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육종 학자이자 씨 없는 수박으로도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대표적 이론인 ‘우의 삼각형(U’s Triangle)’이 유전체를 활용한 현대 과학으로도 증명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서울대학교의 양태진 교수팀과 함께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우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종(種)의 합성’ 이론을 증명함과 동시에 새로운 육종방법까지 수립했다고 밝혔다.
다윈의 학설이 오류라는 점을 증명한 종의 합성 이론
‘종의 합성’이란 서로 다른 종이 교배하여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한 이론으로, 지난 1935년에 우장춘 박사가 처음 제기했다.
우 박사는 배추와 양배추를 교배하여 새로운 식물인 유채(油菜)를 만들어냄으로써, 서로 다른 종이 교배를 통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이론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지금의 과학 수준에서 볼 때는 당연한 주장이지만, 사실 종의 합성 이론이 처음 제기된 당시만 해도 다윈의 진화론에 위배되는 이론이다. 때문에 학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다윈의 진화론에는 ‘종은 자연도태의 결과’로 언급되어 있다. 따라서 같은 종끼리만 교배가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우장춘 박사는 종은 달라도 같은 속의 식물을 교배하면 전혀 새로운 식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서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다면 종의 합성 이론이 우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 박사가 이론에 근거하여 만들어낸 식물들과 관련이 깊다.
그가 육종 기술을 통해 만든 식물들을 살펴보면 흑겨자와 배추를 교배한 갓과 배추와 양배추의 교배로 만든 유채, 그리고 양배추와 흑겨자를 교배한 에티오피아 겨자 등이 있다. 이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삼각형이 되기 때문에 ‘우의 삼각형’이라 부르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에 발표된 종의 합성이 얼마나 대단한 이론이기에 이토록 학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국립농업과학원의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 모든 육종 교과서에 인용되고 있는 것만 봐도 세계적 이론임이 분명하다”라고 언급하며 “심지어 현대 육종의 시작을 알리는 이론이라고 극찬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가불화합성과 웅성불임성 기술 등을 이용하여 배추나 양파 등을 육성하는 등 우리나라 육종연구의 기틀을 마련했고, 제주 감귤 및 강원도 감자 등 다양한 품종을 개량하여 보급함으로써 국내 식량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종의 합성은 기념비적인 이론이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채소들의 신품종 육종 기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어
농촌진흥청과 서울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은 우 박사의 ‘종의 합성’ 이론을 유전체 차원에서 증명하기 위해 비교분석 실험에 착수했다. 배추속에 속하는 배추와 양배추, 그리고 흑겨자, 유채, 갓, 에티오피아 겨자와 근연식물인 무를 포함한 총 7종의 채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
이후 광합성에 필수적인 엽록체의 유전체 서열과 단백질 조립에 필요한 리보솜(ribosome)의 유전자 서열을 해독하여 진화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배추와 양배추, 그리고 흑겨자 등은 1600만 년 전에 6배체화 되었다가 다시 재분화 되면서 반복서열 및 진화분석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낫다. 6배체란 염색체 수가 기본수의 6배인 세포나 개체를 의미한다.
또한 유채와 갓, 에티오피아 겨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에 자연교잡으로 인해 ‘이질배수체’ 현상이 발생하면서 만들어진 합성종임도 드러났다. 이질배수체란 식물에서 잡종이 생겼을 경우, 다른 종류의 염색체조가 겹쳐져서 염색체 수가 배가 되는 염색체를 갖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국립농업과학원의 관계자는 “배추와 양배추, 흑겨자의 진화 이력을 밝히고, 유채 및 갓, 그리고 에티오피아 겨자가 자연교잡으로 만들어진 합성종임을 DNA 서열 정보 수준에서 증명해낸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종의 합성’ 이론은 실제로 해당 식물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증명했다. 배추와 양배추의 교배 외에도 흑겨자와 배추를 교배해 갓을 육종하거나, 양배추와 흑겨자를 교배하여 에티오피아 겨자를 육종함으로써 종의 합성이 사실임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유전체를 이용한 분석실험을 통해서도 종의 합성 이론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작물의 유전자원 특성 표준 분류 기준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여 종의 합성 이론을 증명하는 성과를 거둔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체과의 김창국 농업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종의 합성 이론을 유전체 정보로 증명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이미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규명한 연구성과와의 차이점은?
같은 유전체라 하더라도 리보솜을 활용하여 분석한 사례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해외 사례가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연구한 것과는 방법론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 기술적 및 산업적 파급효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선 배추나 무 등 각종 채소들의 신품종 육종 기간이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유전특성 판별의 정확성이 증대될 수 있기 때문에 총 개발비용이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유전체 서열 및 연관관계 분석을 통해 DNA칩을 개발할 수 있는데, 이는 혼합되거나 잘못 분류된 종자를 검출하는데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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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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