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연세대학교 공학원 지하 대강당에서 '게임연구&비평'이라는 게임문화컨퍼런스가 열렸다. 게임을 둘러싼 연구와 비평을 담백하고 쉽게 풀어낸 행사로 게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낸 시간이었다.
게임 할 때 왜 욕을 하는가
한 기자는 "LOL 게임이 스타크래프트를 넘는 e 스포츠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플레이타임도 길고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이 오히려 지금과 같은 많은 유저를 보유하게 된 원인이기 때문에 섣불리 게임의 단점을 고치려고 한다면 게임성이 망가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선우엽 동양온라인 개발자는 'LOL: 우리는 왜 욕을 하는가'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LOL 게임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이유를 "팀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조작방법과 전략전술에서 갈등이 생겨서 욕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유저들이 재판하는 시스템이 있다. 우리나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게임창업 준비 중인 정재호 씨는 디아블로3의 부두술사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했다. "부두술사는 애니미즘 요소를 차용한 캐릭터로 영적인 힘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보통 부두하면 저주, 좀비적인 부정적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정 씨는 "부두는 아프리카 토속신앙으로 현재 전 세계 6천만명의 신자를 가진 종교"라며 "흑인들의 음악과 춤에 많이 내재돼 있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캐릭터"라고 언급했다.
교육내용이 게임이어야
연구트랙은 게임에 대한 학문적 성격을 띤 섹션으로 구성됐다. 게임창업 준비 중인 홍성민 씨의 발표는 '모바일 시대의 UI/UX: 패러다임 레이어의 변화'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었다. 홍 씨는 "모바일 게임시대로 넘어오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합한가, 기능이 명확한가, 내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신뢰성, 한두 번의 클릭으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효율성인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화면설계를 중시하는 UI도 중요하지만 유저의 경험을 더 멋지게 만드는 경험의 디자인인 UX가 더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오영욱 바닐라브리즈 개발자는 '소셜게임의 소셜과 게임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는 "소셜게임을 하는 사람의 90%가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을 한다"며 "소셜에 있다는 것만으로 특정한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소셜의 대용량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과거와 다르게 소셜게임자들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져 이를 통한 사업 분석이 용이해졌다"고 덧붙였다.
'오래된 미래: 과거에서 찾는 교육용 게임'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정희권 UBO CnC 대표는 "게임을 교육의 포장지로 생각하게 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노폴리를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모노폴리는 자본주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교육용 게임적 측면이 있다"며 "교육내용 자체가 갖고 있는 게임성을 찾아낸 교육용 게임을 만들어야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학비평의 틀로 게임 분석
마지막 섹션 비평트랙2에서는 문화를 통한 게임비평이 도드라졌다. 첫 번째 발표자인 김수빈 씨는 '포탈: 괴물 어머니와 딸'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 비평은 게임비평대상 수상작이다. 포탈 게임에서 가이드인 글라도스의 상징은 모태 안에서 합일적 상태로 가고 싶어하는 남근적 어머니인 괴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게임 안에서 상징적 요소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풀어내고 각각의 요소에 스며든 상징성을 문학적으로 비평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어이쿠 왕자님: 미소년을 기르는 여성들'을 주제로 연세대 박사과정 중인 장민지 씨는 '동성애적 코드'로 게임을 분석했다. 장 씨는 "게임이 남성적인 측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여성은 성 정체성인 젠더트러블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어머니가 될 수 있고 아버지도 될 수 있다. 아버지가 되는 경우에는 스스로 기존의 질서를 전복하고 새롭게 창조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여성 게이머들에게 무의적으로 남성의 몸을 통해 성적 환상을 들이고 싶어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대 박사과정에 있는 이정남 씨는 '브레이드: 모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절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씨는 "주인공은 공주를 구하지만, 공주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며 "역으로 보면 공주는 시간 컨트롤자에게서 도망가려고 했고 주인공이 결국 공주의 적이 되는 게임이 되기도 한다"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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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5-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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