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는 각종 허위 정보가 돌아다닌다. 허위 정보는 더 자극적인 정보를 찾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먹고 순식간에 퍼지게 되며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친 허위 정보는 어느새 유사과학이나 음모론과 함께 진실인 것 처처럼 여겨진다. 과학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이기에 이를 구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극적이고 재미있다고 해서 진실은 아니듯이 재미없는 사실이라고 해서 관심을 끊을 필요도 없다.

「사타의 유사 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에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혹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유사과학과 음모론을 살펴보려 한다. 이 글은 「사타의 유사 과학 & 음모론 타파」 시리즈 두 번째 시리즈로 물리학 및 화학 관련 유사 과학 및 음모론을 알아본다. 우리 주위에 흔하게 퍼져있는 물리학 및 화학 관련 유사 과학 및 음모론으로는 특정 원소 및 원적외선의 효능, 음이온과 건강, 전자파 차단 관련 유사 과학, 수소수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저마늄 팔찌가 필요하지 않다

- 특정 원소 및 원적외선의 효능 관련

저마늄(Germanium, 예전 이름: 게르마늄)은 주기율표 14족에 속하는 탄소족원소로 이름처럼 독일에서 처음 발견된 원소이다. 저마늄은 광섬유에 주로 쓰이는 원소이며 광학기기에도 쓰인다.

1970년대 후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본에서 산화 저마늄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혈액 순환 개선 등의 이유로 저마늄을 포함한 식용 보조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 비슷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며 혈액순환 개선과 면역력 강화 등에 도움이 된다는 저마늄 팔찌와 목걸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높은 가격(저마늄은 원래 비싼 원소)에도 잘 팔리는 저마늄 장신구들의 어떠한 과학적 효능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마늄 장신구가 좋다고 알려진 부분은 바로 원적외선과 음이온의 방출 때문이다. 원적외선은 파장이 긴 적외선을 가리키는데 보통 파장의 길이는 15 μm에서 1mm 정도이다. 이러한 원적외선은 인체에 온열 효과를 줄 수 있다. 온열 효과는 혈류를 증가시키며 대사 작용의 촉진을 도와주는 등 우리 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류머티즘 환자의 통증 완화나 천식 환자들에 호흡 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문제는 별이 내뿜는 빛에서 원적외선을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우리 행성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에서도 매일같이 원적외선을 내뿜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저마늄 팔찌가 필요하지 않다.

식용 보조제 역시 매우 위험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1997년 발표한  ‘저마늄 건강보조식품의 위해성 평가’ 논문에 따르면 건강보조식품으로 저마늄을 섭취하게 되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장기간에 걸쳐 저마늄을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신경계 질병 등이 나타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음이온을 얻고 싶으면 숲으로 가자

- 음이온과 건강관련

음이온(Anion)은 원자가 추가로 전자를 얻어서 음전하를 띄며 이온화된 상태를 말하며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이다. 음이온은 보통 폭포 근처나 물살이 빠른 계곡, 숲에서 자주 방출된다. 중력에 의해서 물이 떨어지며 위치에너지의 변화만큼 전기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전기 에너지가 원자에 작용하며 공기 중으로 음이온이 방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숲에서는 소나무 같은 침엽수림이나 활엽수림이 (침엽수림에서 더 높게 방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음이온이 방출된다. 보통 숲이나 폭포 근처에는 공기 1cc당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음이온이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숲에 들어가자마자 공기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음이온 역시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알려지며 여러 가전도구에 음이온 발생장치를 결합하며 파생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저마늄 팔찌에도 음이온이 첨가되어 판매되기도 한다.

문제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이온 발생 장치들은 금속으로 만든 대전판에 고전압을 가하며 금속에서 음이온을 방출시킨다는 점이다. 이를 통한 음이온 발생량은 정확히 알 수 없을뿐더러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앞선 설명처럼 불안한 이온 상태는 즉시 양이온과 바로 결합하며 중성화된다. 따라서 홍보 내용과 같이 음이온의 효과를 보기는 매우 힘들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내용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심지어 저마늄 팔찌에서는 음이온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자연 상태의 저마늄은 음이온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음이온이라고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나 분자는 음이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좋은 음이온을 얻고 싶으면 숲이나 폭포 근처에 가서 좋은 공기를 마시는 편이 훨씬 나을 수 있다.

일상 생활환경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 특정 제품의 전자파 차단 관련

휴대폰을 사면 함께 제공되던 전자파 차단 스티커가 있다. 또한, 숯 및 선인장 등은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차단해주거나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을 통해서 전자파를 줄이거나 차단해주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

먼저 선인장의 경우 수분으로 이루어진 식물이기 때문에 2.45 GHz의 전자파는 일부 흡수될 수 있으나, 국립전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상 생활환경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보통 낮은 수준이므로 인체에 주는 영향이 보통 미약하며 전자레인지에서 외부로 방출되는 전자파도 거의 없다고 한다. 전자파가 방출되더라도 거리에 따라서 급격하게 감소하는 전자파의 물리적인 특성 때문에 안전거리만 (대략 30cm) 지키면 대부분 문제 되지 않는다. 또한 전기를 사용한다면 전선이나 제품 자체에서도 전자파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전자파의 세기는 매우 작으며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활성산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수소수란?

물에 수소를 첨가한 수소수가 있다. 수소수 안의 수소가 산소를 만나서 물이 되면서 활성산소를 제거한다고 알려졌지만 위 주장에는 과학적 증거가 매우 부족하다. 먼저 수소는 무극성 분자로 물에 잘 녹지 않으며 수소수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포함된 수소의 양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산소와 수소가 만난다고 해서 무조건 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는 이미 안정된 상태인데 이들이 안정적인 결합을 깨고 물 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수소와 산소로 물을 만드는 실험에 필요한 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공급이 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 수반되어야 겨우 물 분자로 바뀔 수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활성 산소의 위험성을 줄여주는 기능도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수소 기체는 산소가 포함된 라디칼인 활성산소를 안정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 반응이 효과적으로 일어나려면 어마어마한 수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활성 산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금연과 함께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이 포함된 식이 요법 (당근, 토마토, 시금치 등), 그리고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베타카로틴, 비타민C 등을 복용하는 편이 훨씬 좋다.

지난 2019년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수소 함유 음료의 질병 치료 효과는 임상적 근거나 학술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에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혹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유사과학과 음모론을 살펴봅니다.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 시리즈 (0) 유사과학 및 음모론이란?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  (1) 천문학 관련 – 달탐사 음모론, 지구 평평설, 젊은 지구설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  (2) 물리학 및 화학 관련  – 특정 원소 및 원적외선의 효능, 음이온과 건강, 전자파 차단 관련 유사과학, 수소수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  (3) 생물학/의학 관련 – 사상의학,  명현반응, 각종 민간 요법들, 목초액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  (4) 식품 관련 – MSG/글루텐/GMO는 인체에 해롭다?, 콜라겐 섭취와 피부 건강의 상관관계, 해독 쥬스는 정말로 도움이 될까?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  (5) 우생학 관련 – 우리가 사랑하는 MBTI 그리고 혈액형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  (6)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