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원 중 가장 큰 종인 고릴라의 서식지는 서부 아프리카 중앙부의 삼림지대로 한정돼 있다. 그중에서도 콩고의 카후지 비에가 국립공원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서식한다. 그런데 약 10여 년 전부터 이곳의 고릴라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고릴라 수가 급감한 이유는 콜탄을 찾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고릴라를 사냥했기 때문이다. 회색 모래처럼 보이는 콜탄을 정련하면 탄탈이라는 금속 분말이 나온다.
탄탈은 휴대폰과 노트북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귀금속으로 휴대폰 수요가 급증하자 덩달아 가격이 폭등했다. 묘하게도 탄탈의 생산지가 고릴라 서식지와 겹쳐 고릴라들이 큰 피해를 본 셈이다. 이는 휴대폰의 생산 급증으로 인해 환경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휴대폰은 20억 대에 달하는데, 새로운 기능을 지닌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폐기되는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2010년 기준으로 1천844만 대의 폐휴대폰이 발생했다.
그중 30%인 551만 대는 수출됐고 25%(456만 대)는 수거 후 재활용됐다. 문제는 수출되거나 재활용되지 않고 각 가정의 서랍 속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휴대폰이다. 2010년 한 해에 발생한 폐휴대폰 중 가정 보관량은 약 818만 대(44.4%)에 이른다.
100만 대 목표로 수거 캠페인 진행 중
최근 환경부와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가정에 방치돼 있는 폐휴대폰을 수거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년 범국민 폐휴대폰 100만대 수거 캠페인’을 오는 8월 31일까지 실시한다.
휴대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참여 희망 지자체, 초·중등학교를 중심으로 100만 대 수거를 목표로 추진 중인데, 수거된 폐휴대폰의 매각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지난해의 경우 폐휴대폰 매각 수익금은 10억8천만 원에 달했다.
물론 폐휴대폰 기부자에게도 환경노트 등의 기념품이나 이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등의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폐휴대폰을 수거하는 곳은 제조사 및 이통사 대리점, 초·중·고등학교, 주민지원센터, 공공기관, 대형마트 영업점, 종교 및 사회단체 등이다.
광주광역시를 비롯해 충청남도,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 등도 8월 말까지 대대적인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을 벌인다. 광주시의 경우 폐휴대폰 기부자에게 동물원 및 시립미술관, 시립민속박물관의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수거된 폐휴대폰은 파쇄하거나 개인정보를 초기화해 수거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폐휴대폰을 배출하기 전에 미리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유심 칩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금광석보다 80배 정도의 가치 있어
이처럼 폐휴대폰 수거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폐휴대폰의 재활용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폐휴대폰에는 금, 은, 팔라듐 등 16종 이상의 희귀금속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폐휴대폰 1톤을 모으면 거기서 200~400그램의 금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은 3킬로그램, 구리 131킬로그램, 주석 13킬로그램, 니켈 16킬로그램, 리튬 5킬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다.
광산에서 캐내는 금광석 1톤에서 약 4~5그램의 금을 채취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폐휴대폰은 무려 80배 정도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폐휴대폰에서 생산되는 금속을 모두 합할 경우 한 해 버려지는 휴대폰에서 연간 약 600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광주광역시는 휴대폰 및 컴퓨터, 2차전지 등의 폐가전제품에서 금, 은, 구리, 리튬, 인듐 등 첨단산업에 필수소재인 희소금속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도시광산산업을 육성하는 국가기관인 한국도시광산기술원을 설립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2011년 9월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서울회의에서 표준으로 채택된 폐휴대폰 등 ‘ICT 제품에 사용된 희소금속 재활용을 위한 정보제공’ 표준에 더하여 우리나라가 추가 제안한 ‘ICT 제품의 희소금속 재활용을 위한 희소금속 측정방법’이 미국, 프랑스텔레콤 등의 지지를 받아 ITU에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희소금속 재활용 국제표준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앞으로 국내 희소금속 재활용 산업 또한 활성화될 전망이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 저작권자 2012-07-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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