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펴낸 속담집 ‘이담속찬’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씨앗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제주에서 백두산까지 우리나라 씨앗 천 여종을 볼 수 있는 ‘생명을 품은 씨앗’ 특별전이 내년 4월 3일까지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이상팔)에 마련됐다.
“이게 씨앗이라고?” 세상에서 제일 큰 씨앗
벌거벗은 원숭이 엉덩이가 청바지 모양의 받침대에 놓여 있다. 농구공만한 크기로 세상에서 제일 큰 씨앗인 바다야자 열매의 씨앗이다. 열매가 자라 익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10년이 걸리는 이 열매를 관람객들은 가슴을 받치고서야 겨우 들어올린다.
국내 최초로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 이번 전시는 세상에서 제일 큰 씨앗과 아주 작은 난초과의 씨앗을 비교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 씨앗의 다양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비교할 수 있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씨앗이란', '생명의 타임캡슐', '지금은 종자전쟁 시대', '씨앗 즐기기' 등의 코너로 구성돼 있으며 실물표본, 세밀화 및 백부자 확대모형을 통해 시각성을 강조했다. 전시된 식물표본은 지난 1년간 제주도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전국을 누비며 직접 수집한 식물을 열매가 달린 모양 그대로 제작해 생생하게 연출했다.
씨앗은 시간 여행자
‘생명의 타임캡슐’ 코너에서는 연구팀이 성산산성을 발굴 도중, 연못 터에서 발견한 고려시대 연꽃 씨앗을 발아시켜 꽃을 피워 낸 ‘아라 홍련’이라는 연꽃을 전시하며 700년 시간을 뛰어넘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어 호기심을 더한다.
'지금은 종자전쟁 시대'에서는 조류독감 치료제로 타미플루의 원재료인 팔각회향처럼 흔한 들풀이나 나무처럼 식물 씨앗의 숨겨진 효능과, 금값보다 비싼 파프리카 씨앗처럼 갈수록 가치를 더하고 있는 토종 씨앗의 소중함을 영상자료와 표본을 통해 알려주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가입국의 의무를 수행하는 한국은 종자를 확보하고 보존하는데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종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해이기도 하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이채원양은 “씨앗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씨앗이 다양하고 종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가 왜 보존해야 하는지를 느꼈다. 팔각회향이 타미플루의 원재료인 것이 너무 신기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특히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야생식물종자은행의 최첨단 시설의 종자수장고를 갖추고 있는데 전시관에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국가 야생식물 종자은행 수장고를 그대로 연출해 관람객들이 씨앗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민하 환경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생명의 타임캡슐인 씨앗의 종류, 씨앗의 퍼트리기, 씨앗의 싹 틔우기 등을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 자연 속에서 씨앗의 역할과 종자 보존의 중요성을 느끼고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정영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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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1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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