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4천년 전 인류도 원시적인 화장품으로 몸을 치장했고 다양한 해산물을 요리해 먹었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발견돼 인류의 현대화 과정을 둘러싼 기존 학설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고 AP통신과 BBC 뉴스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학자들을 비롯한 국제 연구진은 인도양을 바라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피너클 포인트의 한 동굴에서 ▲대량 채취해 요리한 해산물 ▲암석 성분의 붉은 염료 ▲ 날이 선 원시도구 등 인류의 현대화를 보여주는 세 종류의 유물을 발견했다고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유물들의 연대 측정 결과는 16만4천±1만2천년 범위로 나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자들은 인류가 현대식 생활을 하도록 진화한 것이 7만~4만년 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이 연구는 인류의 진화가 훨씬 오래 전부터 서서히 계속돼 왔거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비연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진은 동굴의 한 옆에 약 50㎝ 두께로 쌓여 굳어진 "몇만년 묵은 쓰레기"를 분석한 결과 각종 홍합류를 중심으로 한 15종류의 연체동물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밖에 동물 뼈들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인류가 해산물을 먹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추정보다 약 4만년 더 오래 전이었음을 보여주며 인류의 음식이 육지에서 잡은 것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당시 동굴 거주인,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3~5㎞ 떨어진 바닷가까지 걸어가 홍합과 대합,갯달팽이 등을 잡았던 것으로 보이며 따개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미루어 고래 기름이나 고래 가죽도 동굴까지 가져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굴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가루를 낼 수 있는 황토 덩어리들도 발견했다. 긁힌 자국이 선명한 황토덩어리들은 색깔을 상징으로 사용하는 인류의 진보된 행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황토가루는 접착제와 같은 기능적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발견된 황토들은 가장 밝은 색깔들을 띠고 있어 보디페인팅과 같은 추상적 행동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한 가지 사물로 다른 사물을 나타내는 `개념화'는 인류 진화의 거대한 도약이며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언어와 수학의 발달이 가능했다.
학자들은 약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진화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 초기의 가공 흔적이 보이는 황토가 발견된 것 자체를 놀라운 일로 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교수는 "동굴에서 발견된 황토 중에는 붉은 색을 띤 것이 많고 그 색채는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다. 이처럼 특정 색채를 선택한 것은 분명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한편 폭 1㎝ 미만의 날이 있는 새끼 손가락 크기의 세석인(細石刃)은 막대기 끝에 매달려 창촉으로 쓰였거나 던지는 화살과 연결해 사용됐을 수도 있으며 이는 당시 이미 복잡한 도구가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수렵 채취인들이 조개나 물고기를 먹지 않았다면 이들에게 해안선은 자원이 빈곤해 매력없는 곳이었을 것이라면서 일단 해산물을 먹기 시작하자 해안선은 정착과 이동 과정에 매력있는 곳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가 조개류를 먹게 되면서 홍해안이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의 주요 이동로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