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의 DNA를 펼친다면 그 길이가 얼마나 될까? 지구에서 명왕성까지의 거리, 그러니까 대략 40억~70억km쯤 된다. 사람 세포의 핵은 약 1000분의 1mm밖에 안 되는데 그 핵 안에 있는 DNA는 길이가 2m나 된다.
어떻게 그 좁은 곳에 2m의 DNA가 들어갈 수 있을까? 이 같은 생물학적 수수께끼는 DNA의 3차원 구조를 이해하는 중심이 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와 소크연구소(Salk Institute) 과학자들은 인간 염색질(chromatin)에 대한 3D구조를 밝히는데 성공했다. 염색질은 인간의 살아있는 세포의 핵 안에 있는 DNA와 주변 단백질이 결합된 것을 말한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니어 저자인 소크연구소의 클로다 오세어(Clodagh O'Shea)부교수는 “생물학에서 아주 힘든 도전 중 하나는 핵 안의 DNA의 구조를 발견하는 것이며, 그것이 게놈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발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오세어 교수는 “이것이 유전자 기능과 활동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생물학적 구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DNA는 핵 안에 무질서하게 포개져 있어
프란시스 클릭과 제임스 왓슨이 DNA구조가 이중나선임을 밝힌 이래 과학자들은 어떻게 DNA가 핵 안에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하게 생각해왔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염색질의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솜은 30nm, 120nm, 320nm로 점점 더 굵어지는 별개의 섬유로 접히면서 염색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누구도 이런 염색질을 직접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세포는 분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연구팀은 DNA가 잘 정돈된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DNA는 핵 안에 무질서한 방식으로 포개져 있어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좋게 되어 있다고 연구팀은 발표했다.
오세어 연구팀은 여러 개의 후보 염료를 시험한 끝에, 빛으로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염료를 발견해서 DNA의 표면을 색칠할 수 있는 일련의 복잡한 화학적 반응을 수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방법으로 결국 살아있는 세포안에서 세포의 구조와 3D 폴리머조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연구팀과 협력했으며 특히 현미경 전문가인 마크 엘리스만의 도움으로 3D구조를 규명했다. 오세어 연구팀은 염색질 염료를 전자현미경 단층촬영과 결합하는 이 기술에 ‘ChromEM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소크연구소의 호릉 우(Horng Ou)는 “DNA가 어떤 형태로 핵 안에 들어있는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교과서는 만화로 그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는 “핵에서 추출돼 실험관에서 처리하는 염색질은 손상되지 않은 세포안의 염색질과 다르게 보일 수 있으므로, 염색질을 살아있는 형태로 보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암 진단 및 치료에 도움 줄 듯
오세어 연구팀이 측정한 결과, 염색질은 반쯤 유연한 목걸이 같은 체인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체인은 5nm에서 24nm 크기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염색질이 어떤 구조적으로 정돈된 상태로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DNA 조직에 대한 교과서를 바꿀지도 모를 이같은 발견은 암과 같은 질병을 예방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매우 유익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세포의 핵 안에서 DNA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에 묶여 염색질이라는 복잡한 물질을 만드는데 이 염색질이 염색체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DNA는 극도로 밀집한 상태로 핵 안에 들어있다.
-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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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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