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속을 흐르는 피가 굳어져서 생기는 덩어리인 혈전은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비롯한 응급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건강의 중대한 위해요소 가운데 하나다.
혈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기술로는 한 번에 한 군데의 혈전밖에 확인할 수 없어 진료가 늦어지고 합병증 위험도 높은 편이다.
미국 매서추세츠 종합병원 생의학 이미징센터(the Martinos Center for Biomedical Imaging at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연구진은 18일 제250차 미국화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쥐 실험을 통해 전신의 혈전을 단 한번의 검색으로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개발자인 피터 캐러번( Peter Caravan) 박사는 “혈전에 의한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는 재발할 위험이 급속히 높아진다”며, “그 이유는 신속하게 혈전을 찾아내 치료하지 않을 경우 처음 생긴 혈전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다른 혈전이 또 다른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혈전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어떤 경우에는 약이 잘 듣고, 또 어떤 경우에는 수술로 치료를 해야 할 때도 있다.

혈전의 섬유소에 결합하는 펩티드에 핵종 붙여 탐색
혈전을 찾아내기 위해 의사들은 대체로 세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먼저 경동맥이나 무릎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초음파를 쓰고, 심장에는 자기공명영상(MRI), 폐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CT를 사용한다.
캐러번 박사는 “이런 방법은 어둠 속에서 표적을 맞히려고 사격을 하는 것과 같이 어려워, 혈전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로 여러 번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며, “우리는 단 한번의 전신 검사로 어느 부위에 있는 혈전이라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캐러번 박사팀은 이전의 연구에서 혈전 속에 있는 불용성 단백질 섬유인 피브린(섬유소)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펩티드를 발견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이 펩티드에 핵종을 부착하고 이를 찾아낼 수 있는 혈전 탐색자(probe)를 개발했다. 핵종은 몸의 어느 부위에서든 양전자 단층 촬영(PET)을 통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연구진은 혈전에서 가장 밝은 PET 신호를 발산하는 종류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서로 다른 핵종과 펩티드를 사용하고, 핵종과 펩티드를 이어주는 화학물질 그룹도 다양하게 선택해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15개의 혈전 탐색자를 가려낼 수 있었다.
상용화에 5년 걸릴 것으로 예상
연구진은 처음 시험관에서 각 탐색자들이 피브린에 얼마나 잘 부착되는지를 분석한 다음 혈전이 있는 쥐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했다.
캐러번 박사는 “탐색자들은 시험관에서 피브린에 모두 친화성을 보였으나 실험 쥐에서는 매우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사작용에 따라 이런 차이점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몇몇 탐색자들은 쥐의 몸 안에서 바로 파괴되거나 혈전에 부착되지 않았는데 비해 다른 탐색자들은 대사작용에 저항성을 보이며 버텨냈다.
“가장 좋은 탐색자는 가장 안정적인 것"이라는 게 캐러번 박사의 평가다. 연구팀은 ‘FBP8’(fibrin binding probe #8)이라고 이름 지은 가장 나은 탐색자를 가지고 다음 임삼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FBP8은 copper-64를 핵종으로 사용했다.
캐러번 박사는 “가장 큰 질문은 역시 환자들에게도 과연 잘 작동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연구진들은 올 가을쯤 이 탐색자를 환자들에게 시험 적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혈전 탐색장치가 실제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5년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8-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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