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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3-19

2만 8000년 전 매머드 세포 되살렸다 러‧일 연구팀, 살아있는 세포 움직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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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3000년 전 지구는 마지막 대빙하시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수천 년간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을 덮고 있었던 빙하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툰드라, 초원 지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새로운 자연환경에 울리 매머드, 스텝 들소, 검치 호랑이와 같은 대형 포유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든 생태계가 순조롭게 순환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0년이 지난 1만 2800년 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구가 다시 추워지기 시작한 것. 지질 분석 결과 북반구 일부 지역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섭씨 8도가 더 낮았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러시아, 일본 과학자들이 2만8000년 전에 살았던 울리 매머드 세포조직을 배양해 움직임을  ⓒRoyal BC Museum
러시아, 일본 과학자들이 2만 8000년 전에 살았던 울리 매머드 세포조직을 배양해 움직임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멸종한 매머드 복원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oyal BC Museum

매머드 세포 조직, 생체 활동 확인 

이 한파는 1200년 동안 이어졌다. 지질연대로 보았을 때 눈 깜빡할 정도의 기간이지만 생태계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매우 긴 시간이었다. 이 시기에 몸집이 큰 매머드가 다 사라졌다.

사라진 매머드 중에는 시베리아에 등지에 서식하던 프리미게니우스 매머드(Mammuthus primigenius)도 포함돼 있었다. 피부가 긴 털로 뒤덮여 있다고 했다고 해서 울리 매머드(Woolly mammoth)라 불리는 거대 포유류다.

이 매머드는 시베리아 영구 동토에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냉동상태로 발굴된 이 매머드에서 유전자, 혹은 세포를 복원해 멸종한 울리 매머드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그 시도가 결실을 맺고 있다.

19일 인터넷 포럼 ‘빅 싱크(Big Think)’에 따르면 러시아와 일본 과학자들이 2만 8000년 전 시베리아에 살았던 울리 매머드로부터 세포 움직임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논문은 지난주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Signs of biological activities of 28,000-year-old mammoth nuclei in mouse oocytes visualized by live-cell imaging’ 이다.

러시아‧일본 공동 연구팀은 2012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매우 잘 보존된 울리 매머드를 발굴했으며 ‘유카(Yuka)’라고 불렀다.

이 연구에는 핵치환(nuclear transfer) 방식이 적용됐다. 핵을 제거한 난자에 다른 체세포에서 분리한 핵을 넣어 복제 수정란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복제된 수정란을 대리모에 착상하면 이를 제공한 개체와 유전자(DNA)가 동일한 동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연구팀은 먼저 유카로부터 세포핵과 유사한 조직을 채취한 다음 이를 배아발달을 위해 특화된 기능을 주입한 쥐 난모세포(oocytes)에 주입했다.

그리고 정밀 영상기술을 활용해 울리 매머드에서 채취한 조직이 새로운 세포 환경 속에서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이 조직들이 생체 활동(biological activity)을 하고 있다는 흔적을 발견했다.

다음 연구 과제는 ‘세포 분열’ 

연구에 참여한 일본 과학자 아키라 이리타니(Akira Iritani) 박사는 19일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혼자 연구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세포들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 간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며 놀라운 일이 일어난데 대해 기쁨을 표명했다. 90세인 그는 일생을 매머드 세포 복원에 바친 인물이다.

온라인 포럼 ‘빅 싱크’는 아리타니 박사가 말하고 있는 이 세포 움직임이 멸종한 울리 매머드의 복제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매머드에서의 세포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이번에 발견한 매머드 세포핵 안의 움직임을 통해 세포핵이 ‘방추체 형성(spindle assembly)’ 과정을 수행하는 것을 연역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방추체란 염색체 분배를 조절하는 미세소관으로 구성된 양극성 구조를 말한다. 세포분열기 염색체 분배 과정에서 쌍극 방추체가 바르게 형성되어 기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방추체 형성에는 극을 갈라놓는 힘, 방추체 미소관의 마이너스 끝을 집속시키는 힘, 염색체를 움직이는 힘 등 여러 힘이 미묘한 균형을 이루면서 작용한다. 더욱이 동물의 체세포분열에서는 중심체가 방추체 극의 수나 상태를 결정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방추체 형성 과정을 연역할 수 있다는 것은 멸종된 울리 매머드의 탄생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머드 복원의 또 다른 난제는 양질의 DNA 샘플을 채취하는 일이다. 유카에게서 채취한 DNA 조직은 비교적 양질의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큰 손상을 입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보다 잘 보존된 DNA를 채취하기 위해 분석 기술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술이 확보될 경우 울리 매머드를 복제하거나, 기존의 코끼리와 울리 매머드의 혼합종을 탄생시키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과학계는 세포 복원과 관련된 러시아‧일본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가 울리 매머드를 되살리려는 연구 과정에 있어 진일보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연구 참여자인 케이 미야모토(Kei Miyamoto) 연구원은 “그동안 오랜 과정을 통해 매머드 세포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음 단계는 한 개의 세포가 두 개의 세포로 갈라져 세포의 개수가 불어나는 세포분열(cell division)”이라고 말했다.

과학계가 기대하는 것은 어느 때인가 유전자가위(CRISPR) 기술을 통해 지금의 코끼리들이 추운 시베리아 스텝 지대에 살 수 있도록 유전적 적응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울리 매머드의 능력을 코끼리에 부여할 경우 과거처럼 1만여 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생태계 복원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버드의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 교수는 지난 2017년 2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183회 AAAS 2017 연차대회에서 “2년 안에 매머드-코끼리 잡종 배아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매머드‧코끼리 잡종을 ‘매머펀트(mammophant)’라고 명명한 바 있다.

당시 학계는 처치 박사의 발언을 놓고 ‘가짜 뉴스’라고 평가절하하는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일본 공동 연구 결과로 그의 발언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3-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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