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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1-02

인공정자 개발의 현주소는? 불임치료 가능성 놓고 생명윤리 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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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의 원인으로 여성을 생각하지만 남성으로 인한 불임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결혼한 부부의 15% 정도가 불임인데 이 중 남성으로 인한 불임이 40~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으로 인한 불임 중 10~15%를 차지하는 것이 무정자증 (azoospermia)이다. 정액 속에 정자가 전혀 없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인공으로 정자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최근 가시적 성과가 발표되고 있다.

1일 ‘가디언’ 지에 따르면 캠브리지 대학 고든연구소의 생식계열 및 후생유전학 연구책임자인 아짐 수라니(Azim Surani) 교수는 지난 달 런던에서 열린 교육기금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해 그의 연구팀이 “인공정자 개발연구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한 인공정자 복제 연구가 최근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생식세포 DNA 분석으로 통해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Wikipedia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한 인공정자 복제 연구가 최근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생식세포 DNA 분석으로 통해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Wikipedia

인공배아 정자세포 속에서 성장시계 확인

지난해 3월 캠브리지대 연구팀은 쥐로부터 얻은 줄기세포를 사용, 세계 최초로 인공배아를 만드는데 성공한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종의 줄기세포와 3D 골격을 사용 자연 쥐의 배아와 거의 같은 구조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만들고 세포분열을 거듭하면 낭포가 된다. 낭포는 줄기세포를 함유하고 있는 주머니를 말한다. 낭포 시기에 착상이 일어난다. 낭포 속 줄기세포들이 발달하며 일부는 태아를 만들고, 일부는 태아의 성장을 돕는 양분이 된다.

연구진은 ‘사이언스’ 지를 통해 쥐 낭포 속 두 종류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으로 배아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사 배아는 13일 동안 발달을 이어갔다. 배아 발달이 14일을 넘어설 경우 정자로 발전할 수 있지만 위험성 때문에 14일 이상은 실험을 금지하고 있는 중이다.

당시 사용된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배외영양줄기세포(extra-embryonic trophoblast stem cells) 다. 연구팀은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인공배아가 난황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 번째 줄기세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황이란 달걀의 노른자위처럼 배아 속에서 영양을 공급하는 영양물질을 말한다. 이번 아짐 교수의 발언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오래지 않아 줄기세포를 통해 정자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수라니 교수는 “최근 만든 인공배아에서 정자 세포 안에서 볼 수 있는 성장시계(developmental timers)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내부 시계에 따라 향후 인공배아를 실제 정자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세심한 기술이 필요하다. 유전적인 결함이 발생할 경우 태어나는 생명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각국 정부에서는 배아를 14일 이상 키우는 실험을 금지하고 있는 중이다.

“건강한 정자 복제할 경우 불임치료 가능”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라니 교수 연구팀은 인공 배아세포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정자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감수분열(meiosis) 과정을 면밀히 갖춰가고 있는 중이다. 감수분열이란 난자·정자 등 생식세포 형성과정에서 일어나는 세포분열을 말한다.

2회의 분열이 연달아 일어나며, 1개의 모세포에서 4개의 딸세포가 형성되는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사람의 경우 이 과정을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쥐의 경우 13일 만에 감수분열이 완성되는 것과 달리 사람의 경우 약 8주의 시간이 걸린다.

수라니 교수는 “현재 인공배아의 감수분열 과정이 약 4주에 도달했으며, 향후 이 과정을 더 늘려나가면서 8주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겠다.”고 말했다. 8주가 지나면 난자·정자의 모습이 확연하게 구분되며 각각의 역할을 맡게 된다.

연구팀은 이 실험과 함께 인공 고환을 개발 중이다. 고환은 내분비와 외분비작용을 하는 기관으로서 외분비선은 정자를 생성하고 내분비선은 정자 생성에 영향을 주는 인히빈, 테스토스테론 등을 생산한다.

인공 고환은 말 그대로 고환을 대체할 수 있는 보형물이다. 그 안에 젤 형태로 생식샘 세포들이 방울 형태로 구성돼 있다. 수라니 교수팀은 이 생식세포 안의 DNA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해독하고 있는 중이다.

수라니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고환 내 생식활동에 대해 많은 부분 파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불임은 물론 그동안 치유가 불가능했던 다양한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으로 정자를 만드는 일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생명윤리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정자를 만들 경우 논란의 소지가 줄어들 수 있다.

쉐필드 대학의 남성병리학자 앨런 페이시(Allan Pacey) 교수는 “수라니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치료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건강한 정자를 복제하게 될 경우 미래 불임증 치료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의 인공수정 병원에서 인공 정자와 난자를 활용한 불임 치료는 금지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건강한 생식세포를 복제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많은 불임 부부들이 정상적인 출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라니 교수는 앞으로 10년 후면 생식세포 복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부 줄기세포를 이용해 건강한 정자는 물론 난자까지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 과학자들을 불임 치료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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