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왜 배가 가라앉는 건데?”
“가장자리에 테두리가 없으면 물이 차니까 가라앉게 되잖아”
대전에 위치한 지식재산연구원 내 발명교육센터에서 중학생 예비 발명가들의 고민이 한창이다. 호일로 배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탁구공을 많이 실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튼튼한 배를 만들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생각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2012 주니어닥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디자인과 함께하는 발명’ 수업이 지난 8일 발명교육센터 발명실 2관에서 있었다. 이동국 청주 주성중학교 교사의 지도로 학생들이 발명한 배를 호일(foil)로 만드는 과정.
발명이란 무엇일까?
수업은 먼저 발명에 대해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발명이 무엇이며 발명을 왜 해야하는 것인지 원론적인 질문에 학생들은 답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사고의 문을 열어주는 작업이다.
지도교사가 발명이 무엇이고, 왜 하는 것인지 묻자 수줍어 할 것 같던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편리하게 하는 활동이요.”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발명을 해요.”
이 교사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휴대폰부터 지난 5일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 호의 이야기까지,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소재를 통해 다양한 발명사례들을 언급했다.
“(발명으로 인해) 우리가 상상만 하던 것들이 점점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발명의 범위는 우리 몸에 걸치고 다니는 옷에서부터 최첨단 기술로 만든 로봇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대부분의 것들을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이 교사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만든 빌 게이츠와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뽀로로 아빠’로 불리는 뽀로로 제작자 최종일 씨 등을 언급했ㄷ.
"이들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든 사람들이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큰일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분처럼 어린 나이부터 이것저것 만들어본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지금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제품들을 만들 수 있었다”며 참여한 학생들의 발명 의욕을 부추겼다.
호일로 배 만들기
끝난 후 학생들이 직접 배를 만드는 체험과정이 진행됐다. 빨대와 이쑤시개, 은박 호일 등 총 세 개의 재료만을 사용해 배를 만드는 것으로, 제작 작업이 끝나고 나면 탁구공을 집어넣어 몇 개나 들어가는지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수업 목표는 바로 미션 수행과정에서 학생들이 부력과 구조에 대해 이해하고 창의적 설계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과학 탐구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었다.
작업은 팀을 이룬 학생들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여기서 가장 합리적이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4절 전지에 ‘1차 아이디어’ ‘2차 아디이어’ ‘3차 아이디어’ 란을 만든 후 각자 생각한 배 제작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적어 각 란에 붙였다.
학생들은 각자 배의 부력 등을 고려해 의견을 냈다. 격자모양으로 배를 만들자는 학생과 원형으로 배를 제작하자는 학생, 뗏목 방식이 좋겠다는 학생 등 수업에 참여한 예비 과학자들은 다양한 생각들을 포스트잇에 적어내기 시작했다.
“물에 닿는 표면을 넓게 해서 균형을 잘 잡게 해야 하지 않을까?”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제일 바깥 테두리에는 호일을 한 장 깔자."
난 빨대로 기본 골격을 만들 테니까, 이쑤시개로 이것들을 이어보는 게 어때?”
처음 본 팀원들과도 금세 친구가 된 아이들은 글로 혹은 그림으로 설계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배 만들기에 나섰다. 사각형으로 만드는 학생들, 원형으로 만드는 팀 등 각자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튼튼한 배를 만들어갔다.
수업에 참여한 구민재(당구중, 3) 학생은 “호일과 빨대를 이용해 배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것을 만들기 위해 처음 만난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는 작업은 더욱 흥미롭다”며 “계속 생각을 해야 어떻게 튼튼한 배를 만들 수 있을지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전했다.
김민정(구봉중, 3) 학생은 “2년 동안 학교 발명반에서 활동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이나 발명 작업들을 많이 해왔다”며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오늘 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던 것 같다. 좋은 과학자가 돼 대학 강단에 서고 싶다”며 앞으로의 꿈을 밝혔다.
문제해결 과정을 배운다
수업을 진행한 이 교사는 “본 과정은 아이들이 두 시간 동안 발명과정을 체험하는 것이지만, 체험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발명 과정에 더욱 중심을 둔 프로그램으로 발명 프로세스와 공학적 문제해결과정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 문제가 주어지면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게 된다. 아이디어 발산 과정에서 수렴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후 수렴 결과를 토대로 설계도면을 작성한 후 해당 도면으로 배를 제작하고 테스트를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수업의 목적은 결론이 아닌 과정을 익히는 것이다. 이러한 체험들이 나중에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거나 학교로 돌아간 후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나 해결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21세기 학습자 역량 중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등을 함께 익힐 수 있는 것으로, 발명 수업이지만 단순히 아이들이 발명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해당 수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교사는 실패할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적용한 창의물을 만드는 것에 아이들이 만족감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성공을 하면 성취감이 더욱 크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일방적인 교육보다 자신의 생각이 들어간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익힌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교사는 “더불어 작업을 진행할 때, 대부분의 팀원은 처음 만난 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많이 친해져 소통능력도 같이 함양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배를 테스트 한 후에는 학생들이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서로 나누는 성찰 시간도 마련됐다. 이 교사는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물건을 점검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2-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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