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자 수도권 지역에 한정하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행동 규제가 강해지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본인 ‘안전한 간격’을 철저히 유지하기 위해서다.
안전한 간격은 비말로 인한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2m의 거리를 의미한다. 이는 행동지침과 방역수칙으로 지켜야 하지만,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여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종 식음료 업소는 테이블 간격을 넓혔고, 급식 시설에는 좌우에 칸막이가 설치됐다. 오픈된 공공 공간이나 대기 구역에는 바닥 사인을 부착해서 거리 유지를 권고한다. 그리고 지난 3월부터 도입된 생활치료센터가 대구에서 수도권으로 확대되어 신설·운영 중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시설이고, 이전과는 다른 도시의 풍경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공간을 전략적으로 바꾸면서 코로나19 종식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의 ‘사회적 거리 두기’
세계 각국의 건축·디자인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Dezeen(https://www.dezeen.com)’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Coronavirus’라는 이름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성됐다. 해당 카테고리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콘셉트로 한 디자인 사례들이 다수 소개됐다.
미국 브루클린 윌리엄스 버그 지역에 위치한 도미노 파크(Domino Park)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공원 디자인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이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수변 잔디에 지름 약 2.4m의 원을 그려 넣고,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흰색 원 안에서 피크닉을 즐기면 된다. 도미노 파크 관계자는 공원이 혼잡하여 사람들이 ‘안전한 동그라미’보다 조밀한 움직임을 보이면 강변을 통과하는 도로를 폐쇄하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적 규제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미노 파크의 ‘안전한 동그라미’는 도시공원이 사람들에게 주는 재미와 안전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영국의 건축 스튜디오 'Curl la Tourelle Head Architecture'는 안전한 교육공간을 만들기 위해 팝업 교실을 제안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한 교육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교육은 학생과 교사가 이루고 싶은 학습 성과를 설정하고, 그 성과를 실현하기 위한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며 공간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 콘셉트를 적용하면 과학 실험실과 스포츠 시설, 음악실과 같이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수업을 구현할 수 있다. 해당 교과목을 중심으로 팝업 구조로 교육공간을 조성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발행한 ‘건축과 도시공간’을 인용하면 독일 베를린은 팝업 자전거 도로 설치를 추진 중이다. 독일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객이 평소의 20%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자전거 이용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팬데믹이 선포된 올해 초부터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고되었지만, 대중교통은 한정된 공간에서 거리 확보가 어려워 자전거가 대안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식되었기 때문. 이러한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맞는 거리 확보와 안전성을 보장한 자전거 도로 확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베를린 주정부와 지자체는 긴밀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주요 간선도로에 주황색 테이프선과 도로안전임시시설물을 설치해 3m 너비의 자전거길을 새롭게 확보했다. 행정적 절차와 해결하지 못한 사항이 남아 기존의 자전거 도로망과 폐쇄구간 연결은 추후에 진행하기로 하였으나, 예상보다 협업 의지가 높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략적 도시계획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 부상 중
도시정비는 오랜 기간 누적된 도시문제와 거주민들의 요구, 사회·문화·경제적 환경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종합하여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진행된다. 최근에 게릴라식으로, 전술적으로, 자발적으로, 팝업 형식의 도시 변화는 기존의 도시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예외적 상황에 대한 대응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공식적 도시계획(Informal Urbanism)’이 통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따라서 기존의 도시계획처럼 하드웨어 지향적 프로세스가 아닌 전략적 도시계획으로 조금씩, 그러나 신속하게 도시의 풍경을 바꾸어 나가는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일시적이고 작은 프로젝트들이지만 짧은 기간과 소규모 자본으로 실험적 검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닛 형태의 변화들이 누적되면 코로나 이후의 도시의 새로운 풍경이 될 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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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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