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에서 기어 다닌 것으로 보이는 약 5억 년의 초기동물 화석이 미국과 중국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공동연구자인 미국 버지니아공대(Virginia Tech) 지구과학대 슈하이 샤오(Shuhai Xiao) 교수(지구생물학)는 이 고대 동물 종이 남긴 몸체와 흔적이 포함된 화석은 고대 동물의 이동성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표시로서, 생존 연대가 5억 500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밝혔다.
문제의 동물 화석은 발견 현장에서 가까운 중국 후베이성 일링에서 이름을 따와 일링기아 스피시포르미스(Yilingia spiciformis; 대못 같은 일링 벌레라는 뜻)라고 명명됐다.
이 고대 동물은 샤오 교수와 함께 중국과학원 난징 지질 및 고고학연구소 체이 첸(Zhe Chen), 추안밍 저우(Chuanming Zhou), 썬라이 유안(Xunlai Yuan) 연구원이 여러 층으로 된 암석에서 발견했다.
이번 발견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4일 자에 발표됐다. 논문 제목은 'Death march of a segmented and trilobate bilaterian elucidates early animal evolution' 이다. <관련 동영상>
동물 화석과 흔적 함께 보존돼
연구 시료는 샤오 교수팀이 2013~2018년 사이에 중국 남부 양쯔 협곡에서 발굴한 벌레 모양의 발자국과 거의 같은 연대로, 공룡시대나 판게아 초대륙 훨씬 이전인 에디아카라기(Ediacaran Period) 때의 것이다.
이번 발견이 주목을 끄는 것은 자취만 있고 몸체는 없는 화석들과 달리 흔적을 만든 동물의 화석이 함께 보존됐기 때문이다.
샤오 교수는 “이번 발견은 몸체가 분절되고 움직이는 동물들이 5억 5000만년 이전에 진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동물의 이동성은 지구상에 확실한 발자국을 만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자국들은 좌우 양쪽이 대칭을 이루는 좌우 대칭 동물(bilaterians) 그룹이 나타내는 특징으로, 이 그룹에는 인간과 대부분의 동물들이 포함된다.
해저에 살던 노래기 같은 절지동물
이번에 발견된 동물은 폭이 4분의 1 인치에서 1인치, 길이는 4인치 정도 되는 노래기 같은 절지동물로, 몸의 일부를 번갈아 움직이며 해저 진흙 바닥을 기어 다닌 것으로 추정된다. 화석에는 23인치 길이의 흔적을 남겼다.
화석 분석 결과 몸통은 50개 정도의 분절로 돼 있고 왼쪽과 오른쪽 측면, 등과 배 그리고 머리와 꼬리를 가지고 있는 폭이 좁고 길쭉한 모습이었다.
분절된 몸체를 가지고 방향 이동을 하는, 좌우 대칭 동물들이 출현한 것은 초기 동물 진화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간주된다.
학계에서는 이들의 출현 시기를 6억 3500만 년~5억 3900만 년 사이 선캄브리아대의 마지막 지질학 시기인 에디아카라기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샤오 교수팀이 이 동물 화석을 발견하기까지 그런 추정을 입증할 만한 화석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복원된 표본 중 하나는 이 동물과 함께, 이 동물이 죽기 바로 직전에 남긴 흔적이 같이 보존돼 있어 특히 중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의 의사 결정에 대한 최초의 징후 담겨
이번 발견은 또한 놀랍게도 동물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최초의 징후를 담고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즉 이 동물이 남긴 자취를 보면 정교한 중추신경계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가거나 혹은 어떤 것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는 게 샤오 교수의 설명이다.
샤오 교수는, 동물의 이동성은 지구 표면 시스템에 환경적·생태적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생물들이 크게 번성하게 되는 캄브리아기의 기질 및 토양 혁명(Cambrian substrate and agronomic revolutions)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지구에 가장 큰 충격을 주는 동물”이라며, “이동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이동 능력과 관련된 다른 많은 영향력 있는 활동을 통해 거대한 족적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동물의 이동성이 언제 어떻게 진화했는가는 지구 표면에 미치는 인위적 영향의 중요한 지질학적 및 진화적 맥락을 분명히 나타내 준다는 것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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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9-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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