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지역의 대학과 기업들이 포도농장을 관리하는 로봇 개발 프로젝트 '바인로봇(VineRobot)'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바인로봇은 고성능 센서를 통해 포도농장을 돌아다니며 포도나무의 발육이나 토양의 수분 정도, 나무별 포도생산량 등 포도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데이터를 농장주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대형 건축물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벽화를 그리는 로봇도 있다. 국내의 로봇벤처 전문업체 로보프린트가 개발한 '로보프린터'는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 외벽에 실사 도색을 할 수 있는 무인 원격제어 로봇으로 수작업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실사 이미지를 프린트하듯이 벽면에 찍어낼 수 있다.
미국의 그릴봇에서는 '바비큐 그릴 청소' 로봇을 개발했다. 납작한 원반의 로봇을 바비큐 그릴위에 올려두면 장착된 금속 솔과 발톱을 이용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그릴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로봇들이 인간의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로봇들은 인간의 노동력 부담을 덜어주고 비용을 절감해주며, 작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사고도 방지해준다.
진화를 거듭해 보다 고도화된 로봇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외모를 닮은 '휴머노이드'부터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소식들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 러시아 과학자들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개발한 인공지능로봇 '유진 구스트먼'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튜링테스트는 30명의 심사위원들과 자유로운 주제로 일정 시간 채팅을 한 후 '인간'인지 '컴퓨터'인지를 판정하는 대회다. 로봇과 인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한 사례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선보였다. 페퍼는 감정 인식 로봇으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인식,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과 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가능하다. 페퍼는 올 상반기 중 시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구글·MS 등 글로벌 공룡들도 '눈독'
전문가들은 로봇이 인간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후 로봇시장 규모는 최대 4조5000억달러로 확대된다.
이러한 잠재력을 인지한 글로벌 기업들도 로봇기술을 보유한 신생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적으로 로봇 개발에 나서면서 로봇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2년 7억7500만달러에 바퀴가 달린 납작한 모양의 로봇을 만드는 '키바시스템스'를 인수했다. 아마존은 키바 로봇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물류 창고 내에서 소통하고 상품을 옮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현재 1만5000대의 키바 로봇을 자사의 물류 센터10곳에 배치·운용하고 있다.
구글은 역시 로봇 회사 8곳을 잇달아 사들였다. 미국 최대 재난로봇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비롯,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샤프트', 영화 '그래비티'의 특수효과 제작에 사용된 자동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한 '봇앤돌리' 등이 구글의 인수 기업 목록에 들어 있다.
인텔은 지난해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일반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 있는 로봇 '지미'를 선보였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 혼다와 도요타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든 바 있다.
비단 기업에서만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에서 직접 나서 로봇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인간의 능력을 증대시키는 기술, 일본은 기존 제조업 외에 서비스로봇, 유럽은 복지로봇에 초점을 맞춰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대기업도 로봇 정조준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과 같은 로봇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 많이 뒤쳐져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조사한 '2013년 산업기술 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로봇 기술 수준을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일본은 96.9점, 유럽은 93.2점, 한국은 81.1이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평균 1.8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다소 벌어졌지만, 로봇분야에서의 성장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로봇산업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한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인프라 등을 잘 활용할 경우 빠른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로봇이 등장한 것은 미국보다 10년 정도 늦은 1970년대 말. 1980년대를 전후해서 자동차·전자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국산 산업용 로봇이 생산됐고 2005년 12월에는 산업자원통상부에 로봇팀이 발족되면서 연구개발(R&D), 수요창출, 기반조성 등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최근 로봇시장의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로봇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18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국내 로봇시장을 7조원으로 키우고 로봇기업 수를 6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로봇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10년 특허동맹'을 맺고 구글의 로봇 관련 특허 사용 기반을 마련했다. 한화는 최근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서 로봇 무인화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로봇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향후 의료로봇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여준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로봇분야의 연구와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진국과 기술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에는 로봇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백나영 기자
- 저작권자 2015-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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