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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민재 리포터
2023-02-13

‘현명’한 사람이 더 행복할까? 메타 분석을 통한 지혜로움과 행복과의 상관관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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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존재할까?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이상,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이상, 어떠한 목표를 추구해야 올바른 삶을 산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절대적인 신의 존재가 아니기에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은 태초부터 ‘행복에 대한 추구’를 삶의 목표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행복은 사람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채워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나 친구 간에 원만한 관계가 행복으로 정의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이나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이 행복으로 여겨질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아를 실현함을 행복으로 정의하곤 한다. 이처럼 다양한 행복의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한가지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지만, 인간은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기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이나 결과를 행복으로 정의내리는 듯 보인다.

 

지혜롭고 현명해야 행복하다?

그렇다면 인간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행복에 대한 개념 정의가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학자들은 전반적인 행복을 추구하려면 사물의 이치를 빠르게 깨닫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인 ‘지혜(Wisdom)’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지혜로운 삶이 더 좋고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지혜로움’ 역시 행복의 정의처럼 측정하기 힘든 변수임이 분명하다.

과학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특히, 심리학자들은 지혜로움에 관한 전반적인 정의를 확립하는 한편 이를 측정하는 두 가지 일반적인 접근 방식, 즉 수행적 지혜와 현상학적 지혜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켜왔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두가지 지혜로움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둘은 같은 대상이 아니다.

 

두 가지 지혜로움 - ‘수행적 지혜로움’ 그리고 ‘현상학적 지혜로움’

보다 전통적인 접근 방식인 수행적 지혜(Performative wisdom)는 인지 능력을 강조하고 판단하는 행동의 결과를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위 정의는 지혜로움을 ‘삶에 대한 근본적인 전문성’ 정도로 해석한다. 이러한 지혜로움은 상황을 고려하고, 다른 가치를 허용하며,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분석하면 현명한 사람들은 인간의 여러 조건을 이해하고 평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현상학적 지혜(Phenomenological wisdom)는 보다 주관적인 경험에 비추어서 자기 스스로 측정하는 척도로 정의된다. 즉, 현상학적 지혜는 사회적으로 평가되는 행동들에서 발현되는 수행적 지혜와 달리 자신의 인지, 동기, 감정 등을 현명하게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수반한다. 다만 현상학적 지혜는 평가하는 본인이 ‘성과’보다는 ‘일상 경험’에 따라 평가를 내리기에 보다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수준의 지혜를 평가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두 가지 행복 - ‘쾌락적인 행복’ 그리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행복’

심리학자들은 더 나아가서 지혜로움과 좋은 삶 사이의 잠재적인 연결고리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져왔다. 물론 ‘좋은 삶’이나 ‘행복’의 정의도 쉽지 않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심리학에서는 첫 번째로 긍정적인 감정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삶을 나타내는 ‘쾌락적 행복(Hedonic well-being)’을 정의한다. 이 관점에서 좋은 삶과 행복은 기분이 좋은 삶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행복(Eudaimonic well-being)’으로 알려진 두 번째 접근 방식은 적응, 성장 및 잠재력 실현 등에 중점을 둔다. 이 관점에서 좋은 삶과 행복은 의미 있고 자기실현적인 삶으로 정의될 수 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행복’ 그리고 ‘쾌락적인 행복’ 비교. 가치있고 의미 있는 행복은 성취하는 데에 의미를 두며 쾌락적인 행복은 행복한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 Connie Mester/Wharton Health Care Management Alumni Association

 

그래서, 현명한 사람이 더 행복할까? - 30년간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 분석

토론토 대학의 멍시 동 박사(Dr. Mengxi Dong)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지혜로움에 대한 메타 분석 연구를 통해 지혜와 행복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를 요약했다. 이는 30년간 쌓인 연구를 통해서 지혜로움과 행복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메타 분석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최초의 연구이며, 여러 가지 다른 관점에서의 수행적 지혜와 현상학적 지혜를 평가하며 측정한 연구이다.

위 결과는 지난 30년간 쌓인 연구를 통해서 지혜로움과 행복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메타 분석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최초의 연구이다. © Dong et al. 2022

연구팀은 먼저 어떤 개별 특성이 수행적 또는 현상학적 지혜와(혹은 두가지 지혜로움 모두) 상관관계가 있는지 연구했으며, 궁극적으로는 지혜로움과 현명함이 실제로 행복과 좋은 삶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쾌락적이든 행복적이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노령 자체가 지혜로움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외국이든 한국이든 영화나 만화에서 산신령 혹은 마법사 등을 매우 고령으로 묘사하곤 한다. 이는 젊은 사람들의 패기로는 헤쳐나갈 수 없는 여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나이가 들면서 얻어진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지혜로움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심리학자는 노령 자체가 현명함을 보장할 순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젊은 사람들보다 한 가지 일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성실하게 한우물을 판 노령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상당한 전문성을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현명함을 보장할 순 없다. 이러한 심리학자들의 예측과 비슷하게 나이와 현명함 사이에서는 오로지 사소한 상관관계만 발견되었다. 또한 성별도 지혜로움을 예측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없음이 드러났다.

 

지능과 지혜로움과의 상관관계

우리는 직관적으로 지혜로움이 개인의 영리함과 관련이 있다고 가정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은 심리학적으로 동일한 변수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이들을 구분할 수 있는 척도는 ‘똑똑한 사람’은 곤경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 ‘현명한 사람’은 곤경 자체에 끼어들지 않는 방법을 안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현명한 사람이 더 행복할까? © CarlosDavid.org/GettyImagesBank

동 박사 연구팀 역시 수행적 지혜로움과 지능 척도 사이에 작은 상관관계를 발견했지만, 현상학적 지혜는 지능과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즉, 지혜롭기 위해서 반드시 많은 지식을 얻을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지혜로움과 5가지 성격 특성 요소와의 상관관계

다음으로 연구팀은 현대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는 5가지 성격 특성 요소(Big Five personality traits)인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상상력, 호기심 등을 기반으로 다양성에 대한 욕구 관련 특징), 성실성(Conscientiousness: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성실하게 노력하는 성향), 외향성(Extraversion: 사교적인 성향), 우호/친화성(Agreeableness: 타인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성향) 그리고 신경성(Neuroticism: 분노 및 불안감과 같은 불쾌한 정서를 쉽게 느끼는 성향) 등과 지혜로움과 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현상학적 지혜와 특성 개방성 사이에 큰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또한 현상학적 지혜로움은 여러 척도에서 성실성, 외향성 및 친화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었지만, 신경성과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행적 지혜로움과는 5가지 성격 특성 요소 모두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 성격을 결정짓는 요소들과 지식의 습득과도 큰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놀라운 연구 결과로 지혜로움과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신의 외모나 능력 등을 이유로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는 자기중심적 성격과 행동)에는 연관성이 없음이 발견되었다. 반면 자존감은 현상학적 지혜와의 여러 척도에서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되었지만, 수행적 지혜와의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즉, 위 결과는 많은 양의 교육과 학습이 자존감의 상승을 도와줄 수는 없을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지혜로움이나 현명함과 행복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 연구팀은 쾌락적 삶이나 행복과 지혜로움과의 큰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현상학적 지혜는 긍정적인 감정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과 두 가지 유형의 지혜로움과 모두 큰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가치를 추구하는 행복을 좇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종류의 지혜로움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은 현상학적 지혜와의 상관관계가 더 강함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현명한 사람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팀은 행복감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인 적응(자율성, 환경 숙달, 긍정적 관계 및 자기 수용 측정을 통한 평가)과 성장(개인적 성장 및 삶의 목적 척도를 통한 평가)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현상학적 지혜만이 적응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반면 성장에 관해서는 두 가지 지혜로움 모두 유의미한 관계를 보였다.

연구를 요약하면 현상학적 지혜와 5가지 성격 특성 요소들과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었으며, 쾌락적 삶이나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은 현상학적 지혜와 더 큰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를 통해서 저자들은 이론적으로 알려져 있던 지혜로움의 근본적인 특성을 반영할 수 있음을 결론지었다. 특히 지혜로움은 생각의 유연성과 다양한 아이디어와 관점을 취하는 경향과 의지, 탐구, 심리적 성장 및 개인적 성취에 대한 지향성을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 박사는 위 결과가 현명함과 (쾌락적 의미와 가치 기반 의미 모두에서의) 좋은 삶 사이의 강력한 연결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 박사는 위 연구를 통해서 모든 형태의 지혜로움과 현명함이 반드시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수 있지만,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궁극적으로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팀은 이에 관해서 현명함은 객관적인 상황과 그에 대한 감정적 반응과 관계없이 삶에서의 만족을 찾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주는 결과같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관련 논문 바로 가기 - Dong et al. 2022: “지혜로움에 대한 30년간의 심리학적 연구: 예전부터 알려진 상관 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Thirty Years of Psychological Wisdom Research: What We Know About the Correlates of an Ancient Concept)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3-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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