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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20-12-11

25억 년 걸릴 계산을 200초에 해결했다? 중국, 양자 컴퓨터 이용한 양자 우위 달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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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자들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하여 기존의 ‘클래식’ 컴퓨터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에 도달했다고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지난 3일 발표했다.

양자 우위는 기존의 클래식 컴퓨터로는 아무리 좋고 혁신적인 알고리즘이 나온다고 해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양자컴퓨터의 압도적인 계산력을 말한다. 이번에 중국 과학자들은 중국의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무려 25억 년이 걸릴 계산을 불과 200초 만에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76큐비트(qubit)의 양자 컴퓨팅 프로토타입인 주장(Jiuzhang 九章)을 구축해서 이같이 계산했다고 발표했다. 주장은 고대 중국의 유명한 수학전문 서적인 구장산술(九章算術)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양자 우위’를 입증하기 위해 경쟁해왔다.

지난해 미국 산타바바라에 있는 구글 양자컴퓨팅 연구소는 사상 처음으로 양자 우위를 시연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극저온에서 움직이는 초전도 회로로 만들어진 시카모어(Sycamore) 장치를 이용해서 53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사용했다.

중국의 광양자 컴퓨팅 시스템 주장. ©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China

그러나 일부 양자 연구자들은 양자 알고리즘을 능가하는 더 나은 고전 알고리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IBM 연구원들은 자기 회사의 고전적인 슈퍼컴퓨터가 구글이 한 계산을 2.5일 안에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보손 표본 추출 계산 문제 풀어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양자 우위를 좀 더 설득력 있게 입증하려면 새로운 문제를 풀어서, 기존의 클래식 컴퓨터로는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그런 계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페이에 있는 중국과학기술대학(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China)의 지안웨이판(Jian-Wei Pan) 연구팀은 "우리는 빛의 기본 단위인 광자를 사용하여 고전적인 컴퓨터 보다 훨씬 높은 양자 계산력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허페이 대학 연구팀은 '가우스 보손 표본 추출'(Gaussian boson sampling, GBS)이라고 불리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문제는 2011년 컴퓨터 과학자인 스콧 아론슨(Scott Aaronson)과 알렉스 아르키포브(Alex Arkhipov)가 당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있을 때 고안했다.

이는 많은 보손 입자의 확률 분포를 계산하는 과제이다. 보손은 광자를 포함한 기본입자로써, 양자 파동에 의해 보손 입자는 위치가 서로 무작위적으로 간섭한다. 이 때문에 주어진 위치에서의 보손의 검출 확률은 매우 어렵다.

네이처(Nature) 저널의 분석 기사에 따르면, 보손 표본 추출 문제의 계산은 '#P-하드 문제'이다. 이는 악명 높고 까다로운 NP-하드 문제보다 훨씬 더 어렵다. #P-하드 문제의 해결방안은 변수의 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아론손과 아르키포프는 수천 개의 보손을 계산하려면, 고전적인 컴퓨터로는 도저히 그 긴 계산을 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이 문제를 푸는 것이 바로 양자 우위를 보여주는 새로운 잣대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바로 이 문제를 중국 과학자들이 풀어낸 것이다. 이들은 양자 프로세스를 직접 가동함으로써 무지막지한 계산을 회피해서 보손의 간섭과 그에 따른 분포를 샘플링할 수 있었다. 지안웨이판 연구팀은 광자를 큐비트로 사용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게다가 중국 과학자들은 실온에서 움직이는 광 양자 컴퓨터로 작업을 수행했다. 구글이 극저온에서만 움직이는 초전도 회로를 사용한 것에 비해서 훨씬 진보한 것이다.

이들은 레이저 펄스에서 나오는 특정한 광자의 공간 위치와 양극화에 대한 정보를 암호화했다. 그런 다음 이들이 서로 간섭하고 출력을 나타내는 광자 분배를 생성했다.

연구팀은 단일 광자를 추적할 수 있는 광검출기를 사용하여 해당 분포를 측정했으며, 이는 사실상 고전적으로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계산을 암호화하는 것이다.

실험의 성공 여부는 검출한 양자의 숫자로 측정된다. 주장 양자컴퓨터는 한번 실험에서 최고 76개의 양자를 검출했으며, 몇 번의 실험에서 평균 43개를 검출했다.

이런 방법으로 연구팀은 보손 샘플링 문제를 200초 만에 찾았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중국 타이후라이트(TaihuLight) 슈퍼컴퓨터를 사용해서 계산하면 무려 25억 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약 100조 배가 빠른 속도이다.

실용화하려면 광자 회로 프로그래밍 해야

광전자 기반 실용 양자컴퓨터 구축을 추진 중인 캐나다 토론토의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자나두의 크리스티안 위드브룩(Christian Weedbrook) 최고경영자(CEO)는 "빛이나 광자를 이용해 양자 우위가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구글의 사이카모어와 대조적으로 중국팀의 광자 회로는 프로그래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 사용할 수는 없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번 연구가 중국이 완전한 양자 컴퓨터를 보유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만약 프로그램이 가능한 칩을 만들 수 있다면, 단백질이 어떻게 서로 만나고 분자가 어떻게 진동하는지 등 중요한 과학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20-12-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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