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중단된 유럽-러시아 화상 탐사 협력 업무
유럽우주국(ESA)은 지난달 1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올해 말로 계획되었던 화성 탐사 엑소마스(EXOMARS) 임무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유럽우주국은 위 결정으로부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주 달 탐사 부문에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러시아와의 협력 달 탐사 루나 25, 26, 27 임무 취소 결정
유럽우주국과 러시아우주국은 2022년 중순부터 차례대로 루나 25, 루나 26(2024년 예정), 그리고 루나 27(2025년 예정) 임무를 통해서 협력 달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4월 13일 유럽우주국은 루나 25, 26, 27달 탐사 임무에서 러시아 우주국 로스코스모스(ROSCOSMOS)와 협력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며, 위 결정은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서 올해 연말 발사 예정인 러시아의 루나-25 착륙선에서 유럽 우주국이 제공하는 항법 카메라 Pilot-D를 제거한 후 이를 보관해달라고 러시아에 요청했다.

루나 25 달 착륙선은 감마선 분석, 외기권의 플라스마 측정, 레이저 질량 분석기, 광물 적외선 분광기, 먼지 및 미세 운석 측정기, 표토의 열적 특성 측정기, 파노라마 이미징 기기, 레이저 역반사체 등의 9가지 과학 장비로 구성되었으며 항법 카메라 Pilot-D 역시 위 임무에 탑재될 예정이었다. 현재 본 탐사선의 발사 예정일은 2022년 8월 22일이다.

유럽우주국장 요셉 아쉬바허 박사(Dr. Josef Aschbacher)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달 탐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서 계획되었던 모든 러시아 협력 달 탐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우주국은 달 탐사를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2024년까지는 다양한 기술력을 동원하여 여러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일단 대부분의 기술 협력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위 같은 발표에 대해서 러시아우주국장 드미트리 로고진(Дми́трий Оле́гович Рого́зин)과 러시아우주국 대변인에 따르면 유럽이 제작하려던 부품과 기기들은 우리가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며 협력 중단은 러시아의 달 탐사 임무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과거 소련이 이룩한 영광과 성취를 언급하며 우리를 방해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 발표가 있기 하루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지난주 화요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올해 말 루나 25호를 통해서 무인 우주선을 달 표면에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주는 러시아 과학자들의 유일한 국제 협력 장소
유럽의 고도화된 기술력이 제외된 러시아의 달 탐사에 어떤 큰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수년 동안 미래의 달 기지에 대한 자세한 계획을 세우던 중 이에 대한 기술 구현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우려하여 국제 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당초 유인우주선으로 계획되던 루나 25는 작년 이미 예산 문제로 계획이 크게 변경된 바 있다. 이를 생각하면 높은 비용의 달 탐사에 국제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거의 모든 국가들과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된 러시아는 최소 몇 년간 국제협력 회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우주가 러시아 과학자들이 다른 국제 연구자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는 유일한 장소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쟁과 정치가 과학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은 자명하다. 한편 유럽우주국과 러시아우주국의 국제 우주 정거장 협력 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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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04-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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