다. 이 수치 역시 지난 10여 년 간 과학자들이 보여준 눈부신 의학 발전에 의해 이루어낸 결과다.

미국 CDC(질병 및 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4~2005년 독감 백신의 효능이 10%에 불과했다. 2010~2011년에는 그 효과가 60%에 도달해 독감 백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4~2015년에는 효과가 19%로 추락해 기대감을 무너뜨렸다.

백신에 대한 공포 역시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백신에 대한 불신감을 고조되면서 미 CDC는 급하게 독감 백신이 효능이 없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독감 백신을 믿지 말 것을 설득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독감 백신의 효과는 절반을 밑돌고 있는 중이다. 미 CDC 통계를 기준으로 2005~2017년 기간 동안 백신 효과를 평균해보면 40.8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독감 백신이 쓰레기’라는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매년 3~4종의 독감변종 백신 개발 중

인터넷 등을 통해 독감 백신에 대한 불만이 난무하고, 가짜뉴스가 돌아다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상황에 따라 교묘하게 그 기능을 변신해 그 모습을 따라잡기가 매우 힘들다.

독감을 놓고 과학자와 백신과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일 ‘가디언’ 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과학자들의 백신 연구가 놀라운 수준에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이 매년 세계적으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3~4종의 독감 변종을 예측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백신이 개발되고, 많은 사람들이 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으며, 또한 다음 유행할 독감에 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독감 바이러스는 빛이 전달되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람과 사람을 통해서 전염된다. 어떤 경우에는 축사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가축들을 통해, 어떤 경우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들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그들이 적응하고 있는 면역시스템에 직면해 그동안 지니고 있던 기능을 포기하고 다른 바이러스들과 유전자를 결합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의 바이러스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골치 아픈 수많은 변종이 생겨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이렇게 많은 변종 가운데 다음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변종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놀라운 업적에 속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독감 바이러스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달걀이다. 그 안에서 거의 반년 동안의 느린 과정을 거쳐 천천히 자라난다. 이 바이러스를 관찰하면서 유행에 대비할 바이러스를 개발해야 한다.

지난 2004년 독감백신 효능이 10%로 떨어진 것은 이 과정이 너무 늦게 완료됐기 때문이다. 최소한 2월 이전에 백신 개발이 완료된 후 그것을 세상에 배포해야 하는데 시간이 초과돼 새로운 독감 예방에 대처할 수 없었다.

2004년의 긴박한 상황이 지금 모두 해소된 것이 아니다.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독감 유행을 방치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독감 백신 개발을 놓고 독감 변종과 과학자들 간의 서로를 예측해야 하는 이상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감 백신의 효능을 놓고 방역당국과 일반 대중 사이에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백신 예측 기술은 의료 역사상 놀라운 수준에 도달해 있는 중이다. 지나친 불신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1-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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