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관련한 수술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병변(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변화)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수술위치를 잘못 파악할 경우 환자의 뇌기능 일부를 상실할 수 있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내출혈이나 감염 등의 부작용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독해지기도 한다.
뇌 수술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이유는 기능상 오류를 일으키는 뇌의 위치를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뇌의 수술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절개를 한 후 수십 장의 패치(patch)를 붙여 센서를 통해 파악하는데, 위치를 전혀 알지 못할 경우 많은 곳을 절개해야 하고, 사용되는 패치의 수도 많아져 환자의 신체적․경제적 부담이 계속 가중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뇌전증(간질), 뇌종양, 뇌졸중 등 뇌의 수술 위치를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는 신개념 장치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생체신호센터 김기웅 박사팀과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물리학과 로말리스(Prof. Michael Romalis) 교수팀이 뇌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원자 자력계 기반 뇌자도 장치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기존 뇌자도 장치 너무 비싸, 신개념 장치 개발
“뇌 암이나 뇌경색 등 소위 말해 ‘피떡’ 이 진 부분은 반드시 잘라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뇌수술이 필요하죠. 하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금 더 확실한 수술을 위해 뇌를 ‘넉넉히’ 제거한다고 할 경우 해당 수술 부위 근처에 팔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부분이 있다면 손상을 입게 되면서 팔이 마비될 위험이 있었죠.
소리를 관장하는 부분이 있다면 추후에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번 연구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수술한 뇌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시켜 줍니다. 뇌의 지도를 그려준다고나 할까요.”
모르는 길을 찾아갈 때 정확한 지도가 필수이듯, 안전한 뇌수술을 위해서도 뇌 지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뇌자도 장치는 일종의 뇌의 지도로써, 환부를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최소화 한다.
뇌 전체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측정해 뇌 상태에 대한 전체적인 지도를 그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뇌에 질환이 있을 경우 특정 부분에서 평소와 다른 자기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추적하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뇌자도 장치’ 를 언급할 때 많은 사람들이 ‘뇌파측정 장치’가 있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이것은 전기적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빈번하게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신호는 우리 인체 내에서 왜곡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장은 인체에 대해 투명하게 작용하므로 자기장을 이용한 뇌자도 장치는 보다 정확한 뇌 지도를 제공해줄 수 있다.
뇌자도 장치는 뇌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인 ‘스퀴드(SQUID)’ 센서로 측정해 뇌질환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비접촉’ ‘비침습’ 방식으로 제작돼 검사를 간단하게 검사를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스퀴드 센서를 활용한 기존의 뇌자도 장치는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보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대학교 병원과 세브란스 병원 단 두 곳에만 설치돼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장비를 사용하는 가격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스퀴드의 냉각을 위해서는 냉매제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희소성이 높고 가격이 비싼 액체헬륨이 사용된다.
“스퀴드 센서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합니다. 초전도 현상은 극저온에서만 일어나죠. 영하 299℃ 정도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냉각시키는 절차가 필요하고, 외부 공기와 차단하기 위한 차폐장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마치 얼음이 녹지 않도록 보냉병 같은 보온장치가 필요하듯이요.”
앞서도 언급했듯 기존 기술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바로 가격경쟁력이었다. 정확한 뇌 측정을 위해 사용되는 장비가 모두 고가인 것이다.
먼저 냉각제인 액체 헬륨은 석유에서 나오는 천연자원으로서 가격이 비싸며, 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자기장을 막기 위해 지어야 하는 자기 차폐실에도 비싼 니켈 합금이 사용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액체헬륨을 담는 헬륨통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차폐실을 크게 지어야 하므로 필요한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기만 한다.
“뇌자도 장치 한 대에 필요한 금액이 약 30억 원이에요. 그러다보니 많은 대수를 보유하는 데 한계가 있죠. 결국 가격경쟁력을 높이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뇌 지도를 파악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원자 자력계를 사용해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죠.”
“거짓말탐지기로도 뛰어난 성능 보여주죠”
원자 자력계를 이용하는 방법은 유리 박스 안에 알칼리 금속 증기를 채우며 시작된다. 알칼리 메탈 증기가 유리 박스 안에 차오르게 되면 여기에 원평광 레이저를 분사, 박스 안에 있는 원자가 레이저를 흡수해 한 방향으로 정렬을 시작한다.
이는 마치 작은 자석처럼 동작하는데 공중에 떠있는 자석 역시 자기장을 중심으로 팽이처럼 천천히 돌아가게 된다. 즉, 뇌에서 발생한 자기장에 의해 유리박스 앞에 있는 원자들이 서서히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해당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얼마나 큰 자기장이 발생하는 지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앞으로 높은 가능성을 보이는 이유는 레이저 광통신이 발전하면서 가격이 점점 저렴해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더불어 레이저는 전기만 제공되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냉각할 필요도, 액체 헬륨을 사용할 필요도 없어 가격 수준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뇌자도 장치는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분야다. 이미 10~15년 전부터 일본과 미국, 핀란드와 독일 등지에서 뇌자도 장치를 개발하면서 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뇌자도 장치에 세계 각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의료 뿐 아니라 언어심리학과 교육심리학, 뇌 인식기능에 기반을 둔 상품광고인 뉴로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 탐지기에도 사용할 수 있어요. 무의식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표면적으로 기억하는 ‘기억’ 외에도 많은 ‘기억’ 들이 숨어있어요. 범죄 현장에서 본 물건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뇌는 기억하는 거죠. 뇌자도 장치를 이용하면 이것을 파악할 수 있어요. 범죄 현장의 증거물을 용의자에게 다시 보여줄 경우, 본인은 기억을 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중의 뇌는 기억을 하고 있어서 뇌파에 변화가 발생하고, 이것을 통해 범인을 지목할 수 있는 거예요. 정확성이 98% 이상이기 때문에 과학수사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상품 광고를 기획하는 기획자에게도 뇌자도 장치는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글자를 각인 시키고 싶을 경우, 어떻게 해야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몇 초 동안 보여주고 어느 순간에 사라져야 가장 높은 기억률을 기록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사실 연구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모든 게 난관이었죠. 새로운 기술이니까요. 사실 스퀴드 같은 경우는 20년 이상 사용한 시스템이어서 센서가 잘 작동하는 상태잖아요. 하지만 원자자력계는 실용화를 위해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고 볼 수 있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실험 조건을 맞춰주는 게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특정 조건에서만 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그것을 맞춰주고 신호를 측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 기술을 뇌자도 뿐 아니라 국방, 잠수함 등에 활용함으로써 자원 탐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철광석 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이 어디에 매장돼 있는지 스캔을 통해 파악할 수 있겠죠.”
김기웅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물리학이 뇌자도에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직접 응용 뿐 아니라 실용화까지의 가능성을 제시, 앞으로 응용분야와 활용분야를 확대함으로써 첨단 물리학 이론을 적절하게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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