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는 겉모습이 서로 다르듯이 정신적, 정서적 성향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남성은 논리적, 진취적,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반면 여성들은 모성 본능이 강하고 감성적, 수동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은 언어능력이 남자아이보다 뛰어나 말을 일찍 하는 경향이 있고, 남자아이들은 수리나 공간지각 능력이 여아들보다 더 두드러진다.
이 같은 남녀 간의 차이는 제도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유전적으로 타고 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뇌가 남녀의 사회적 행동을 다르게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성차(性差) 구별, 정신질환 치료에 효과적
미국 조지아 주립대 행동 신경과학 센터 소장이자 신경과학 교수인 엘리어트 앨버스(Elliott Albers) 교수와 대학원생인 조세프 테라노바(Joseph I. Terranova) 연구원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5-HT)과 아미노산인 아르기닌- 바소프레신(AVP)이 남녀에게 서로 반대로 작용해 공격성과 지배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해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10월31일자에 발표했다.
지배욕과 공격성은 스트레스 저항력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스트레스 관련 신경정신 질환을 남녀 성차에 따라 구별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세로토닌은 사람이나 동물의 위장관과 혈소판, 중추신경계에 주로 존재하는 분자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해서 호르몬이 아닌데도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르기닌-바소프레신은 포유류에서 수분과 혈압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앨버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적 뇌가 남녀 간에 어떻게 매우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신경화학적 기초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세로토닌과 AVP, 남녀 시상하부에서 반대로 작용
전문가들에 따르면 많은 신경정신 질환의 발생이나 진행 및 임상 과정에서 두드러진 성차(性差)가 나타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여성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우울증과 분노의 비율이 높은 반면, 남성은 자폐증이나 주의력 결핍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예가 여성보다 더 많다. 사회적 행동의 발현과 이같은 정신질환 발생에서 성차가 매우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의 바탕을 이루는 뇌의 메커니즘이 남녀 간에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들 질환의 치료 효과면에서 남녀 간의 성차를 반영할 수 있는 지식도 매우 제한돼 있다. 그 결과 현재의 치료 전략은 남녀 모두에게 구별을 두지 않고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햄스터를 대상으로 행해진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세로토닌이 여성들에게서 공격성과 지배욕을 증진하는 반면 AVP는 이를 억제하고, 남성들에게서는 반대로 세로토닌이 공격성과 지배욕을 억제하는 반면 AVP는 이를 증진한다는 가정을 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 공격성과 지배욕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세로토닌과 AVP가 남녀 간에 서로 반대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은 연구팀의 가정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항우울제, 여성환자 공격성 증가시켜
이번 연구는 또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정신질환 약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 항우울제(fluoxetine)가 여성환자들에게는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남성들에게는 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스트레스 관련 신경정신 질환 치료에는 여성의 경우 세로토닌 억제 약물이, 그리고 남성에게는 AVP를 타겟으로 한 약물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다음 연구과제로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처방되는 세로토닌과 AVP 활성화 약물에서도 남녀 간 성차가 나타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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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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