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EU 교육위원회에서 이달 초 새로운 대학평가 시스템, '유 멀티랭크(U-Multirank)'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차적인 목적은 기존 순위평가 문제점을 보완해 더욱 공신력 있는 대학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에 있는 대학들의 질을 높이고, 유럽 발전을 도모해나가자는 것이다.
EU측은 이달부터 시작된 '유 멀티랭크' 프로젝트에 전 세계에서 약 500개 대학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더욱 공신력 있는 평가 시스템을 가동해 오는 2014년 초 첫 번째 평가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4년 세계 대학평가 결과 발표
세계적으로 이 평가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기존 평가방식과 달리 대학의 질적인 면을 다섯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세심하게 집중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EU에서 공개한 평가기준을 보면 대학 내 연구 수준(reputation for research), 교육·학습의 질(quality of teaching and learning), 국제적인 성향(international orientation), 지식이전 성취도(success in knowledge transfer), 지역발전 기여도(contribution to regional growth) 등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이전 성취도에 있어 특히 기업과의 협력(partnerships with business), 신생기업(start-ups) 등을 강조하고 있는 것 또한 특기할 부분이다. 대학이 소재한 지역은 물론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기여도를 중시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공평성을 강조하는 만큼 공신력 있는 기관들 간의 포괄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일랜드를 의장국으로 '유 멀티랭크' 법인을 설립했는데, EU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으로 순위 작성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독일 고등교육센터(CHE), 네덜란드 고등교육정책연구센터(CHEPS)가 핵심 업무를 맡게 되며,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과학기술연구센터(CWTS),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 베델스만 기금(Bertelsmann Foundation), 소프트웨어업체인 'Folge 3'와 같은 기관들이 세부적인 업무를 맡게 된다.
'유 멀티랭크' 성공 여부 세계가 주목
EU 교육위원회 안드로울라 바실리유(Androulla Vassiliou) 위원은 과거 대학평가 기준이 연구 수준을 너무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유 멀티랭크' 프로젝트에서는 교육·학습 부문, 사회적 기여도 등 외부적인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역시 새로운 평가기준 마련에 매우 적극적이다. 오는 2013~2014년 회계연도에 생애학습 프로그램(Lifelong Learning Programme)에서 200만 유로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으로 있으며, 2015년부터 그 지원 범위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EU에서 대학평가 시스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유럽이 직면한 경제위기 때문이다. 유럽 스스로 오랜 대학역사를 갖고 있고, 훌륭한 기준을 보존했다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사태는 이런 자부심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나칠 만큼 (전통적 개념의) 연구를 강조하면서 현실적으로 대학이 수행해야 할 임무, 즉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 사회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어 꼭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21세기 현실에 맞는 더욱 정확한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유럽이 필요로 하고 있는 인재 양성을 도모해 나가자는 것이 '유 멀티랭크' 프로젝트의 기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현실에 있어 대학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독립된 평가 기구를 구성해 대학교육의 질 관리를 해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 교육계의 가장 큰 관심은 투명하면서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시키고, 전문성과 공신력을 갖는 대학평가 기준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새로운 대학평가 시스템을 가동중인 최근 EU의 움직임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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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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