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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물질은 왜 초전도체와 같은 행동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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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 는 초전도체가 아니다?

7월 22일 처음 공개되었던  LK-99는 과연 초전도체가 맞을까?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 달간 매우 들떠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이 간절한 마음 하나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과학에는 '과학적인'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들은 아직 검증을 진행 중이지만,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한 달 만에 이미 결론을 내린 듯 보인다.

7월 말, 서울의 스타트업 기업인 퀀텀에너지 연구센터의 이석배, 김지훈 박사팀이 LK-99가 상압과 온도에서 최소 127°C(400K) 이상의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2개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LK-99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전까지 확인되었던 모든 초전도체는 극한 온도나 압력에서만 발견되거나 작동했기에 위 논문은 세간의 이목을 끌 만했다. 한국 연구팀은 LK-99의 두 가지 특성, 즉 자석 위 공중 부양과 저항의 급격한 하락을 근거로 위 물질이 초전도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대중과 연구자들의 관심을 빠르게 끌었고, 많은 연구자는 LK-99를 복제하여 이에 대한 검증을 시도했다. 초기 시도에서 몇몇 연구진들은 이론적으로 상온 초전도의 징후를 발견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연구진들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일찍 결론을 내린 바 있지만 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얻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마침내 수십 차례의 복제 시도 끝에 많은 전문가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과학적인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응집 물질 과학자 이나 비시크(Inna Vishik)는 한 달간 혼잡했던 상황이 꽤 명확하게 해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과학적인 연구와 실험 검증을 통해서 이 물질이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증거를 발견했고 실제 특성을 자세히 밝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대학교와 중국과학원(CAS)의 연구팀 역시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설명 할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유럽 연구진이 수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실험적 증거와 이론적 증거를 결합하여 LK-99의 구조가 왜 초전도를 실현할 수 없는지 설명했으며, 다른 과학자들 역시 LK-99의 순수한 표본을 합성하고 연구하여 이 물질의 구조를 파악하며 위 물질이 초전도체가 아니라 오히려 절연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해당 논문 바로 가기1, 해당 논문 바로 가기2)

호주 멜버른 모나쉬 대학교의 물리학자 마이클 푸러(Michael Fuhrer)는 한국 연구팀이 표본을 공유해야만 추가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다른 모든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연구들에 따르면 이 물질의 불순물, 특히 초전도체가 나타내는 특성과 유사한 '황화구리 전기 저항의 급격한 저하' 그리고 '자석 위에서의 부분 부상(partial levitation)'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는 구리, 납, 인, 산소의 화합물인 LK-99가 상온과 상압에서 작동하는 최초의 초전도체였다는 기대를 무너뜨리는 결론으로 한국 연구팀이 위 물질이 초전도체라고 주장했던 이유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자석 위에서의 부분 부상은 강자성 때문

LK-99의 초전도성에 대한 가장 놀라운 증거는 아마도 한국 연구팀이 촬영한 동전 모양의 샘플이 자석 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일 것이다. 한국 연구팀의 주장에 따르면 위 물질이 초전도체의 특징인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샘플이 공중에 떠 있다고 한다. 이후 확인되지 않은 여러 개의 LK-99 공중 부양 동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유포되었지만, 아쉽게도 처음 이 결과를 재현하려고 시도한 연구자 중 누구도 공중 부양을 관찰하지 못했다.

현재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응집 물질 연구원이었던 데릭 반 제넵(Derrick Van Gennep)은 LK-99에 큰 흥미를 느꼈고 비디오에서 샘플의 가장자리가 자석에 달라붙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 집중했다. 그는 위 샘플이 매우 섬세하게 균형이 잡힌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하며 이와 대조적으로, 자석 위로 공중 부양하는 초전도체는 회전할 수 있고 심지어 거꾸로 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LK-99 비디오에서 이러한 동작 중 어느 것도 볼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LK-99의 특성이 강자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서 그는 흑연 부스러기를 압축한 펠릿(여러 재료를 둥글게 뭉친 고형물)에 철을 쌓아서 붙인 펠릿을 만들었다. 반 제네 만든 비디오는 강자성 물질로 만든 그의 디스크가 LK-99의 동작과 매우 비슷함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영상 바로 보러 가기)

반 제네 만든 비디오는 강자성 물질로 만든 그의 디스크가 LK-99의 동작과 매우 비슷함을 보여주고 있다. © Derrick VanGennep의 트위터

8월 7일, 베이징대 연구팀 역시 오히려 강자성 때문에 이러한 '부분 부상'하는 현상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응집 물질 물리학자이자 연구 공동 저자인 위안 리(Yuan Li)는 "마치 철을 쌓는 실험과 똑같다"라고 주장하며 펠릿에 양력이 발생하지만, 공중에 떠오를 정도는 아니며 한쪽 끝에서 균형을 잡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리와 그의 동료들은 샘플의 저항을 측정했지만, 초전도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한국 연구팀이 발견한 급격한 저항률 감소는 설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기 저항의 급격한 저하의 원인은 황화구리?

한국인 저자들은 해당 논문에서 LK-99의 저항이 약 0.02 에서 0.002 Ω cm로 10배 감소한 특정 온도 104.8 °C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화구리 전문가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화학자 프라샨트 자인(Prashant Jain)은 104.8 °C가 매우 정확한 온도라고 밝히며 위 온도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LK-99를 합성하는 반응은 불균형한 레시피를 사용한다. 구리가 도핑 된 인산 납 결정(순수 LK-99)을 만들 때마다 17분의 1의 구리와 5분의 1의 유황이 생성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불순물, 특히 한국 연구팀이 샘플에서 보고한 황화구리가 남게 된다.

자인은 Cu2S가 상전이 되는 온도로 104℃를 기억하고 있었으며, 이온도 이하에서는 공기에 노출된 Cu2S의 저항이 급격히 떨어지며, 이는 LK-99가 주장하는 초전도 상전이 현상과 거의 동일한 신호라고 설명한다. 자인은 연구진이 이를 놓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밝히며 이에 관한 논문을 아카이브에 업로드했다. (해당 논문 바로 가기)

8월 8일,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LK-99에서 Cu2S 불순물이 주는 영향에 대해서 보고했다. 물리학자 지안린 루오(Jianlin Luo)는 "서로 다른 공정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함량의 Cu2S를 합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두 가지 샘플을 테스트했는데, 첫 번째 샘플은 진공 상태에서 가열하여 Cu2S 함량이 5%가 되도록 제작했고, 두 번째 샘플은 공기 중에서 가열하여 Cu2S 함량이 70%가 되도록 제작했다. 첫 번째 샘플의 저항은 냉각됨에 따라 비교적 부드럽게 증가했으며 다른 복제 시도에서 나온 샘플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두 번째 샘플의 저항은 112 °C (385 K)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졌는데, 이는 한국 연구팀이 관찰한 사실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이다. 푸어러는 그 순간 이것이 바로 그들로 하여금 초전도체로 오해하게 만들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실험에 따르면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황화구리였던 셈이다.

물론 물질이 까다롭고 샘플에 다양한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LK-99의 특성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구성 물질들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연구팀은 한국 연구팀이 제출한 논문에 사용된 원 물질에 충분히 가까운 샘플이면 LK-99가 초전도체인지 확인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LK-99의 구조를 계산

저항률 저하와 절반만 상승하는 '부분 부상' 효과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은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물질의 실제 특성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밀도범 함수 (DFT: Density Functional Theory)를 이용하여 LK-99의 구조를 예측하려는 초기 이론적 시도는 전자가 느리게 움직이고 강한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인 '플랫 밴드(flat-band: 반도체 내부의 대역이 휘어짐이 없고 평편해진 상태, 영역 내부에 순 공간전하가 0이 되도록 인가된 게이트 전압으로 정의)'라는 흥미로운 전자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행동이 초전도 현상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계산은 LK-99의 구조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이 물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과 유럽 과학자로 이루어진 국제 팀은 샘플의 정밀 X-선 이미지 처리를 수행하여 LK-99의 구조를 계산했다. 결정적으로, 이 이미지 처리를 통해 플랫 밴드는 초전도 현상으로 인한 것이 아님을 밝혀냈으며 강력하게 국부화된 전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8월 14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막스 플랑크 고체연구소의 다른 연구팀 역시 순수한 단결정 (single crystals) LK-99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이전의 합성 시도와 달리, 연구진은 floating-zone crystal growth (원료물질 중 한 부분 혹은 일부 영역만 가열 용융시켜 결정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정제된 단결정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기법을 이용하며 황을 도입하지 않고도 Cu2S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투명한 보라색 결정, 즉 순수 LK-99 또는 Pb8.8Cu1.2P6O25가 생성되었으며 불순물과 분리된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 수백만 옴의 저항을 가진 절연체로서 표준 전도도 테스트를 실행하기에는 너무 높다는 점이 밝혀졌다. 약간의 강자성 및 반자성을 나타내지만, 부분적인 부양에는 충분하지 않았으며 이를 통해서 연구팀은 초전도체임을 배제하기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 바로 보러 가기)

독일 슈투트가르트 막스플랑크 고체연구소 연구팀이 합성한 LK-99의 단결정 © Pascal Puphal

연구팀은 LK-99가 초전도체처럼 보인 데에는 Cu2S 불순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floating-zone crystal growth 전문가이자 연구를 주도한 막스 플랑크 물리학자 파스칼 푸팔(Pascal Puphal)은 이를 통해서 단결정이 필요한 이유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단결정이 있으면 시스템의 본질적인 특성을 명확하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LK-99 사건을 통해서 과학자들이 배운점

많은 연구자들이 올해 여름을 시끄럽게 달구었던 LK-99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되돌아보고 있다. 플랫 밴드 연구를 이끈 프린스턴 대학교의 고체 화학자 레슬리 숩(Leslie Schoop)은 성급한 계산에 대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인은 종종 간과되는 오래된 데이터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그는 Cu2S의 저항률에 의존한 위 측정값은 1951년에 발표되었다고 설명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LK-99 사건을 통해서 과학에서의 재현성(reproducibility)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적하는 한편, 다른 평론가들은 재현성이 이번 퍼즐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1986년 산화구리 초전도체가 발견되었을 때 많은 과학자는 해당 초전도체 의심 물질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지만 40년이 지난 현재도 위 물질의 초전도 메커니즘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반면 투명하게 공개된 LK-99의 자료 덕분에 이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편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3-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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