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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1-07-29

RNA 조작으로 식량위기 극복한다 쌀·감자 수확량 및 가뭄 내성 증가시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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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통상적으로 기근은 전쟁이나 자연재해에서 비롯되지만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오직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곳이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지가 지적한 곳은 바로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다.

전 국민의 7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는 현재 40만명이 기아 상태이며, 114만명이 긴급 식량 구호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로 인해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친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 농무부는 봄철 밀 수확량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3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5월 31일 막을 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의 농업분야 전문가 토론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가 코로나19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RNA 조작 벼(오른쪽)는 그렇지 않은 벼(왼쪽 및 가운데)에 비해 50% 더 많은 쌀을 생산했다. ©Yu et al

이런 상황 속에서 RNA 조작만으로 작물의 가뭄 내성을 증가시키고 훨씬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과 중국 베이징대학 및 구이저우대학의 국제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 FTO 단백질을 벼와 감자 작물에 첨가하면 수확량이 50%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백질이 첨가된 작물들은 훨씬 더 크게 성장한 것은 물론 더 긴 뿌리 시스템을 생성해 가뭄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 작물들은 광합성 속도 역시 증가했다.

실제 현장 조건에서 쌀 수확량 50% 증가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기후와 증가하는 세계 인구로 인해 작물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대개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점진적인 변화만을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발견은 이전 방식과 매우 다르다.

우리는 보통 RNA 분자가 DNA를 읽은 후 다음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단백질을 만든다고 배워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 중 한 명인 시카고대학의 츄안 헤(Chuan He) 교수팀은 지난 2011년에 포유류에서 유전자가 발현되는 다른 방식의 열쇠를 발견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었다.

즉, RNA는 단순히 DNA 청사진을 읽고 맹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청사진의 어떤 부분이 표현되는지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당시 시카고대학의 박사후연구원으로서 그 연구에 참여했던 베이징대학의 기팡 지아(Guifang Jia) 교수는 자신의 발견이 식물생물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 FTO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RNA의 화학적 표지를 지우는 최초의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보통 감자(위쪽)와 RNA 조작 감자(아래쪽)의 수확량 비교. ©Yu et al

연구진이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 FTO 단백질을 벼 작물에 주입한 결과, 실험실 조건에서는 3배 더 많이 성장했으며, 실제 현장 조건에서는 50% 더 많이 성장해 50% 더 많은 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벼 작물은 더 긴 뿌리를 만들고 더 효율적으로 광합성을 했으며, 가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딜 수 있었다. 연구진은 벼와 전혀 다른 작물인 감자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동물 유전자 대신 식물 유전자 이용법 연구 계획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FTO가 RNA의 주요 변형인 m6A 과정을 제어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즉, FTO가 m6A RNA를 삭제하게 되면 식물이 성장 초기 단계부터 성장을 늦추도록 지시하는 신호가 감소해 성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호등이 많은 도로에서 차를 정지시키는 빨간불을 지울 경우 점점 더 많은 자동차가 도로를 따라 이동함으로써 교통량이 늘어나는 원리와 비슷하다.

그런데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서 식물에 삽입한 것은 동물의 FTO 유전자다. 따라서 GMO(유전자변형식품)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연구진은 식물의 기존 유전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앞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카고대학의 존 T. 윌슨 교수는 “우리는 나무, 음식, 의약품에서부터 꽃, 기름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식물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번 연구는 잠재적으로 대부분의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그 같은 물질의 양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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