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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2-07

잠자는 동안 당신 뇌는 줄어든다 복잡한 시냅스 회로, 20% 가지 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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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잠을 잘까, 그리고 잠을 자는 동안 사람의 뇌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궁금증에 하나의 답변이 나왔다.

사람의 뇌에는 수 조 개의 신경세포(neuron)가 있는데, 이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는 시냅스(synapse)로 연결된다.  뇌에서 내리는 명령은 신경세포를 타고 근육으로 전달되 움직이기도 하고,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형성하는 복잡한 회로에 기억이 저장되기도 한다.

위스콘신대학, 쥐 뇌 시냅스 사진 분석

미국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은 쥐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 쥐가 잠을 잘 때 대뇌피질(cerebral cortex) 시냅스의 약 18%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고 3일자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사람의 경우 “잠 잘 때 대뇌피질 시냅스의 20%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나뭇가지 같은 모양의 '수상돌기'를 3차원전자현미경으로 재 구성한 사진.
나뭇가지 모양의 '수상돌기'를 3차원전자현미경으로 재 구성한 사진. 신경세포 뉴런은 수상돌기, 축삭돌기 등으로 이뤄진다. ⓒ Center for Sleep and Consciousness

위스콘신 대학 수면·의식센터(Center for Sleep and Consciousness) 키아라 시렐리(Chiara Cirelli)박사와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박사팀은 4년에 걸쳐 쥐 뇌 사진을 찍어 분석해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뇌의 시냅스는 사람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계속 자라고 강해지면서, 다른 신경세포와 복잡한 회로를 만든다.  이런 회로를 통해서 사람은 정보를 전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것이다.

시냅스 끼리 연결되는 것은 나무 뿌리의 잔가지가 무성하게 나와 다른 잔가지와 붙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낮 동안에 뇌의 시냅스가 자라고 많아져 ‘포화상태’에 이르면 이 포화상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무성한 나뭇가지를 가지런하게 쳐 내는 가지치기를 하듯, 시냅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한 시냅스는 남지만, 가지치기(prune) 작업을 통해 사라지기도 한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시렐리와 토노니 박사는 이미 2003년에 낮 동안에는 다량으로 연결된 시냅스 회로 때문에 사람의 뇌는 복잡해졌다가, 잠을 잘 때 이 어지러운 시냅스 회로를 ‘가지치기’ 해서 정리정돈한다는 가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것이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시냅스항상성가설’(SHY synaptic homeostasis hypothesis)이다.

이번에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은 실제로 사람이 잘 때와 깰 때, 시냅스의 사이즈가 변하는지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공간해상도가 매우 높은 3D전자현미경의 연속 스캐닝이라는 첨단 방식을 사용했다.

매우 작은 뇌 세포를 촬영해서 사이즈를 비교하는 작업은 엄청나게 어렵고 고된 일이었다고 연구팀은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들은 여러 명의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4년동안  매달렸다. 쥐 뇌의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의 2개 부분을 사진찍고 재구성해서 분석했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팀은 6,920개의 시냅스를 재구성하고 사이즈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마침내 수 시간 동안 잠을 잔 쥐의 뇌는 평균 18%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같은 변화는 뇌의 대뇌피질과 시냅스에서 같은 비율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부분은 대략 80% 정도의 시냅스에서만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시냅스가 변화하지 않은 부분은 “아마도 기억이 저장된 부분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사람이 낮 동안 보고 느끼고 듣고 경험한 것이 기억으로 저장되면 시냅스가 가지치기를 당하지 않는다는 추정이다.

시렐리 박사는 “사람의 뇌 중 대뇌피질에 있는 대부분의 시냅스가 잠자고 깨는 그 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렇게 크게 변한다니 정말 놀랍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토노니 박사도 “쥐와 사람 뇌 사이의 차이를 가지고 추론해볼 때, 매일 밤 사람의 대뇌피질에 있는 수 조 개의 시냅스가 거의 20%정도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3차원 전자현미경 앞의 시렐리박사(왼쪽)과 토노니 박사 ⓒCenter for Sleeo and Consciousness
3차원 전자현미경 앞의 시렐리박사(왼쪽)과 토노니 박사 ⓒCenter for Sleep and Consciousness

흥미로운 것은 같은 날, 같은 사이언스 저널에 거의 비슷한 논문이 동시에 게재됐다.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그래엄 디링(Graham Diering) 등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쥐 뇌의 단백질을 연구해서 역시 잠잘 때 쥐의 시냅스가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쥐 뇌의 단백질을 분석하는 방식을 사용한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이같은 변화를 유도하는 유전자가 호머1a(Homer1a)라고 발표했다.

존스 홉킨스 연구팀은 단백질 분석,  같은 결론 내려

그러나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의 수면연구자인 마르코스 프랭크(Marcos Frank)는 “이런 분야에서 항상 제기되는 질문은 뇌의 수축이 잠을 자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지, 생체시계에 의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오하이오수면의학연구소(Ohio Sleep Medicine Institute)의 마커스 슈미트(Markus Schmidt) 역시 “대단한 연구”라고 평가하면서도 ‘시냅스가 변하는 것이 사람이 잠을 자는 주요한 이유인지, 다른 이유는 없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사람의 많은 장기들은 잠 잘 때 다르게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어 내장에서는 잠 자는 동안 새로운 세포가 많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에서 벌어지는 기본 현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관련분야 연구에 중요한 길을 열어준 것이다. 토노니 박사는 “수면제가 혹시 잠잘 때 시냅스가 줄어드는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의 부작용을 발견하거나, 더 좋은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전망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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