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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20-06-03

5억 1200만 년 전 ‘기생동물’ 발견 튜브 모습으로 조개껍질 위에 붙어서 먹이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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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5억 1200만 년 전에 살았던 기생동물(parasites)의 화석을 발견했다.

튜브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동물(사진)은 대합조개처럼 생긴 조개류(혹은 완족류, brachiopods) 껍데기에 다수가 나란히 붙어살고 있었다.

또 조개류가 두 장의 껍질을 열고 먹이를 채취할 때마다 껍질 가장자리에서 입을 내밀고 함께 먹이를 채취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기생동물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향후 진화 역사를 써나가는데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이 중국 윈난성에서 5억 1200만 년 전에 조개껍질 위에서 살았던 튜브처럼 생긴 기생동물 화석을 발견했다. 가장 오래된 기생동물 화석으로 향후 기생동물 진화의 역사를 써나가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Zhifei Zhang/Northwest Univ

고생대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기생동물

3일 ‘사이언스 뉴스’,‘라이브 사이언스’ 등 과학언론에 따르면 화석을 발굴한 곳은 중국 남서부 미얀마·라오스·베트남 등과 인접해 있는 윈난성(雲南省)이다.

중국 서북대학(Northwest University) 고생물학자 지페이 장(Zhifei Zhang) 교수 연구팀은 지표면에 노출된 암석 위에 노출된 수천 개의 완족류 화석 껍질 위에 튜브 모습을 한 생명체 화석들이 다수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생명체는 껍질 위에 다수가 나란히 붙어 있으면서 조개껍질이 열리는 끝부분에 입과 같은 부분을 내밀고 있었다. 이는 조개류가 껍질을 열고 먹이를 흡수할 때마다 껍질 위의 생명체들 역시 같은 먹이 채취 활동을 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이 튜브와 같은 모습을 지닌 생명체들이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하고 조개류 껍질 위에 단단히 고착돼 기생동물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분석을 통해 새로 발견한 이 생명체가 5억 1200만 년 전에 살았던 동물임을 확인했다. 또 이 생명체가 조개류가 먹이를 채취할 때마다 같이 입을 내밀고 조개가 채취한 먹이를 빼앗으며 살고 있었던 기생동물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논문은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 An encrusting kleptoparasite-host interaction from the early Cambrian’이다.

기생동물 중에는 과명으로 ‘절취기생동물(kleptoparasite)’이란 부류가 있다. 다른 동물이 먹다가 흘린 먹이를 입 근처에서 훔쳐 먹고사는 생물을 말한다. 장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최초의 기생동물이 ‘절취기생동물’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연구팀은 5억 1200만 년 전에 살았던 조개류가 이 튜브처럼 생긴 기생동물로 인해 훨씬 더 무거운 무게를 지탱해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실제로 채취한 먹이보다 덜먹고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생동물 진화 역사를 위한 귀중한 자료

그동안 과학자들은 기생동물과 숙주 간의 공생관계가 오래전에 만연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공생관계(Parasite–host systems)를 증명할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4억 2500만 년 전 파충류에 기생했던 설충(tongue worms) 화석을 발견했으나 너무 작고 연해 공생관계를 증명할 충분한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캄브리아기 이후 상황에서 튜브처럼 생긴 기생동물의 화석이 다수 발견돼 기생동물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 발견한 화석들은 조개껍질처럼 단단한 모습으로 오래전에 살았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생동물의 진화 역사를 써나가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튜브처럼 생긴 기생동물 화석이 살았던 5억 1200만 년 전은 캄브리아기 직후다. 고생대에 속하는 캄브리아기는 동물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지구 전체적으로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해수면이 상승해 넓은 지역에 걸쳐 해양생물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척추동물이 생겨난 것도 캄브리아기가 끝난 직후인 5억 3000만 년 전이다. 이번에 발견한 기생동물 화석은 5억 1200만 년 전의 것으로 초기 바다 생물이 등장한 이후 이미 공생 관계가 만연했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팀은 해수 온도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합할 정도로 올라가고 바다 밑에 완족류가 대거 서식하면서 이 동물을 숙주로 삼는 기생동물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튜브와 같은 생명체가 등장해 공생 시스템을 만들어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의 육상 식물이 4억 5000만 년 전에, 육상 최초의 절지동물이 4억 3000만 년 전에 출현한 점을 감안하면 해양 동물만 존재했던 5억 1200만 년 전 이미 조개류에 다른 동물이 기생하기 시작했으며, 공생 구조가 이미 존재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논문을 접한 많은 과학자들은 기생동물이 이처럼 오래전에 출현하고 있었다는 데 크게 놀라고 있다.

호주 뉴잉글랜드 대학의 고생물학자인 토미 륭(Tommy Leung) 교수는 “현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이 기생 형태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며, “동물이 출현하기 시작한 5억여 년 전이라고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공생관계가 조성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20-06-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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