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胡蝶夢)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았다는 내용의 고사이다.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장자와 같은 고대인들에게는 이 세상이 객관적인 현실이 아니라는 관점은 사실 비교적 흔한 것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사람은 현실과 상상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여겨왔다. 비교적 흔한 관점이어도 구분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상의 감각을 만들었고, 사람이 현실과 이를 착각하는 경우가 생겼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사람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멀게만 느껴지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축제 'SF2015'가 시작됐다. 지난 16일부터 과천과학관에서 시작된 이번 축제는 11월 1일까지 진행된다.
오큘러스를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데다가 아직까지 다양하게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궁금하지만 경험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오큘러스 VR과 삼성 기어 VR을 이용하여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영화와 게임은 물론이고, 뜻 깊게 가상현실을 이용한 콘텐츠도 있었다. 바로 가상현실 석굴암이다.
석굴암 VR 체험관에서는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실제 석굴암 크기의 전시장을 걸으면서, 보다 극대화된 현장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석굴암에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들어가서 본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위, 아래, 옆, 뒤 등 시선이 닿는 곳마다 빈틈이 없었다. 진짜 석굴암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D 안경을 쓰고 입체체험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정교한 그래픽으로 석굴암을 재현해냈다.
압도적인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 사용한 기기가 다소 무거웠으며, 기기를 사용하고 나서는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체험에 앞서 '체험 후에는 속이 울렁거릴 수 있다'라는 안내를 해주기도 한다.
석굴암은 현재 훼손을 막기 위해 유리벽으로 차단되어 입장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상당히 아름답고 놀라운 건축물이다. 따라서 가상현실로 석굴암을 재현한 것은 단순히 과학기술의 구현을 넘어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가상현실 석굴암만큼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이 'VR 영화관'이었다.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하여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가상현실 기기가 가진 3D 입체 안경의 원리를 이용하여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었다.
기존 영상 콘텐츠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몰임감'이었다. 3D 입체 안경을 써도 몰입에는 한계가 있다. 눈을 돌리면 현실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현실 기기를 사용하면 눈을 돌려도 가상현실이 보이기 때문에,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쥬라기 월드 VR'과 '어디봐?', '웨이 투 고'(Way to Go) 이렇게 세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세 작품은 모두 '인터렉티브'를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영상 속 인물이 되어 극을 함께 이끌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관련영상)
이날 행사장에는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학생들이 많았다. 행사장 입구에서 만난 학생들은 '가상현실'이라는 말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듯,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설을 들으며 체험을 하면서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학생과 함께 설명을 듣는 학부모도 마찬가지였다.
'가상현실'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숙한 말은 아니다.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번 체험은 가상현실을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점차 사람의 감각을 대신하는 과학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간접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느끼지만, 머지않아 직접 새로운 세상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가올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자신은 어떻게 느끼게 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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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0-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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