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불공평하다. 온난화는 범지구적인 현상이지만 더 심한 곳이 있다. 북극해(arctic ocean)를 둘러싼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뜨거워졌다. 북극 지역 빙하 부피는 1980년대와 비교해 70%가량 감소했다. ‘겨울왕국’이 작아지며 흙으로 뒤덮인 땅이 조금씩 북으로 올라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곳에 나무를 심어 북극 지역의 산림 자원을 확보하고, 기후변화에도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수한 탄소 저장 능력을 지닌 나무를 심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비용 효율적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는 정반대의 주장이 실렸다. 북극 지역에 나무를 심으면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탄소 시한폭탄’ 영구동토층 자극 우려
기후변화와 함께 수목의 북방한계선이 높아지며 영구동토층 지역까지 진격했다. 영구동토층은 2년 연속 기온이 0℃ 이하를 유지하는 곳으로, 지구 육상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넓은 지역이다. 이곳은 가뜩이나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지난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500년 이후 영구동토층 지역의 50%가 해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영구동토층이 ‘탄소 시한폭탄’이라는 점이다. 영구동토층 내에는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 가까운 양이 저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은 식물이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땅에 묻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1배나 높다는 메탄도 다량 저장돼 있다.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영구동토층 지역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의 양은 매년 380만t(톤)에 달했다.
제페 크리스텐센 덴마크 오루후스대 교수 연구팀은 북극 지역 나무 심기는 이 영구동토층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의 토양은 지구의 모든 식물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이 토양은 임업이나 농업을 위한 경작과 같은 교란에 취약하고, 나무뿌리가 침투하는 것에도 취약하다는 것이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북극과 아북극은 교란에 취약한데, 나무에 저장된 탄소가 교란을 부추기면 영구동토층에 저장되어 있던 다량의 온실가스가 수십 년 안에 대기로 다시 방출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흰 눈 가리며 에너지 균형 무너져
갓 내린 새하얀 눈은 태양빛을 85% 반사한다. 불순물이 조금 덮였다고 해도 반사율은 70%에 달한다. 그런데 눈과 얼음이 푸른색을 띠는 물로 변하면 반사율이 10% 정도로 급감한다.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90%나 흡수하게 된다는 의미다. 녹색이나 갈색인 나무 역시 흰 눈에 비해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다. 태양에너지를 많이 흡수하면 주변 공기와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주변 얼음이나 눈이 평소보다 더 녹게 된다. 결과적으로 태양빛을 흡수하는 양이 점점 더 크게 늘어난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지난 세기 인간은 화석 연료를 태워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이것이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켰다”며 “자연스레 기후 논쟁은 탄소 중심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지만, 더 중요한 핵심은 대기로 들어온 태양에너지가 지구에 얼마나 머무르다, 언제 다시 나가는지를 고려하는 ‘지구의 에너지 균형’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목재 자립 등의 이유로 북극 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이 기후 변화 완화에 대한 이점은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마크 마시아스-파우리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북극 지역 임업은 다른 생산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기후와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진은 고위도 지역 지구 온난화를 위한 해법은 나무가 아닌 순록과 같은 대형 초식동물의 개체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개체군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것이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보다 북극 지역 기후변화에 대한 더 실행 가능한 자연 기반 솔루션이라는 것이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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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1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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