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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6-04-07

아동학대 오래 되면 뇌구조 바뀐다 카오스재단 ‘뇌과학 강의’ (4) 권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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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권준수 교수가 카오스재단의 뇌과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황정은/ ScienceTimes
지난 6일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권준수 교수가 카오스재단의 뇌과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황정은/ ScienceTimes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음악가 슈만. 독일 낭만주의 시대의 최대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잘 알려진 그는 후대에 많은 아름다운 곡을 남겼지만, 조울증을 앓고 있던 예술가이기도 하다. 조증과 우울증을 함께 앓던 그는 자신이 처한 상태에 따라 작곡하는 음악의 개수도 달라지곤 했다.

우울증 시기에는 1년에 5개 내외의 곡을 만들었지만 조증 기간에는 1년에 30개 이상의 음악을 만들 정도로 심한 조울증을 앓고 있던 것이다. 반복된 조울증 속에서 슈만은 결국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이후 정신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슈만 외에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톨스토이와 반 고흐도 정신질환을 앓았다. 인간의 뇌는 왜 분열과 이상기능을 보이는 걸까. 뇌 기능의 변질로 알려진 정신질환. 카오스재단의 네 번째 강연은 ‘정신질환과 뇌과학’ 이었다.

뇌 기능 알려주는 뇌영상기술

‘뇌를 읽다 그리고 마음을 읽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권준수 서울대 정신과·뇌인지과학과 교수의 설명으로 이어졌다. 권 교수는 “인간이 앓는 정신질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를 연구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인간의 뇌는 딱딱한 두개골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구조와 기능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고 운을 뗐다. 물론 지금이야 다양한 뇌 기능 검사 기법이 등장해 뇌 기능을 파악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검사가 용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 교수에 따르면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 덕에 현대사회에는 뇌 기능을 검사할 수 있는 다양한 뇌 영상 기술이 마련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MRI와 CT 뿐 아니라 90여 년 전 사용된 EEG( Electroencephalogram) 검사와 1980년대 개발된 SPECT(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등 많은 뇌영상기술은 인간의 ‘머리’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줬다.

권 교수는 “뇌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MRI가 등장하고 나서 뇌 연구 성과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여기에 더해 최근 뇌 기능을 보는 방법으로 fMRI가 떠오르고 있다. 뇌 혈류량을 측정한다고 보면 된다. 어떤 자극을 줬을 때 그 자극과 관련한 뇌 부위가 활성화 되는 것을 보면서 기능을 살펴보는 것이다. 뇌가 작동하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이는 곧 혈류가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혈류가 많이 공급되면 일정한 신호가 나오는 만큼 이를 활용해 뇌 기능을 살펴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뇌를 살펴보는 다양한 기법 만큼 중요하게 취급되는 분야는 뇌신경전달물질과 뇌기능의 관계다. 뇌 신경세포인 뉴런 내에서 신호 전달은 전기적 신호에 기반하지만 시냅스에서는 화학적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신호가 전달된다.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로는 아세틸콜린,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엔돌핀 등이 있다. 이들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은 각각 종류별로 다르며 분비되는 상태 역시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강박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세로토닌이 부족한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특정 뇌 영역이 과 활성화되고 이것이 곧 강박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울감'과 '우울증' 구분해야

신경전달물질과 뇌기능 연구가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의 모든 행동이 뇌 기능에 기인한다고 여겨지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정신 질환 뿐 아니라 도덕성, 이타심, 사랑 등 인간의 고귀한 본성까지 뇌 기능에 기반한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신경전달물질과 이로 인한 뇌기능을 잘 알아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권준수 교수는 “뇌 기능을 통해 인간의 정신질환을 이해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아동학대를 오랫동안 받은 아이의 뇌를 찍으면 뇌 구조가 바뀐 것을 확인했다”고 이야기 했다.

“환경이 뇌 기능 뿐 아니라 구조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례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어떨까. 먼저 얼마큼 우울감을 느낄 때 치료를 고려해야 할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울감’과 ‘우울증’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울감’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기분으로 발현 기간이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로 매우 짧다.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직업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면 치료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는 환자의 경우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기능이 감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데, 약물치료는 뇌에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우울한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원리로 작용한다.

권준수 교수는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명명된 ‘정신병’은 환각과 망상, 비현실적 판단을 갖는 정신증이다. 뇌량의 크기 증가, 해마와 시상크기 감소 등 미세한 뇌의 구조 변화를 동반하는 만큼 신경세포 배열이 불규칙해지기 때문에 발생한 증상인 것이다. 불규칙한 증상이라는 점에서 ‘정신분열증’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제 그보다 ‘조현병’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더 적합하다. 용어가 주는 편견은 우리의 생각보다 크다.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 환자들이 더 자유롭게 전문 치료기관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번 강연에 참여한 지은형(45세) 씨는 “뇌와 정신질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는데 이번 강연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며 궁금했던 것들을 뇌 활동과 연계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이전보다 더욱 많은 청중들이 자리를 채워, 뇌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다음 강연은 ‘자아의 탄생: 나를 인식하는 나’ 에 대한 주제로 진행된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6-04-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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