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려면 평균 7개월 이상 걸린다. 화학 로켓 방식의 한계로 더 이상 추진력을 높이기 어려워서다. 그런데 화성까지 단 3개월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지난 16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주에서의 원자력 응용에 관한 새로운 행정 지침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주 원자력 발전뿐만 아니라, 핵추진 우주선의 개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우주 정책이 될 이번 지침의 정식 명칭은 ‘우주 정책 지침-6(Space Policy Directive 6, SPD-6)’, 말 그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여섯 번째 우주 정책이라는 뜻이다.
SPD-1은 공식적으로 미국 우주비행사를 다시 달로 보내고, 유인 화성 탐사를 준비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미국은 우주 개발 방향을 급선회해서 2024년 달 재착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바로 아르테미스 계획이 시작된 배경이다.
SPD-2는 민간 우주비행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SPD-3은 우주 교통 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우주군을 설립토록 지시한 SPD-4는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SPD-5는 미국의 우주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보안 정책을 마련하는 데 기초가 되었다.
SPD-6은 미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미국 정부 기관들에게 달, 화성 등에서 사용할 핵분열 발전 시스템과 우주 핵추진 시스템의 개발을 촉구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지금껏 우주 정책 지침이 해왔던 역할을 생각하면 그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국립우주위원회의 스콧 페이스(Scott Pace) 사무총장은 백악관 보도 자료를 통해 “우주 원자력 발전 및 핵추진 기술은 화성과 그 너머로 향하는 심우주 임무를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한다”라면서 “미국은 우주에서 원자력 기술을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적용하면서 우주 개발 국가 중 선두주자로 남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주 핵추진 시스템 다시 개발
우주 핵 발전 시스템은 이미 NASA에서 개발 중이기에 별반 새로운 사안은 아니다. 10kW급 소형 원자로를 달 남극의 기지에 설치한다는 구상. 그러나 핵추진 시스템에 대한 개발 촉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주 개발 초창기, 미국은 우주 공간에서 효율적인 추진력을 얻기 위해 ‘열핵추진(Nuclear Thermal Propulsion)’ 기술 개발을 시도했다. 핵분열 반응에서 나오는 원자로의 열을 이용하여 연료를 가열하고, 이때 발생한 고온·고압가스를 분사하여 추진력을 내는 방식이다.
이론상 열핵추진 로켓 엔진은 화학 로켓 엔진보다 최대 3배가량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반면, 추력이 비교적 약해서 대기권이 아닌 우주 공간에서나 사용 가능하다. 열핵추진 엔진을 탑재한 우주선은 화성까지 100일 만에 도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우주 지배권 확보가 목적
핵추진 우주선은 우주로 핵 물질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거나, 우주 핵 군비경쟁을 유발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의 처리 문제도 한 이유였다.
그러나 유인 화성 탐사를 위해 핵추진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미국의 몇몇 기업은 잊힌 과거 기술을 재현하여 열핵추진 로켓 엔진을 개발 중이다. SPD-6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우주 핵추진 기술 개발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우주 굴기도 미국의 심우주 지배권 확보 노력에 한몫을 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중국이 핵추진 로켓을 연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도 마냥 손 놓고 있기 어려운 처지다.
차기 미국 행정부가 같은 정책을 지속할지는 의문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우주군을 ‘가디언즈’라고 부르며 유지할 의사를 밝힌 바 있어서 SPD-6의 지속 가능성도 엿보인다.
- 심창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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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12-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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