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와 똑같은 발 구조와 걸음걸이를 가졌던 150만년 전 인류의 발자국이 케냐에서 발견돼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새로운 단서가 되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과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영국과 미국 고고학 연구진은 케냐 북부 일레레트의 퇴적암층 두 개에서 여러 개의 발자국들을 발견했으며 이 발자국들은 호모에렉투스(직립인류)의 것으로 그 주인이 키와 몸무게, 걷는 방식까지 현생인류와 똑같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윗층에는 각기 두 개씩 두 줄로 난 발자국과 7개가 무더기로 찍힌 발자국, 그밖에 따로 떨어진 다양한 발자국들이 있었고 5m 두께의 모래와 화산재로 덮인 아래층에서는 발자국 두 개가 한 줄로 난 것과 미성년자의 것으로 보이는 그보다 작은 발자국 한 개가 발견됐다.
두 층의 연대 차이는 최소한 1만년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발자국을 통해 높은 발등과 둥근 발꿈치, 다른 발가락들과 나란히 나 있는 엄지발가락의 형태를 밝혀내고 이로 미루어 발자국의 주인공을 초기 직립인간 호모 에르가스터로 추측했다.
이들은 발자국들 중 일부는 9사이즈(267㎜)의 신발을 신는 요즘 남자의 것과 똑같은 발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자국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최고(最古)의 발자국은 아니다.
가장 오래된 발자국은 지난 1978년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37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것이지만 이것은 평평한 발바닥과 각도 차이가 큰 엄지와 다른 발가락들 등 물체를 붙잡는 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유인원의 것과 같은 발이 어떻게 현생인류의 발로 진화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인류 화석에서 손발 뼈가 남아있는 경우가 드문데 이는 포식동물들이 다른 동물의 손발을 즐겨 먹기 때문이며 살이 없어지고 나면 뼈가 보존되기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오늘날과 같은 발은 초기 인류의 극적인 변화들 가운데 하나로 약 200만년 전 호모에렉투스의 출현을 말해준다. 호모에렉투스는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와 꼭같은 신체 비례를 가졌던 최초의 호미니드(인간을 비롯한 모든 대영장류)를 가리킨다.
연구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에렉투스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인류의 발 크기와 보폭이 늘어나 호모에렉투스가 빠른 걸음으로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150만~100만년 전 사이의 도구 등 유물이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현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연구진은 또 기후변화와 물리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호모에렉투스가 먹을 것을 찾아 전보다 멀리 돌아다녀야만 했을 것이며 이처럼 걷고 뛰는 능력이 전보다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큰 동물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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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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